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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작전'에 당한 '개미'가 바로 나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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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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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727 2009/02/17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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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작전'에 당한 '개미'가 바로 나였어
아줌마 '개미'가 본 주식 영화 <작전>

 

김혜원 (happy4)
도박에 미친 사람들, 로또에 인생을 건 사람들의 공통점. 그것은 적은 노력과 자본으로 어떻게든 큰 이익을 내 보겠다는 한탕주의가 아닐까. 가진 것 없고 보잘 것 없는, 비루하고 '찌질한' 인생이라도 큰 거 한 방만 터져주면 인생 역전은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 그런 환상 때문에 그들은 오늘도 희박한 승률에 베팅을 한다.

 

영화 <작전>에 등장하는 강현수(박용하 분) 역시 도박을 이용해 한몫 잡아보겠다는 꿈을 꾸는 '개미'다. 다만 그는 화투, 카드, 바다이야기, 빠친코, 카지노와 같은 불법 도박장 대신 국가에서 허가를 내준, 그리고 정책적으로 장려까지 하고 있는 합법 도박장인 '주식시장'을 이용할 뿐이다.

 

10년 전, 적금통장 해약해 주식시장에 뛰어들다

 

  
영화 <작전>포스터
ⓒ (주)영화사비단길
작전

 

지금은 현물투자를 하지 않지만 5년 전까지만 해도 나 역시 강현수와 같은 '개미' 투자자 중 하나였다.
 
길거리에서 구입한 중고 주식투자지침서 한 권을 읽고 카드 빚을 내서 주식시장에 뛰어든 현수처럼, 나도 십년 전 신문 한 귀퉁이에 실린 기업뉴스와 경제뉴스, 옆집아줌마의 투자경험담과 친구들의 부풀려진 투자 무용담에 혹해 적금통장을 해약해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

 

주식투자나 시장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하고 경험을 쌓았다는 경제학자나 관료들은 말한다. 주식은 건전한 투자며 건강한 재테크이지 절대 투기나 도박의 개념이 아니라고. 하지만 홈 트레이딩시스템(HTS)을 열고 장에 접속하는 순간 그들의 말은 교과서에 박혀 있는 활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수없이 등락을 거듭하는 챠트, 분 단위 초 단위로 들어오는 매도매수 주문, 방대하게 퍼부어지는 각종 정보들. 세포분열을 하듯 수없이 분열하고, 사라지고, 번식하고, 죽어나가기를 반복하는 것이 바로 살아 움직이는 주식시장이다.

 

그 속에서 누구는 대량의 이득을 내고 또 누구는 딱 그만큼의 손실을 입게 되는 것이 시장의 생존 법칙이기에 적은 자본과 짧은 정보로 큰돈을 벌어보겠다고 뛰어든 '개미'들의 인내심은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결국 큰손이 움직이거나 거대한 작전의 풍랑이 칠 때면 여지없이 깡통은 '개미'들의 차지가 된다. 외인, 기관, 작전세력, 혹은 드러나지 않은 증권가의 큰손들처럼 거대한 세력에 맞서 싸우다 장렬하게(?) 전사한 '개미'들로 탑을 쌓는다면 아마도 그 높이는 하늘을 찌르고도 남을 것이다.

 

하지만 참으로 이상한 것은 그렇게 죽어나가는 수많은 '개미'들의 주검을 눈앞에서 목도하면서도 '개미'들은 행군을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화 <작전>은 그런 '개미'들의 특성을 너무나 잘 파악한 '세력'들의 커다란 도박판을 다루고 있다. 잘 만들어진 함정을 파놓고 누군가 빠질 때만을 기다리는 개미귀신처럼 저들 '작전' 세력들은 순진한 '개미'들을 향해 함정을 파고, 빠져든 그들을 순식간에 먹어치워 버리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 자리를 벗어난다.

 

 

'수질 개선 박테리아'라는 환경 관련 테마주로 작전을 하는 영화 <작전>을 보니,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이었던 1998년 '미래와 사람'의 냉각캔 사건의 악몽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작전' 세력들을 먹여살리는 건 나 같은 '개미'

 

  
영화 <작전>
ⓒ (주)영화사비단길
작전

 

내가 처음 주식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1997년 무렵이었다. 그때만 해도 옛날이라 요즘처럼 집에서 홈트레이딩을 하는 투자자보다는 객장에서 직접 주문을 넣는 투자자들의 모습을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창구 직원들과도 이런저런 친분을 쌓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았다.

 

당시나 지금이나 고액투자자들은 지점장이나 차장 이상 고급 애널리스트들의 특별관리(PB)를 받지만 특별관리 대상이 될 수 없는 나 같은 소액투자자들도 가끔은 창구에 있는 대리급들에게 요긴한(?) 투자 조언을 얻기도 했다. 물론 나와 같은 개미급에게까지 올 정보라면 이미 시장에서는 정보로서 수명을 다한 것이지만 그럼에도 과거 몇 번 재미를 본 터라 '미래와 사람'의 냉각캔 관련 정보를 무시할 수 없었다.

 

'미래와 사람'의 경우는 몇 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에 치고 빠지는 영화 속 내용과는 달리 제법 긴 시간 동안 시장에서 이슈가 됐었다. 물밑 소문이 뉴스가 되고 실제 주식 가격의 급상승으로 이어지는 시간 동안에도 장에서는 수도 없이 '작전'이라는 소문이 돌고 돌았다.

 

참으로 이상한 것은 그런 불안에도 주가는 계속 올랐고 그렇게 오르는 주가는 "누군가 나보다 더 높은 가격에 살 사람이 있겠지"하는 '개미'들의 바보심리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결국 나는 폭탄 돌리기라는 둥 설거지라는 둥 말들이 많은 가운데 뒤늦게 '미래와 사람'에 손을 댔고 보기 좋게 당한 케이스가 되고 말았다.

 

몰빵이 아닌 것이 그나마 천만다행이었지만 <작전>을 보며 되돌아보니, 나와 같은 단순하고 무식한 개미들이야말로 저들을 먹여 살리는 식량이요 실탄이 아니었을까 싶다.

 

불황이 투자 적기, 잠깐 흔들렸으나...

 

  
영화 <작전>
ⓒ (주)영화사비단길
작전

 

주식을 멀리한 지 벌써 햇수로 5년째. 직접투자보다는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로 그나마 주식 투자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있긴 하지만 최근까지도 여전히 주식투자에 대한 일말의  미련이 남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요즘 같은 불황이야말로 주식투자의 최적기라는 생각이 수도 없이 들었다.

 

하지만 <작전>을 보고 나니 흔들렸던 마음이 조금은 정리가 된다. 허가 낸 도박판인 주식시장에서 영원한 승자는 역시 가진 자, 있는 자, 힘센 자들이고 '개미'들은 그것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스스로 피와 살을 발라 양분이 되어주고 있을 뿐이라는 현실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영화가 끝나고 장내에 불이 들어왔다고 서둘러 자리를 박차고 나온다면 <작전>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를 놓칠 수 있다. 조금만 인내심을 발휘한다면 엔딩 크레디트와 함께 제공되는 주식 고수의 조언을 들을 수 있으니 부디 잠시만 참아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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