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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길지만 읽어보면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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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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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35 2005/04/28 12:38

게시글 내용

 

[백수이야기]

 

 

#백수#

내가 단골로 이용하던 만화방집 주인이 바뀌었다.
어떤 삭막하게 생긴 아저씨가 가게를 보고 있었다.
저 아저씨하고 사귈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다.

#만화방아가씨#

드디어 꿈에 그리던 만화방을 차렸다.
만화도 보구 돈도 벌구 일석이조다.
어제는 만화방을 삼촌에게 지키게 했더니 삭막한 놈들만 만화방에 와 있었다.
오늘부터 열심히 나의 이 공간을 꾸며야지...

#백수#

도저히 만화가 보고싶어 안되겠다.
저번에 칼 맞고 떨어진 그 새끼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 미치겠다.
만화방에는 젊은아줌마가 지키고 있다.
그때 그 삭막한 아저씨 마누란가 보다.
나이 차가 엄청 많이 나 보인다.
담에 그 아저씨하고 친해지면 젊은 마누라 얻는 법이나 배워야 겠다.
저 아줌마가 불쌍해 보였다.

#만화방아가씨#

생각 대로 만화책을 보며 돈을 버니 사는 보람을 느낀다.
내일은 오디오를 설치하고 클래식 음악이나 틀어야겠다.
음악 속의 독서. 생각만해도 너무 낭만적이다.
오늘은 왠 백수같은게 불쌍한 듯이 날 쳐다봤다.
저 자식이 왠지 한 권 책 값으로 여러 권 보는 부륜거 같은 느낌이 왔다.
단단히 감시해야지...

#백수#

만화방에서 왠 클래식...?
저 아줌마 옛날에 다방레지였던 거 같다.
그럼 그때 그 아저씨는 기둥서방인가부다.
저 아줌마가 가여운 생각이 들었다.
한 권 값으로 책 세 권을 봤다.
오랜 경험에서 오는 빠른 동작이다.
저런 초짜 아줌마가 눈치 챌 리 없다.

#만화방아가씨#

그 백수같은 자식이 또 불쌍한 눈초리로 날 쳐다봤다.
재수 없다.
뭔가 이상한 짓을 하는 거 같아 보이는데 단서를 못잡겠다.

#백수#

만화방 아줌마가 음악을 들으며 꾸벅꾸벅 졸고있다.
어찌 보면 이쁜거도 같다.
배가 고파 "여기 아줌마 라면 하나요."라고 말했다.
그 아줌마가 졸라 열 내며 "여긴 라면 안해요... 아저씨."라고 받아쳤다.
안하면 안하는 거지 화는 왜 내는지 모르겠다.
어제 기둥서방한테 대들다 맞았나보다.
신경이 날카롭다.
내가 만화방경력 10년에 라면 안 끓여주는 만화방은 첨이다.

#만화방아가씨#

자꾸 졸음이 온다.
디따 심심하다.
오늘 신간 올 때 까지는 할 일도 없다.
또롯또 테잎 하나 사서 틀어야겠다.
단골 백수녀석이 날 아줌마라 놀렸다.
아직 남자 손 한 번 못 만져본 수처녀 한테 아줌마 라니....
저녀석 졸라 밉다.
내일은 화장하고 나와야겠다.

#백수#

주인 아줌마가 화장을 하고 나왔다.
좀 야리꾸리해 보인다.
남편되는 사람이 잠자리를 자주 같이 안해주나 부다.
트롯트 음악이 나오는 걸루 봐서. 기둥서방이 제빈가 부다.
근데 왜 주인아저씨는 한 번도 보이지 않는 걸까...
쥐포 천원어치를 구워달랬다.
그 아줌마가 쥐포를 굽다가 손을 대었다.
단골집 주인이라 할 수 없이 옆 쌀집에 가서 간장을 얻어다 발라주었다.
고마운 마음이 들었나?
아줌마가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만화방아가씨#

그 단골백수가 내 이쁜 얼굴을 보더니 눈이 개슴츠레해졌다.
역시 내 미모는 감출 수가 없나부다.
그 녀석이 쥐포를 구어 달랬다.
독서하면서 뭐 먹는 녀석이 낭만이 있을 리 없다.
디었다.
엄청 아팠다.
그 백수녀석이 간장을 얻어다 발라주었다.
진짜 황당한 녀석이다.

#백수#

앗! 오늘은 그 아줌마가 없다.
그때 삭막한 아저씨가 만화방을 보고 있다.
주기를 따져 보니 한 달에 한번은 집에 들어오나 부다.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그 아줌마가 돌아왔다.
그리고 그 아저씨보고 삼촌 고맙다며 인사를 했다.
그럼 저사람이 남편이 아닌가벼...
주인 아줌마를 썩 쳐다봤다.
외출복을 입은 그녀가 오늘 따라 섹시해 보인다.

#만화방아가씨#

오늘은 한 달에 한 번 있는 동창 곗날이라 삼촌보고 만화방을 봐달랬다.
좀 꾸미고 친구들과 만나 재밌게 놀았다.
만화방에 돌아왔을때 그 백수녀석이 나가다 말고 나를 이상한 듯 쳐다봤다.
마약 맞은 놈 같다.

#백수#

오늘 큰맘 먹고 아줌마한테 "아줌마 진짜 라면 안돼요?" 라고 물었다.
아, 실은 아줌마. 아줌마 맞아요? 라고 물어봐야 했는데...
주인 아줌마가 그랬다.
"나 아줌마 아녜요. 라면도 안해요..."
신경질적인 답변이 왔다.
아줌마가 아니랜다.
기뻤다.
자세히 보니 무진장 예뻐보였다.

#만화방아가씨#

그 백수녀석이 또 날 아줌마라고 놀렸다.
라면하구 원수진 녀석 같다.
라면 안 된다고 했는데 상당히 기쁜 표정을 짓는다.
경계해야 될 놈이다.

#백수#

아침 문 여는 시간에 그녀를 보러 만화방에 갔다.
금방 밥 먹다 나왔나 부다.
얼굴에 밥 풀이 묻어 있다.
이제는 그 모습도 귀여워 보인다.
그래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마도 난 그녀를 좋아하기 시작 했나부다.

#만화방아가씨#

백수녀석이 아침부터 밥도 못 먹게 들이닥쳤다.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나?
날 보고 실실쪼갠다.
단골이라 뭐라 할 수도 없는 내 신세가 처량했다.

#백수#

그녀가 오늘은 왠일로 치마를 입고 앉아있다.
너무 뇌쇄적이다.
다리가 참 이쁘다.
이래선 안된다 라고 마음을 달랬지만 자꾸 눈이 그녀의 다리로 간다.
앗! 치마 안쪽에 빨간 속옷이 살포시 비쳤다.
오늘밤은 잠 못잘 거 같다.
그녀의 빨간 팬티를 보았다는 생각을 하니..
왠지 가슴이 벌렁거려서 만화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만화방아가씨#

오늘 왠지 치마가 입고 싶어졌다.
근데 게슴츠레한 그 백수녀석 눈빛이 떠올랐다.
쪽 팔리긴 하지만 고등학교때 입던 빨간 체육복을 안에다 껴입었다.
백수 그녀석이 만화책 보다 말고 벌벌떨면서 나갔다.
약기운이 떨어졌나보다.

#백수#

점점 그녀가 좋아진다.
어떻게 하면 그녀의 눈에 띠게 할까 고민이다.
만화방에 오는 모든 녀석들과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겠다.
그러나 그녀한테 말 건네는 게 이제는 부담스럽다.
점점 그녀 앞에 위축되어 가는 거 같다. 그녀가 내 얼굴이나 알까...?

#만화방아가씨#

오늘도 그 백수녀석이 왔다.
다른 놈들보다 유독 그가 눈에 띠는 건 왜일까?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겠다.
그 백수녀석이 라면 안 끓여줬다고 삐졌나 부다.
요즘은 쥐포도 안 시켜먹고 만화책에만 열중하고 있다.

#백수#

그녀의 눈에 띠기 위해 목욕 재개하고 옷도 깔끔하게 차려입고 만화방에 갔다.
역시 예상대로 그녀가 날 쳐다보았다.
여자는 역시 외모에 약한가 부다.
이제 그녀의 눈에 띠는 건 시간문제다.

#만화방아가씨#

오늘은 그 백수가 오지않았다.
그와 비슷한 녀석이 있었는데 너무 깔끔했다.
맨날 오던 그 녀석이 안보이니 허전했다.
다음에 라면 끓여 달래면 눈 딱 감고 하나 끓여줘야 겠다.
상당히 속이 좁은 녀석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백수#

오늘은 양복을 쫙 빼입고 만화방에 갔다.
만화방안에 있던 녀석들까지 날 쳐다본다.
이정도면 확실히 그녀 눈에 띨게 틀림없다.
그녀가 자꾸 쳐다보았다.
다음에는 용기를 내어 말을 걸어보자.

#만화방아가씨#

만화방에 왠 양복입고 온 놈이 있다.
무척 낯이 익은 얼굴이다.
만화방안에 있던 녀석들이 조기 실업잔가 부다하고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자세히 보니 그 백수녀석이다.
무슨 흉계를 꾸미는 거 같다.
잘 때 문단속 잘해야겠다.

#백수#

큰 맘 먹고 그녀에게 말을 걸어 볼려고 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만화책 뒤지는척 그녀를 몰래 쳐다보기만 했다.
나약한 내 모습이 싫었다...
계산할때도 아무 말도 못하고 돈만 홱 던져주고 도망치듯 나왔다.

#만화방아가씨#

그 백수가 만화책을 뒤적이며 날 쳐다본다.
오늘은 기필코 단서를 잡아 내고 말거다.
근데 녀석이 나갈 때 만원짜리 던져주고 거스름돈도 안 받고 나가 버렸다.
내가 오해한 걸까...?
라면 사다 놓으라는 계시일까?
이상한 놈이다.

#백수#

오늘도 말을 걸지 못했다.
내 자신이 한심스럽다.
자꾸 만화책꽂이만 서성거리며 그녀를 훔쳐보기만 했다.

#만화방아가씨#

그 백수녀석이 요즘 이상하다.
나에게 무슨 할 말이 있는 거 같다.
자꾸 만화책꽂이를 돌아다니기만 할뿐 책을 보지는 않는다.
무얼 찾는 거 같다.

#만화방아가씨#

그 백수 녀석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제서야 알겠다.
성인 야한 만화책...
난 그러구 싶지 않은데...
단골을 잃지 않으려면 할 수 없다.
내일 당장 구해다 꽂아놓아야 겠다.

#백수#

오늘 드디어 결심을 했다.
최대한 호흡을 가다듬고 그녀 앞으로 갔다.
그리고 "저기..."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녀가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뻤다.
내가 고백하기를 기다린건가?
근데, 내가 다시 입을 열기도 전에 손으로 어디를 가리켰다.
무슨 의미인지 몰라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 보았다.
엄청 야한 성인만화가 많이 꽂혀 있었다.
그녀는 이책들을 재밌게 본 모양이다.
나도 재밌게 보라고 권유하는 야릇한 미소를 짓고 있다.
많이 밝히는 여자같다.
그녀의 순수한 이미지가 깨질려고 한다.

#만화방아가씨#

그가 드디어 말을 걸었다.
좀 쪽팔린가부다.
그럴만두 하지...
그가 원하는걸..
이미 준비해둔 나는 그가 더 이상 쪽팔리지 않게 하기 위해..
손으로 그 곳을 가르켜 주었다.
기쁜 표정으로 짤래짤래 그곳으로 가는 그 백수 뒷모습이
조금 귀여워 보여 미소를 지어 보여 주었다.

#백수#

순수해보이던 그녀가 매일밤..
혼자 저런 야한 만화책을 쌕쌕거리면서 보는 거 같아..
의심스런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저도 저걸 밤이 깊도록 본 모양이다.
오전부터 졸고있다.
하지만 여전히 난 그녀를 좋아한다.

#만화방아가씨#

어제 밤 늦게까지 음악에 젖어 소박한 사랑이야기를 꿈꾸다 잠을 못 이루었다.
몹시 졸리다.
졸고 있는데 그 백수가 왔다.
그도 졸린 눈을 하고 나를 쳐다본다.
저런 눈은 왠지 음흉스럽다.
집에는 잔뜩 음란잡지가 쌓여 있을 거 같다.
여전히 저 백수는 경계심을 일으키게 한다.

#백수#

그녀를 생각하며 시 한편 적었다.
애틋한 감정이 솟구친다.
밤에 그녀 만화방 주위를 서성거려 보았다.
닫힌 만화방 창문 사이로 작은 불빛이 비쳤다.
피곤한 하루를 접고 잠을 이루는 그녀만의 공간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이리라.
그녀는 오늘 무슨 생각을 하며 잠을 청하고 있을까...?
별빛 같은 미소를 머금고..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 작은 불빛의 공간 안에서 오늘과의 작별을 아쉬워 하고 있을 것이다.
그 불빛을 뒤로 하고 그녀를 생각하며 난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만화방아가씨#

변비 때문에 죽을 지경이다.
나같이 이쁜 숙녀한테 하늘이 시기하며 내린 벌 같다.
벌써 한 시간째 화장실에 앉아 있다.
오늘은 꼭 성공하리라 다짐하지만 여간 힘이 쓰이는 게 아니다.
찡그린 얼굴 때문에 주름살이 생길까 걱정이 된다.

#백수#

그녀가 오늘은 왠지 헬쓱해 보였다.
무슨 고민이 있는 거 같다.
용기를 내어 힘내세요. 란 말을 남기고 만화방을 나왔다.
내가 생각해도 멋있는 말을 남긴 거 같다.
그녀가 내 마음을 알아주어야 할텐데...

#만화방아가씨#

그 녀석이 어제 변비 땜에 고생한걸 어떻게 알았을까...? 귀신 같은 놈이다.
"힘내세요." 분명 날 놀린 말이 틀림없다.
그가 요즘 좀 좋아 질려고 했는데,
나의 아픈 곳을 그렇게 매정하게 긁고 가다니... 원수 같은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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