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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투자 칼럼은 9월 krx 매거진에 실렸던 '시골의사' 박경철씨의 글입니다.
여러분들의 투자에 참고하시라고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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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는 끊임없이 뭔가 새로운 지표들을 입수하고, 그것을 해석하기 위해 늘 분주하다. 하지만 그들에게 전해지는 정보의 부하는 히말라야 꼭대기에서 굴러내린 돌덩이와 같아서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 양은 점점 많아지고, 해석은 부정확해진다.
그래서 계량경제학은 화려한 출발과는 달리, 시간이 흐를수록 성과를 내지 못하고 역량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사실 시장 혹은 경제 현상은 그것을 계측하려는 시도가 존재할 때마다 일부러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과거 1920년대에는 기업실적 하나만 해도 그것을 누가 먼저 입수하느냐에 따라 돈다발을 안겨주는 보물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거시와 미시가 뒤엉킨 경제현상과 기업요인, 그리고 시장요인까지 얽히고설키면서 특정 정보가 승리의 요인이 될 수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
계량화된 경제지표 믿을 수 있을까
최근 신문을 봐도 그런 현상은 너무나 명백하다. 하루에 쏟아져나오는 정보량이 얼마가 되든 신문마다 그것을 담아내는 시각이 다르다. 예를 들어 월스트리트저널이 예상 밖의 국내총생산 성장률을 헤드라인으로 다루었다면 바다 건너 파이낸셜타임스는 금융기관의 추가상각과 주택거래 건수의 하락을 메인 기사로 다룬다. 이쯤 되면 지표를 계량화하기 위한 방정식이 복잡해진다.
지극히 단순한 방정식이 존재한다고 가정하자. a+b+c+d+e…+y=z라고 가정하는 것이다. 이 중에서 a는 금리, b는 고용지표, c는 주택가격, d는 GDP 성장률과 같은 식으로 변수를 정해두고 각 변수는 그 중요도에 따라 가중치를 둔다. 이에 따라 a+2b+5c…+3y=z로 두고 z가 100 이하면 침체, 100~120은 중립, 120 이상이면 호황이라고 가정한다. 이후 당신은 이 방정식에 따라 경기를 예측하고, 그에 따라 주가의 움직임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아마 웃고 말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런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국내 한 증권사의 임원이 공개적으로 이러한 자신의 모델이 존재한다고 말했지만 결과적으로 그 임원은 차라리 그러한 모델이 있다는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이유는 지극히 단순하다. 경제를 구성하는 모든 변수 중에서 a는 b에 영향을 미치고, 다시 b는 c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렇게 계량화할 수 있는 예측지표는 애당초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시장을 판단할 정보를 구하길 원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해석하고 판단하길 원한다. 그래서 시장은 그것을 제공하는 사람과 다시 그것을 전하는 사람, 그리고 다시 그것을 가공하는 사람과 그것을 사는 사람의 거대한 먹이사슬을 구성하게 된다. 때문에 더 말하지 않아도 계량적 모델은 시장을 예측하는 도구가 아니라 현재 상황을 보여주는 도구며 기술적 분석에서 사용하는 이동평균선 정도의 의미 그 이상을 부여하기 어렵다.
분석의 함정에 빠지다
지극히 단순하게 생각해보자. 당장 여러분이 거래하고 있는 증권사의 리서치 자료나 아니면 대한상의 혹은 증권거래소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보면 거의 대부분 차트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차트들은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의 증감을 다루거나 혹은 고용지표나 건설투자 지표, 때로는 금리 스프레드 등을 기반으로 만든 차트들이다. 그런데 차트를 해석하는 리포트를 읽어보면 놀랍게도 이중 바닥이니(더블 딥), 삼중 바닥이니(L형) 하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고, 과거 평균 대비 과열이므로 조만간 침체가 예상된다든지 혹은 소비자 심리가 개선되고 있으니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는 식의 분석을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모든 경제전망은 오늘 이전의 과거 자료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있으며 혹은 다른 자료를 바탕으로 상대비교를 통해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부분이 이코노미스트들이 가진 분석의 함정이다. 우리는 옳든 틀리든 주식시장에서 기술적 분석가들이 그어대는 추세보다는 이코노미스트들의 현학적인 자료를 더 신봉하고 그것이 참이라고 믿을 뿐이지만 사실 두 개의 실체는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극복하는 그나마 현실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의외로 단순한 데 답이 있다.
주식시장에서 주가를 예측하는 데 모든 정보와 기술적 분석의 도구를 동원하는 순간 오리무중이 되듯이 주가예측의 기초자산인 경기를 판단하는 흐름에도 복잡다단한 정보를 모두 원용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지적 범주 안에서 해석 가능하다고 믿는 근본적이고 원론적인 몇 개의 정보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다. 그 점에서 우리가 경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 몇 가지 지표를 살펴보면 소비자 지출·실업률·고용지수·주택지수·경제성장률·금리·인플레 등이 있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증시를 설명할 때 ‘지난밤 미국시장은 악화된 고용지수에 영향을 받아 하락했다’, ‘밤새 다우지수는 금리인하에 대한 축포를 터뜨렸다’라고 말하고 우리 시장은 그에 따라 일정부분 영향을 받는다.
즉 ‘지난밤 미국시장 하락의 영향으로 시장이 급락했다’ 또는 ‘미국시장이 급등한 데 호응하여 전장에 강한 상승을 보였으나, 외국인 매도가 증가하면서 하락 마감했다’라고 하는 것이다. 결국 이것은 미국의 고용지표 하나, 주택 착공률 하나가 우리 시장에 실시간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다는 의미다. 또 이렇게 분석하고 리포트를 내는 애널리스트는 자신의 일은 그저 미국에서 새로운 경제지표가 하나 나오기를 기다리는 어린 제비나 다름없다고 자인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더 희한한 것은 한국시장은 놀랍게도 최소한 리포트만을 가지고 생각하면 자국의 고용지수나 소비자 지출 혹은 주택지표 등에는 영향받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금리를 인상하거나 인하하는 중요한 이벤트마저도 그것은 마치 시장의 예측범위 안에 있고 선반영되어 있으므로 중요치 않다고들 말한다.
그것은 어쩌면 긍정적 낙관일 수도 있지만 반면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여기에 대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다음의 원리 때문일 것이다. 선진국처럼 2차 산업 기반이 이전되고 금융 중심의 3차 서비스업의 비중이 커지면 그 시장은 금리나 유동성에 가장 큰 민감도를 보인다. 신흥국처럼 제조업의 설비가 과잉일 때는 (수출이 잘나갈 때는 과소설비) 수출 상대국인 선진국 경기에 좌우된다.
그리고 아예 두 가지가 다 이루어지지 않은 후진국은 원조나 기타 정치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때문에 우리나라는 과거에는 미국의 경기지표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았지만 지금은 3차 서비스업으로 기반이 이전되는 중인 가치중립구간이다. 오히려 중국과 같은 신흥국이 그에 민감도가 높아지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우리 시장의 분석가들은 여전히 과거의 틀에 얽매여 과거의 눈으로만 시장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 점에서 우리에게 가장 의미 있는 정보는 무엇일까? 딱 몇 가지를 선별하는 안목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그것은 다음 호에 다루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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