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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든 CML치료제 '슈펙트'… 글리벡 내성 환자에게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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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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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893 2013/05/20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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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든 CML치료제 '슈펙트'… 글리벡 내성 환자에게도 좋아

[중앙일보] 입력 2013.05.20 01:11 / 수정 2013.05.20 01:11

아시아권 환자 대상 임상 3상

만성골수성 백혈병 표적항암제 ‘슈펙트’. [사진 대웅제약]
만성골수성백혈병(CML·Chronic Myeloid Leukemia)에 걸려도 대부분 살 수 있다. 불과 10여 년 전엔 그렇지 못했다. 많은 환자가 발병 후 10년 내에 사망했다. 치료제의 발달로 난치병이었던 CML이 마치 만성병처럼 관리하는 질환으로 바뀌었다.

1999년 세계 첫 CML 치료제 글리벡이 출시되며 환자 10년 생존율이 20%에서 80%로 늘었다. 최근에는 글리벡보다 효과가 좋으면서 부작용이 적은 2세대 CML 치료제들이 나오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슈펙트(supect)’다. 슈펙트는 슈퍼(super)와 페펙트(perfect)의 합성어로, ‘가장 완벽한 효과’를 의미한다.

10년 생존율 20%에서 80%로 뛰어

혈액암 중 하나가 백혈병이다. 피를 만드는 조혈모세포가 병든 백혈구를 만들어 발생한다. CML은 백혈병의 한 종류다. 통계에 따르면 국내 백혈병 환자는 약 1만 명이다.

 백혈병은 진행 상태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나뉜다. 발병 비율은 약 8.5대1.5다. 하지만 전체 환자 비율은 6대 4다. 만성백혈병환자의 치료 성적이 좋아 생존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CML 환자의 10년 생존율도 20%에서 80%로 뛰었다.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세계 CML 환자는 전체 백혈병의 50%를 차지할 전망이다. 국내 CML 환자는 현재 약 3500명이며, 매년 300~350명씩 증가하고 있다.

 CML 환자의 생존율을 높인 건 10년 전 출시된 항암제 글리벡이다. 하지만 일부 환자에서 치료 효과가 적은 내성이 나타났다. 부종·골다공증 같은 부작용도 있었다.

 3~4년 전부터 글리벡을 개선한 2세대 치료제가 나오고 있다. 슈펙트·타시그나·스프라이셀이다. 슈펙트는 국내 제약사인 일양약품이 개발해 대웅제약이 판매하고 있다. 나머지 치료제는 모두 다국적 제약사 제품이다. 2세대 CML 치료제들은 임상시험 결과, 글리벡보다 20~300배 좋은 효과를 보였다. 암 유전자가 완전히 사라져 약을 끊는 환자 비율이 글리벡보다 3배 늘었다. 사망률도 1~2%로 낮아졌다.

그동안 100% 수입 치료제 의존

2세대 CML 치료제의 효능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우수하다. 결국 치료제의 경제성 여부가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누적 CML 환자가 점차 늘며 환자와 정부의 의료비 부담이 점차 커지기 때문이다.

 CML 치료제들의 가격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에선 2세대 CML 치료제들이 글리벡보다 저렴하고 공급되고 있는 게 특징이다. 특히 일양약품이 개발하고 대웅제약이 판매하는 슈펙트의 경제성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글리벡의 한달 약값(환자 본인 부담금 5% 기준)은 1세대 치료제인 글리벡이 12만7686원이다. 이어 타시그나 10만3725원, 스프라이셀 9만9825원, 슈펙트 9만6000원이다. 국산 치료제가 가장 저렴하다.

 슈펙트가 개발되기 전 CML 치료제는 모두 다국적 제약사 제품이어서 100% 수입에 의존했다. 세계 백혈병 표적항암제 시장은 연 약 5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2012년 1월 일양약품이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슈펙트를 개발하며 다국적 제약회사의 독점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동시에 약가 하락이라는 효과도 있었다.

임상 시험 결과 심장독성·폐부종 부작용 없어

국산 CML 신약인 슈펙트의 효과는 임상시험에서 증명됐다. 기존 치료제에 내성이 있거나 치료 반응을 보이지 않는 환자에게 잘 들었다.

 지난해 12월 미국 애틀랜타 조지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4차 미국혈액학회에서 세계 혈액종양 전문의들이 슈펙트에 주목했다. 이 자리에선 슈펙트의 임상 2상 시험 결과가 발표됐다. 동아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성현 교수가 슈펙트 치료 결과에 대해 발표했다. 기존 치료제보다 짧은 기간 내에 백혈병 유전자를 감소시켜 암이 진행되지 않는다는 게 골자였다.

 국내 연구팀은 기존 치료제(글리벡)에 내성이 생겼거나 반응을 보이지 않는 18세 이상 환자 77명에 대한 슈펙트의 효과를 연구했다. 2009년 7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국내 9개 종합병원과 인도·태국에서 임상 1·2상을 진행했다. 슈펙트 400㎎을 하루 2회 투여하며 3개월마다 추적·관찰했다.

그 결과 백혈병 유발 유전자(필라델피아 유전자)가 정상 유전자로 바뀌는 비율이 다른 치료제에 비해 높았다. 백혈병 유전자가 정상 유전자로 바뀌는 반응을 보인 환자는 64.9%에 달했다. 생존율도 높았다. 12개월째 더 이상 백혈병이 진행하지 않은 환자는 86.3%였다.

 안전성이 높고 이상 반응도 적었다. 기존 치료제에서 보이는 심장독성과 폐부종 등 심각한 부작용도 없었다.

 대웅제약 김효웅 차장은 “슈펙트가 기존 CML 치료제에 실패한 환자에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는 게 확인됐다”며 “혈소판 감소 등 혈액학적 부작용이 없는 슈펙트의 강점을 내세워 시장 확대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현재 슈펙트는 임상 3상 시험이 한창이다. 김동욱 가톨릭대 암연구소장(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을 중심으로 한국뿐 아니라 인도·태국·필리핀·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20여개 대형병원에서 24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슈펙트는 3상 임상시험이 완료되면 먼저 출시된 치료제들처럼 1차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다. 현재는 2차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황운하 기자

◆만성골수성백혈병(CML)=혈액암의 일종이다. 염색체 이상으로 생기는 암 유전자(Bcr-Abl) 원인이다. 피를 만드는 조혈모세포가 병든 백혈구를 만들어내면서 발병한다. 진행 상태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구분한다. 국내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는 약 3500명 정도다. 매년 300~350명씩 증가한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해도 난치병이었다. 요즘엔 치료성적이 좋은 항암제가 개발돼 생존율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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