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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정해균 기자 = 요새 제약업계에서 일양약품이 화제다. 세계 다국적기업이나 재벌들도 엄두를 못내는 신약을 개발해 연일 스포라이트를 받고 있어서다.
김동연 일양약품 사장(62)은 "치열한 제약경쟁시장에서 성장과 발전을 거듭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신약개발 밖에 없다"며 제약업계의 발전방안을 진단한다. 최근 일양약품은 항궤양제의 신약을 개발하는 계가를 올렸다. 일양약품은 소규의 연구진으로 항궤양제 ‘놀텍(성분명 일라프라졸)’,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성분명 라도티닙) ’, 항바이러스제 및 백신 등을 개발해 경쟁업체를 깜짝 놀라게 했다.
중소형사가 대형 다국적 제약사와 맞먹는 수준의 품목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개발성과는 김사장의 신약개발의욕이 불타고 창업자의 개발의지나 자금투자에 대한 인내심이 맞물려 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먼저 김사장은 제약분야에서 터줏대감으로 통한다. 36년간 일양약품 연구소에서 신약 연구에 몰두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도 연구소장을 겸직하고 있다 일양은 이번 신약개발의 기점으로 기업이미지를 확 바꾸었다. 오랫동안 대중에게 ‘원비디’ ‘영비천’ ‘노루모’ 등 대중성의약품에서 치료제 의약품 제약사로 전환했다.
최근 약가정책 변화 등 위축된 제약산업 환경 속에서의 생존배양길을 선택한 것이다. 일양의 변화는 김사장의 경영스타일에서 비롯되고 있다. 그는 연구소장 출신이다. 왕성한 연구개발의욕에 성격도 온화하고 인내심도 강하다.
그는 부지런하고 열성적이라고 업계와 회사직원들로부터 평가를 받고 있다. 누구보다 일찍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는 근로정신이 전문경영인이 되어서도 바뀌지 않고 있다고 모 중역이 귀뜸한다. 그는 국내 제약사 대표 가운데 유일하게 신약 개발의 전 과정에 참여한 최고경영자(CEO)로 유명하다. 한양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김 사장은 1976년 일양약품 연구소에 입사, 신약 개발과의 인연을 맺었다. "신약개발은 수십년에 수천억원의 자금이 투여되는 장정의 고난 세월입니다" 국산 14호 신약으로 전 세계 단일 시장 최대 규모인 연간 24조원에 달하는 항궤양제 시장에서 가장 우수한 약물로 평가 받고 있는 '놀텍'의 개발은 고난의 그 자체였다고 한다.
새로 발견한 후보물질을 동물에 주입시키면 약물의 독성 탓에 즉사한다. 이 같은 독성실험 단계에서 폐기처분된 후보물질만 무려 1148개. 결국 1996년 일양약품은 1149번째 시도만에 독성실험을 통과한 후보물질인 ‘일라프라졸’을 손에 넣게 된다.
9년이란 시간과 1만5300마리의 생명을 투입한 성과였다. 일양약품은 다시 12년 동안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진행했다. 신약 개발의 어려움이 숫자에서 그대로 묻어난다. 일양약품은 현재 유수 다국적 제약사와 놀텍 판권 이전 협상을 진행 중이다.
오는 9월 출시 예정인 슈펙트는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표적암치료제로 아시아에선 일양약품이 처음으로 개발했다. 10년 동안 510여 차례 신약 합성 실패 끝에 탄생한 슈펙트는 국내 신약 18번째로 등록됐다. 슈펙트는 1일 약가(800mg)가 6만4000원, 4주 약값은 179만2000원으로 책정됐다.
슈펙트 약가는 1일 약가 기준으로 현재 처방되고 있는 백혈병 치료제 중 가장 낮다. 처방이 가장 많은 노바티스사의 글리벡에 비해서는 약 47%저렴하다. 일양약품은 슈펙트의 싼 약가, 효능과 안전성을 내세워 아시아 시장부터 공략할 계획이다. 전 세계 백혈병 치료제 시장은 오는 2017년 630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양약품은 새로운 ‘슈퍼 항바이러스물질’의 연구결과를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제31회 세계바이러스학회에서 발표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복제가 후기에 작용하는 타미플루와 달리 이 슈퍼 항바이러스물질은 초기에 바이러스 복제효소 및 바이러스 표피의 탈각을 위한 융합기능 억제작용점이 밝혀지는 등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기전의 항바이러스물질로 학회의 관심을 받았다.일양약품은 현재 항바이러스 물질과 관련, 한국은 물론 전세계에 이미 특허출원을 완료했다.
김 사장은 “신약주권 확보 차원에서 30여년 한 눈 팔지 않고 연구개발에 매진해온 노력이 조금씩 빛을 보고 있다”며 “좋은 신약을 만들어 환자들에게 희망의 빛을 안겨주는 것이 제약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1980년대 중반 줄줄이 신약 연구개발에 들어갔으나, 대부분 포기하고 제네릭(복제약) 생산과 다국적 제약사의 오리지널약 제휴판매로 돌아섰다. 1900년대 초반 제약사 순위(매출기준) 2위였던 일양약품은 2001년 이후 10년에 걸쳐 연구개발에 몰두한 나머지 품목 다양화에 소홀, 현재는 연매출 1500억원대로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연구개발을 지속, 2009년 첫 신약인 놀텍과 2012년 슈텍트를 신약승인 받았다. 특히 최대주주이자 오너인 정도언 일양약품 회장의 흔들림 없는 지지는 큰 힘이 됐다. 정 회장은 2008년 회사 연구개발에 쓰라며 사재 30억원을 내놓았다. 당시 정 회장은 신주를 발행해 자신의 보유지분을 늘리면서 회사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법이 아닌 30억원을 회사에 기부하는 길을 택했다. 연구개발에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다.
김 사장은 “체질 개선에 꼬박 10년이 넘게 걸렸다. 영양제·드링크 회사를 신약 개발 회사로 바꾼다는 게 생각만큼 쉽지않았다.”고 말했다. 신약후보물질 개발과 전임상 및 임상, 양산기술 등의 신약 노하우는 현재 회사의 큰 자산이 되고 있다. 실제 일양약품이 놀텍을 개발하는데 20년이 슈펙트를 개발하는데 10년이 걸리는 등 신약 연구개발 기간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세계 최고 수준의 의약품 생산시설도 일양약품의 글로벌 도약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지난해 4월 준공한 충북 음성 백신공장은 8만9256㎡(2만7000여평) 터에 연면적 1만3361㎡(4000평) 규모이다. 연간 최대 6000만도스(1도스=한 사람이 1회에 사용하는 분량)를 생산해 국내 최대 독감백신 생산라인이다.
현재 우수의약품 품질관리기준(GMP) 인증을 위한 작업과 함께 임상시험 준비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일양약품은 계절독감 뿐 아니라 신종플루나 조류독감(AI) 등 유행병을 포함해 위암, 페암 등 각종 암백신 개발해 특화한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일양약품은 또 10년 전부터 중국 내 투자를 꾸준히 해왔고 현재 공장 2곳을 가동 중이며, 연평균 10∼15%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푸젠성의 경우 ‘원비디’의 지명도가 코카콜라와 맞먹을 정도로 인기다.
김 사장은 “신약 개발과 더불어 중국 등 해외투자 확대와 협력기업 활성화 등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He is… 1950년생/삼척고/한양대 화학공학과/아주대 대학원 분자과학기술학과(의약화학 박사)/1976년 일양약품 중앙연구소 입사/2001년 중앙연구소 전무/2008년 일양약품 대표이사 부사장/2009년 일양약품 대표이사(현)/‘대한민국 신약개발상’, ‘보건의료기술진흥사업 우수연구자’ ,‘오송 신약대상’, ‘아시아소비자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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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음성에 위치한 일양약품 백신공장은 8만9256m² 대지에 연면적 1만3361m² 규모로 연간 최대 6000만 도스의 국내 최대 독감백신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다./제공=일양약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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