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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합조단)의 공식 발표가 있었다. 그 내용의 핵심은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것이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24일 이명박 대통령은 남북교류 중단을 골자로 하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합조단은 북한 공격의 결정적인 증거로 어뢰의 프로펠러를 포함한 추진모터와 조종장치를 제시했다. 이번 발표로 세간에 익명의 "군 고위 관계자"나 "핵심 관계자"를 통해서만 나오던 북한 공격설이 공식화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적지 않은 사람들은 합조단의 조사결과 발표를 100%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나 또한 그 적지 않은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다. 과학연구와 관련된 일을 하다 보면 남의 말을 쉽게 믿지 않고 일단 의심부터 하는 직업병에 걸리기 일쑤다. 그래서 당국의 천안함 발표에 내가 의혹을 가지는 것은 매우 일상적인 현상이지 북한에 대한 호불호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미리 밝혀둔다. 아니, 북한에 관한 한 나는 한국의 여느 보수적인 시각만큼 북한체제를 혐오한다. 정치적으로는 좌파적 성향이라고 할 수 있는 나는 말하자면 '반북좌파'다.

이번 공식 발표, 그리고 지금까지 천안함을 둘러싼 여러 상황들에 대한 나의 의혹은 대략 다음과 같다.

[# 의혹 1] 함정 침몰의 직접적 원인

▲ 국방부는 지난 19일, 평택2함대 사령부에서 내외신기자들을 대상으로 천안함 절단면을 30분 동안 공개했다. 윤덕용 단장은 연돌부위 오른쪽 하얀 흔적(비결정체 알루미늄 산화물)은 폭발의 증거라고 밝혔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천안함

① 비결정 알루미늄 산화물 : 합조단의 발표 중에서 천안함이 어뢰로 피격되었다는 가장 결정적인 증거는 어뢰 자체라기보다 함체와 어뢰에서 동시에 발견된 흰색가루, 즉 폭발에 의해 생긴 것으로 추정되는 비결정 알루미늄 산화물이다.

합조단은 선체 연돌 등에서 다량의 흰색가루를 발견했고 그 정체를 밝혔다고 했다. 그런데 사진으로 공개된 함체 절단면을 보면 흰색가루가 절단면이나 단절된 전선 등에 걸쳐 골고루 나타나지 않는다. 만약 어뢰가 터져 버블제트로 함체가 두동강이 났다면 절단면을 따라 흰색가루가 상대적으로 많이 검출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해난구조 전문가 이종인씨는 합조단이 발표한 알루미늄 산화물이 알루미늄 재질의 선체에서 자연스럽게 생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시하기도 했다. 때문에 합조단은 구체적으로 선체 어느 부위에 얼마만큼의 흰색가루가 분포해 있는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② 파편 : 폭발물에 섞였을 것으로 예상되는 알루미늄 가루에 의한 흰색가루가 많이 검출되었음에도 함체 어디에서도 어뢰의 파편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은 미스터리다. 공식 발표 전에는 언론을 통해 매우 작은 파편조각을 발견했다는 보도도 있었으나 공식 발표문에는 선체에서 어뢰파편이 발견되었다는 말이 없다.

③ 어뢰 프로펠러 : 합조단은 어뢰 프로펠러를 제시하며 어뢰가 폭발하더라도 프로펠러 등 일부 부위가 손상을 입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합조단이 공개한 어뢰 프로펠러는 ①에서 말했던 흰색가루로 뒤덮여 있다. 이는 어뢰의 프로펠러가 폭발물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암시한다. 그럼에도 프로펠러가 거의 원형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④ 물기둥 : 합조단은 최종적으로 물기둥이 있었으며 넘어진 좌현 견시병 얼굴에 물방울이 튀었다고 발표했다. ①에 의하면 폭발에 의한 흰색가루가 함정 연돌에까지 흡착한 상황이고 그렇다면 적어도 함정 전체를 뒤덮을 만한 물기둥이 치솟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버블제트에 의한 함정파괴 동영상에서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그 정도면 견시병이 물벼락을 뒤집어 써야 한다.

⑤ 버블제트 : 합조단은 선체손상부위, 사체검안 결과, 지진파 분석자료 등을 근거로 버블제트에 의한 충격파로 천안함이 파괴되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지진파를 분석했던 숭실대 연구팀은 이미 버블제트에서 반드시 관찰되어야 하는 시간차 파동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버블제트 가능성을 기각한 바 있다. 만약 숭실대 연구결과가 틀렸다면 왜 그러한지 합조단은 설명을 해야 한다.

▲ 지난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민군합동조사단이 천안함 침몰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가운데 인양된 어뢰에 '1번'이라고 적혀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천안함

⑥ 열흔 : ①에서 발견된 흰색가루는 합조단 발표에 의하면 고온고압상태에서만 만들어진다고 했다. 그런데 공개된 TOD(티오디) 영상을 보면 그런 흰색가루를 만들 만한 고온상태를 함정 주변에서 찾아볼 수 없다. 추가로 공개된 영상은 사고발생 직후인 오후 9시 22분에 찍힌 것이다(군 당국의 발표를 믿는다면 2분 40초 정도 더 지연된다).

⑦ 파도 : 천안함이 중어뢰의 강력한 폭발과 이로 인한 버블제트로 오후 9시 22분에 침몰되었다면 한동안은 이로 인해 함정 주변에 파도가 일렁거려야 한다. 그러나 오후 9시 22분을 찍은 TOD 영상을 보면 함정 주변의 물결은 너무나 잔잔하다.

⑧ 함수와 함미 : 공식 발표에 의하면 어뢰는 천안함의 거의 한가운데를 공격했다. 그렇다면 함체가 동강난 뒤 함수와 함미의 이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함수는 우로 90도 기울어져 천천히 침몰했고 함수는 거의 그대로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버블제트에 의해서 어떻게 함수와 함미가 이처럼 비대칭적으로 침몰할 수 있는지 설명이 필요하다.

⑨ 그 외 : 외상없는 시신상태, 물고기 떼죽음이 없는 점, 큰 부상 없는 생존자, 손상되지 않은 '1번 글씨', 연어급 잠수함의 작전 및 공격능력과 운항궤적, 안쪽으로 휘어진 천안함 스크류 등은 이미 제기된 의혹들이다.

[# 의혹 2] 주변국 동향

▲ 천안함 침몰 21일만에 실종자 44명 중 36명이 주검으로 발견된 가운데 지난달 16일 오전 백령도 장촌포 함미 인양해역에서 군 관계자들이 실종자 시신 수색 작업을 재개하고 있다. ⓒ 유성호 천암함침몰

① 북한이 공식 부인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정부나 언론에서는 이번 공격이 북한이 화폐개혁의 후유증 극복과 3대 세습을 위한 내부단속용이라고 한다. 만약 그렇다면 굳이 천안함 사건을 북한 당국이 공식적으로 완강히 부인할 이유가 없다.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라면 그것은 김정일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정찰총국의 단독범행일 가능성이 높다.

② 미군의 미온적인 태도 : 천안함 사건은 한국의 방어망이 뚫렸을 뿐만 아니라 미군의 해상방어망에도 큰 구멍이 난 사건이다. 미군 입장에서는 천안함 사건이 동맹국과 함께 대규모로 적국 인근 해역에서 해상훈련을 하던 도중 동맹국 함정이 적국 공격으로 침몰한 실제 상황으로, 이는 예전 림팩 훈련 때 한국군 잠수함이 미군 항모와 이지스함 포함 수십 척을 훈련 중 격침시킨 것보다 더 충격적인 사건이다. 왜냐하면 적의 130톤급 잠수함의 잠입 경로, 잠행 유무, 도주로 등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사건 발생 두 달이 지나도록 여전히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림팩 훈련 뒤 미 해군이 항모 방어 전략을 수정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번 천안함 사건의 교훈을 미 해군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그리고 북한이 합조단 발표 내용과 같은 최첨단 스텔스 해저무기체계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군사학적으로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아직까지 미군 고위관계자가 자신들이 취합한 정보를 토대로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내놓은 군사관련 공식논평은 찾기 어렵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미군이 이번 사건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 정보는 어디까지이며 왜 아직 아무런 발표를 하지 않는 것인가? 사건 발생 직후 북한 개입 가능성을 강력하게 차단한 근거는 무엇인가?

허위사실 유포 유력일간지와 익명 관계자 책임져야

▲ 현인택 통일부장관,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 김태영 국방부장관은 24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천안함 사건 관련 합동기자회견을 열고, 유엔 안보리 회부·북한 선박의 남측해역 운항 전면불허·개성공단과 금강산지구를 제외한 남측인력 방북불허·남북교역중단·한미연합잠수함 훈련·심리전 재개 등의 대북 강경 조치를 24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 권우성 천안함 사건

이러한 의혹들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면 합조단의 공식발표는 사실이라고 믿기에 너무나 허점이 많다. 발표 직전에 인양한 터빈실에 대한 조사가 남아 있음에도 무리하게 조사결과를 발표한 배경도 의문이다. 그러나 일단 이런 의문들은 잠시 접어두고, 합조단의 발표를 일단 사실로 받아들이자.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가.

먼저 <조선일보>의 인간어뢰는 거짓임이 드러났다. 또한 물기둥이 수평으로 퍼졌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허위사실을 유포한 유력 일간지와 익명의 고위 관계자는 국민에게 큰 혼란을 초래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정부는 합조단 공식발표 뒤 직접 북한을 지목하며 다양한 방식의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유엔안보리 제소나 대규모 해상기동훈련, 남북관계의 전면적인 단절, 군사적 보복조치 등이 거론되고 있다. 대통령은 담화에서 북한 선박의 항행금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북한에게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등의 세 가지 기본 조처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이다. 북한이 이에 성실하게 응하지 않을 때에는 지금 거론되고 있는 조처들을 그 다음 단계로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정부의 태도는, 가장 중요한 진상규명은 최대한 애매한 상태로 내버려둔 채 북한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에만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이 때문에 천안함 사건을 대하는 정부의 불순한 의도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그리고 시민사회에서 계속 주장하고 있듯이 일선 지휘관과 지휘계통에 있던 장성들은 모두 군법회의에 회부시켜 군령의 지엄함을 보여야 한다. 이번 사건은 군 본연의 임무인 경계근무를 유기한 행위로 국가안보에 매우 엄중한 상황을 초래했다.

합조단 발표 신뢰받으려면, 의혹 해명해야 할 것

또한 이명박 대통령은 국정최고책임자이자 국군통수권자로서 이번 사태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특히 사후 미숙한 조처에 대해서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국토를 수호하는 것이다.

합조단의 조사결과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졌음에도, 정부와 이명박 대통령은 사건 초기 경솔하게도 북한 연루설을 강력하게 부인했으며, 심지어 최전방 백령도 시찰에 나서기도 했다. 이는 국가안보에 매우 중대한 위협행위다. 그 당시 대통령 유고 상황에 대비해 국무총리의 신변이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었는지, 유사시 군령권과 행정권의 인계 준비가 잘 되어 있었는지 지금이라도 따져 보아야 할 문제이며, 그런 위험 상황을 스스로 초래한 대통령은 헌법에 명시된 책무를 가벼이 여긴 데 대해 사죄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24일 발표한 대통령 담화에는 이런 반성과 사죄가 없다.

한편 북한은 자신의 무죄를 말로만 항변할 것이 아니라 당시 의심받는 잠수함의 동태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는 등 북한 군부를 대상으로 한 자체적인 진상조사를 벌여야 한다. 그리고 북한이 직접 당사자로 거론되는 만큼 북한만의 검열단이 아니라 객관적인 결과를 담보할 수 있는 국제적인 조사단을 구성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물론 우리가 북한에게 이런 요구를 하려면, 북한이 천안함을 공격했다는 우리 합조단의 조사결과가 공평무사함을 먼저 증명하고 각종 의혹들을 신속하게 해명해야 할 것이다. 다른 의견을 냈다는 이유만으로 야당추천 위원을 고소한다든지 합조단 인적구성사항을 공개하지 않는다든지 하는 행위는 합조단의 결과에 의심만 더할 뿐이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만약 합조단의 투명성이 지금처럼 계속 의심을 받는다면, 비극적인 천안함 사건은 선거를 앞둔 희대의 '친위 쿠데타'로 기억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