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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동연 일양약품 사장 "10년 번 돈 신약개발 투자…퍼스트 아니라면 베스트 돼야죠"게시글 내용
[인터뷰] 김동연 일양약품 사장 "10년 번 돈 신약개발 투자…퍼스트 아니라면 베스트 돼야죠"
- 입력
- 2013-05-09 15:29:00
- 수정
- 2013-05-09 18:32:46
Cover Story - 일양약품
"연구개발자 60명 뿐인데 어떻게 백혈병 신물질 찾았나"…다국적 제약사들 감탄
백신사업 시작 단계…선발업체 따라잡기 보다 배운다는 자세로 접근
"연구개발자 60명 뿐인데 어떻게 백혈병 신물질 찾았나"…다국적 제약사들 감탄
백신사업 시작 단계…선발업체 따라잡기 보다 배운다는 자세로 접근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미국의 한 제약회사 사장이 묻더군요. 연구·개발자가 2500여명이나 되는 자기네 회사도 찾지 못했는데, 어떻게 해서 백혈병 신물질을 찾아냈느냐고요.”
일양약품의 신약 개발 능력은 국내 제약업체뿐만 아니라 다국적 제약사들 사이에서도 ‘연구 대상’이다. 전체 600여명의 직원 가운데 연구·개발을 맡은 사람은 60여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매출이 1400억원 수준인 중견 제약회사에서 연달아 국산 신약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것도 드문 일이다.
김동연 일양약품 사장은 그 비결로 ‘신약 아이템 선정 능력’을 꼽았다. 그는 “소화위장약 ‘노루모’가 한때 일양약품의 대표 상품이었다”며 “그걸 계기로 위장약 관련 신약을 연구한 지 22년 만에 나온 결과물이 놀텍”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퍼스트(세계 최초)’가 아니기 때문에 ‘베스트’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각오로 기존 제품에 비해 약효나 안전성이 나은 신물질을 찾는 데 온 힘을 쏟아부었다”며 “14호 신약(놀텍)을 만든 노하우를 잘 살리다 보니 슈펙트도 짧은 시일 안에 개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일양약품은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제약업계 2위에 오를 정도였다. 원비디 영비천 등 인기 드링크제 덕분이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자체 전문의약품 사업이 늦어졌고, 지난 10여년 동안 회사 연간 매출은 1300억~1400억원대에서 맴돌았다.
김 사장은 “드링크제 성공에 빠져 전문의약품 사업으로 빨리 전환하지 못했다”며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연구·개발에 집중하게 됐고 지난 10년 동안 거둔 회사 이익을 거의 모두 신약 개발에 투입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새로 내놓을 신약으로 “조류 인플루엔자(AI) 치료제인 타미플루도 통하지 않는 슈퍼바이러스를 치료하는 항(抗)바이러스 물질을 찾아냈다”며 “잘하면 국산 신약 3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일양약품은 슈퍼바이러스 치료물질 관련 논문을 미국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제출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가 국내에서 ‘1차 치료제’로 승인받는 시점을 언제로 예상합니까.
“현재 진행 중인 다국가 임상 3상 시험을 끝내기까지 (임상)인원을 77명 남겨두고 있습니다. 내년 초나 이르면 올해 말쯤 끝날 것 같습니다. 현재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2차 치료제로 승인받았지만 기존 치료제인 ‘글리벡’에 내성을 보이는 환자가 늘고 있어 상황에 따라 3상 임상이 끝나기 전에 1차 치료제로 전환할 수도 있습니다.”
▷‘슈펙트’가 갖는 의미는 무엇입니까.
“백혈병 치료제는 1년 복용 비용이 평균 1억원입니다. 지금까지 나온 단일 치료약 가운데 백혈병약이 가장 비싼 편입니다. 중국 인도 등에서는 약 한번 구경하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일 정도입니다. 보험재정에도 엄청난 부담입니다. 슈펙트가 1차 치료제로 전환하면 다국적 제약사들의 고민이 커질 것입니다. 실제로 모 다국적 제약사 고위 인사가 슈펙트 가격을 따라가야 하는지 논의하고 돌아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처럼 가격을 낮추면 세계시장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연 매출 1조원짜리 초대형 품목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다국적 제약사가 (슈펙트를) 판매한다면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백혈병은 이제 치료제를 계속 먹으면 사망하지 않는 병입니다. 새 환자는 계속 발생하고, 기존 환자는 약을 평생 복용해야 합니다. 시장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가격이 지금보다 다소 떨어지더라도 그동안 약을 먹지 못했던 중국이나 인도 등의 환자가 많기 때문에 시장성이 높습니다.”
▷다국적 제약사와의 수출계약 진행 상황은 어떻습니까.
“판권 계약을 위해 일부 회사와 접촉하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는 국내와 같은 가격으로 해외 시장에 접근하기를 원하는데, 다국적 제약사들은 해외 가격결정권을 자기들에게 위임해주기를 바라는 등 다소 이견이 있습니다.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는 중국은 현지 업체보다는 유통망을 갖고 있는 다국적 제약사를 통해 공급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신약인 ‘놀텍’도 수출을 추진 중입니까.
“유럽 제약사들의 관심이 높습니다. 잘하면 연내 수출이 가시화될 수 있습니다. 역류성식도염 세계 시장 규모가 30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잘 갖춰진 영업라인이 있는 회사라면 충분히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
▷국내에서도 최근 놀텍 처방액이 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위궤양과 십이지장궤양 치료제로 개발했던 약입니다. 식습관 변화로 역류성식도염 시장이 급팽창했습니다. 역류성식도염 적응 시험을 거쳐 지난해 추가로 승인받은 덕분에 매출이 늘고 있습니다. 놀텍은 악성 환자 치료 효능이 좋기 때문에 일선 의사들의 반응도 좋습니다. 올해는 100억~12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마진율이 굉장히 높아 회사 수익성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매출 규모에 비해 600억원 백신공장 투자는 무리가 아니었습니까.
“솔직히 말하면 굉장히 부담이 가는 투자였습니다. 당초에는 200억~300억원 규모를 예상했습니다. 막상 설계하고 보니 투자 규모가 커졌습니다. 정도언 회장이 ‘이왕 시작한 것, 제대로 해보자’며 과감하게 투자 결정을 내렸습니다. 처음 시작하는 백신 사업이라 우려하던 분들도 지어진 백신공장을 둘러본 뒤에는 생각이 달라질 정도로 최첨단 공장입니다. 계절독감백신을 생산해 국내뿐 아니라 세계보건기구(WHO) 등에 공급하고, 저개발 국가를 뚫으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시장 공략 전략은 무엇입니까.
“선발업체인 녹십자를 따라잡기보다는 배운다는 자세로 접근할 생각입니다. 녹십자가 갈색 유정란을 쓰는데 저희는 불빛에서 유정란 여부를 확안하기가 보다 쉬운 백색 유정란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독점공급 구조 때문에 선택권이 없던 백신 완제품 생산업체에도 선택권이 생겼으니 일양약품이 판매를 늘릴 여지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새로 찾아낸 슈퍼항바이러스 물질은 어떻습니까.
“바이러스는 아침 저녁으로 바뀌고, 조금만 변형되면 기존 치료제에 내성을 보이는 속성이 있습니다. 슈퍼항바이러스는 타미플루 치료제가 일정 시점이 지나면 내성이 생기는 환자들에게 효과가 있습니다. 슈퍼항바이러스는 바이러스 머리만 공격하는 타미플루와 달리, 몸통의 한복판인 허리를 공격하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투입 약물을 피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관련 논문을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제출한다고 들었습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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