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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 투자 성향이 강한 고령층은 변동성이 큰 주식 투자보다 수익률이 낮아도 매달 일정 금액을 지급받을 수 있는 `자산 인출형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고령화 시대에 우량주, 배당주가 유망한 투자 종목으로 떠오르고 월지급식 상품의 인기도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사의 주요 수익 창출원도 위탁매매(브로커리지)에서 자산관리상품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 금융시장 패러다임 '투자'에서 '분배'로 변화
25일 한국거래소와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60대 이상 고령층의 주식 소유 비중은 작년 33%에서 2020년 42%, 2030년 53%로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고령층 투자자가 늘면서 금융시장의 초점은 적극적 투자에서 안정적 수익 분배로 이동하는 모양새다. 최근의 저성장·저금리 기조도 이런 움직임에 한몫했다.
앞으로 수익이 불안정한 주식투자나 수익률이 낮은 은행 예·적금은 줄고 '중위험 중수익'의 자산관리형 상품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게 금융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삼생생명 은퇴연구소 우재룡 소장은 "은퇴 후 수입원이 없는 베이비부머들은 벌써 주식을 자산에서 덜어내고 있다"며 "고령층은 주가의 단기적 변동성을 감당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최근 자산관리형 상품으로 떠오르는 게 월지급식 펀드다.
이 상품은 2007년 국내에 첫선을 보일 당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고령화와 함께 급성장했다. 목돈을 투자하고 수익금 일부를 매달 월급처럼 지급받는 것이 장점으로 꼽혔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2007년 말 491억원에 불과했던 월지급식 공모펀드 설정액은 이달 22일 현재 1조4천899억원으로 5년 만에 30배 이상 증가했다.
월지급식 주가연계증권(ELS)의 경우 지난 1년간 판매된 전체 공모 ELS의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하나대투증권 김대열 펀드리서치팀장은 "고령층의 보수적 투자성향이 금융시장의 전반적 분위기를 이끌어갈 것"이라며 "안정적으로 현금을 찾아갈 수 있는 해외채권형펀드, 주가연계펀드(ELF), 연금상품 시장도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지급식 펀드, 월지급식 ELS를 포함한 개인연금 시장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투자증권 100세 연구소의 김진웅 연구원은 "작년 말 기준으로 250조 가량인 개인연금 규모는 2020년 1천조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국보다 고령화·저성장·저금리 시대를 먼저 겪은 일본 금융시장은 이미 분배형 투자 위주로 재편된 상태다. 일본의 월지급식 상품 규모는 34조엔(한화 약 449조원)으로 전체 공모펀드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 배당주·우량주가 주목받는다
고령층의 비중이 늘어날수록 주식시장에서는 우량주, 배당주에 투자가 몰릴 것으로 보인다.
고령층은 지수 변동성에 민감한 데다 은퇴 후 생활비 마련을 위해 정기적으로 현금을 배당받기를 원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가 상승률 이외의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는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높다.
현대증권 PB리서치팀 배성진 연구위원은 "고령층 투자자는 공격적 투자로 고수익을 올리기보다 배당주에 투자해 물가상승률 이상의 중수익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 꾸준히 배당을 할 수 있는 종목에 관심이 쏠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데다 고령층 소유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인 것도 배당주가 인기를 끄는 요인이다.
사실상 '제로금리' 정책을 지속하는 미국에서는 올해 배당수익률이 처음으로 채권수익률을 앞섰다. 미국 바클레이즈 채권지수는 23일 현재 0.47%로 S&P500 기업의 평균 배당수익률인 2.23%보다 1.65%포인트 낮다.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작년 1.54%로 아직 외국과 비교해 높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고령화·저성장 시대가 도래한 만큼 앞으로 기업들도 배당을 늘리는 쪽으로 정책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
배 연구위원은 "한국 증시에서 올해 배당성향이 높은 내수주가 크게 올랐다"며 "배당주 투자가 안정적 수익률을 원하는 고령화 시대의 트렌드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의 투자성향이 분배·안정을 추구하는 쪽으로 변화하는 것은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수료가 수익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국내 증권사들엔 '악재'다.
고령화와 함께 위탁매매 수익이 급감하면 대형사 위주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증권사들이 자산관리상품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대열 팀장은 "한국과 비슷한 변화 과정을 겪을 일본의 사례를 보면 노무라증권이 고령화 초기 단계부터 개인자산관리(PB) 부문을 강화해 살아 남았다"라며 "한국 증권사들도 차별화 전략을 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witwi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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