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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기형,신수영 기자] SK케미칼이 국내 제약사의 지각변동의 중심축으로 등장했다.

그동안 소형 제약사들을 중심으로 인수합병(M&A)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실제로 성사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전체 제약산업의 관점에서 보면 변방의 북소리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SK케미칼이 3000억원대 제약사와 M&A를 추진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실제 성사여부와는 별도로 업계에 던지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SK케미칼의 올해 생명과학부문 매출액은 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3000억원대 제약사를 인수한다면 총 6000억원 규모 이상으로 제약업계 수위권으로 껑충 올라서게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제약업계 매출액을 보면 동아제약이 5711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한미약품 4221억원, 유한양행 4117억원, 대웅제약 4004억원, 녹십자 3667억원, 중외제약 3427억원, 제일약품 2671억원, 일동제약 2594억원, 종근당 2357억원, 한독약품 2344억원, 한독약품 2406억원 등이다.

SK케미칼이 M&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례적으로 대표이사가 'M&A 추진'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도 자신감의 표현으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해 SK케미칼에서 생명공학부문의 매출액은 3분의1 수준이었지만 이익에서는 상당한 부문을 차지했다. 이는 2001년 인수한후 지난해 합병한 동신제약의 역할이 컸다.

SK케미칼은 향후 생명과학 분야를 주력분야로 키우기로 내부방침을 정하고, 업계내 M&A 신호탄을 쏘아올림으로써 향후 전개될 제약업계 지각변동의 중심축에 자리잡겠다는 복안이 깔려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신승권 SK케미칼 생명과학부문 대표는 26일 기자간담회에서 “3000억원대 제약사와 M&A을 진행중”이라고 밝히면서도 “이견이 적잖아 실제 계약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계약까지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고, 성사여부가 불투명할 수도 있지만 회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데서 의미가 크다.

실제로 제약업계에서는 주도적으로 M&A를 이끌어갈 수 있는 회사로 SK케미칼, 유한양행 정도가 손꼽히고 있다. 큰 부담없이 5000억원이상의 현금을 동원할 수 있는 제약사가 많지 않다는 것. 황상연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의미있는 제약사 인수를 위해서는 상당한 베팅을 해야 하는 만큼 재무적 능력이 부족한 회사들은 M&A를 추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봣다.

이번 SK케미칼의 M&A 선언은 미국과의 FTA(자유무역협정) 타결로 대형화가 시급한 업계의 현실에서 업계에 바람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사와의 경쟁이 예상되는데다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으로 업계 자체의 생존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대형사간 M&A 물꼬가 트일 경우 연쇄적인 M&A로 초대형 제약사가 탄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유렵의 다국적 제약사들도 이같은 길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성장했다. 1990년대 중반 후 대규모 인수합병 바람이 불면서 전세계 상위 10대 제약사의 매출비중이 1990년 28%에서 2005년 41%가 될 정도로 대형 회사 중심으로 재편됐다. 합병을 통해 성장동력을 찾은 유럽 사례는 차치하고 근처 일본의 경우만해도 다이니치-산쿄 등 대형제약사끼리 합병을 추진해 국내 제약산업 변화와 외국 공세에 대비했다.

황상연 애널리스트는 "내수시장은 고령화로 의약품 수요가 늘 것으로 전망되지만 지속적인 약가 인하 정책으로 해외 경쟁력이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며 "내수 시장 뿐 아니라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서도 품목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하고 일정 수준 이상으로 덩치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기형,신수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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