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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에 거주하는 미혼인 A씨(35)는 편의점에서 구입하는 김밥이나 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울 때가 많다. 때마침 자신과 같은 사람을 겨냥한 맞춤형 실속 제품이 부쩍 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20대 여성 직장인 B씨는 출퇴근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게임 ‘드래곤 플라이트’를 즐기는 재미에 빠졌다. 이 같은 일반인들의 생활 패턴 변화와 주가는 상관관계가 있을까. 전문가들은 편의점 매대에 전시된 상품 구성이나 지하철 객차 안 풍경이 증시 트렌드를 읽는 바로미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상승 종목, 편의점에 다 있다.

하반기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범편의점주(株)’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편의점주와 편의점에 주력 제품을 납품하는 소비재주 상당수가 20~90%대 급등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이 3.0%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상승폭이 두드러진다. 이는 경기 불황이 계속되고 회복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면서 소비 패턴이 보수적으로 변화한 트렌드를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편의점협회에 따르면 2006년 6800개에 불과하던 편의점 수는 불과 5년 만에 2만개를 돌파하는 등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GS리테일은 올 6월 이후 34.7% 올랐다. 경기 불황 영향으로 백화점 슈퍼마켓 등 전통 유통업체 수익은 줄어든 반면 주거지와 가깝고 생필품 위주로 판매하는 편의점 매출은 늘어난 영향을 받은 것이다. 3분기에 편의점 체인인 ‘GS25’사업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 31.1% 상승했다.

편의점에서 많이 팔리는 제품을 납품하는 기업들도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다. 편의점의 주요 판매 품목은 주류와 가공식품 담배 과자류 등이다. 바나나맛우유 등을 편의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빙그레는 10월 이후 25.9% 급등했다. 하반기 들어 90.2% 오르며 주가가 두 배에 근접했다. 햇반으로 1인 가족 등을 공략하고 있는 CJ제일제당은 10월 이후 9.3% 상승했다.

싱글족을 겨냥한 소량 포장상품인 ‘6쪽식빵’과 호빵 패키지를 선보인 삼립식품도 같은 기간 54.7% 뛰었다. 주류제조업체 하이트진로(33.5%)와 에너지음료 ‘핫식스’를 만드는 롯데칠성(2.5%), 박카스를 공급하는 동아제약(11.4%)도 약 한 달 동안 적지 않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편의점은 24시간 영업체제를 갖추고 있어 맞벌이 부부나 독신자들이 이용하기에 편리한 데다 고령화가 진행될 수록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생활 필수품 중심으로 구성돼 경기 변동의 영향을 적게 받는 편의점 히트상품 종목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투자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15일 안전상비의약품의 편의점 판매가 허용되는 점도 편의점주에는 호재다.

○게임주 트렌드, 지하철에서 확인

‘드래곤 플라이트’ 등 모바일 게임들이 불과 한두 달 새 ‘국민게임’으로 불리던 ‘애니팡’을 몰아내고 출퇴근길 게임계의 지존에 등극하면서 관련 게임주도 요동치고 있다. 와이디온라인은 ‘애니팡’의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왕좌’를 넘겨받은 ‘드래곤 플라이트’ 운영을 맡고 있는 덕에 13일 0.35% 오른 566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조정 국면이긴 하지만 하반기 들어 157.3% 오른 수준에서 선방하고 있다. 반면 경쟁 게임인 ‘캔디팡’ 관련주는 조이맥스가 1.61% 떨어지고 위메이드가 1.14% 하락하는 등 소폭 약세를 보였다. 모바일 게임시장 판도가 급변하면서 관련주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김철범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월가의 전설적 투자자 피터 린치는 출근길에 사람들이 도넛을 사먹기 위해 길게 줄을 선 것을 보고 ‘던킨도너츠’에 투자하는 등 일상생활 속 소비 패턴 변화에 민감했다”며 “생활에서 시장의 흐름을 미리 읽는 것이 투자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