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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는 기업의 가치를 재는 척도다. 주가에는 기업의 경영실적과 업황, 정치·사회적 변수들이 종합적으로 반영된다. 국내 주요 대기업 상장사들의 주가동향을 살펴보면 엔화 약세에 따른 한국 수출기업들의 경쟁력 약화와 북한 리스크 같은 거시경제 변수가 기업들에 어느 정도로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할 수 있다. 그룹 총수의 법정 소송에 따른 경영공백 같은 리스크도 즉각적으로 반영된다.

○엔저와 업황악화가 양대 고민

10일 증권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가 국내 16개 주요그룹 129개 상장사의 올해 월별 주가동향을 분석한 결과 국내 대기업들은 글로벌 경기회복의 수혜를 아직 못 받고 있는 데다 일본의 공격적인 엔저정책의 피해를 크게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서 내수산업보다는 ‘중후장대형’ 수출산업 비중이 큰 현대차, 현대중공업, 포스코, 한진, STX,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 상장사들의 주가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상대적으로 선방한 삼성그룹과 LG그룹 내에서도 삼성엔지니어링과 LG화학 등 장치형 산업이 4개월 연속 하락하는 등 부진했다.

엔저 직격탄을 맞은 현대차그룹은 기아차가 1월(-8.50%)과 4월(-7.19%)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을 비롯해 그룹 주력사들이 시종일관 동반 약세를 보였다. 그룹 내 10개 상장사 중 현대건설과 현대하이스코가 4개월 연속 하락했다. 기아차, HMC투자증권, 현대제철, 현대비앤지스틸,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 6개사는 4개월 동안 3개월간 주가가 떨어졌다. 대부분 월별 낙폭이 5~11%대에 이를 정도로 충격이 컸다.

미국 등의 경기회복 온기가 한국 기업에까진 전해지지 않으면서 산업재 관련 종목들도 모두 부진했다. 포스코그룹은 주력사인 포스코가 2월부터 3개월 연속 주가가 떨어졌다. 낙폭도 2월 -0.84%, 3월 -7.78%, 4월 -4.29%(9일 현재)로 커지면서 우려를 키웠다. 현대중공업그룹에선 대표주인 현대중공업이 4개월 연속 하락했다. STX그룹 역시 그룹 내 5개 상장사 중 STX팬오션과 STX엔진을 제외한 3개사가 4개월 연속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STX팬오션과 STX엔진마저도 매각설이 돈 1월에 반짝 상승하는데 그쳤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의 삼성전자 의존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며 “엔저에 북한 리스크 등 악재가 겹치면서 화학, 조선, 철강, 해운 등 국내 산업의 큰 축을 이뤘던 분야들의 회복세가 더디다”고 지적했다.

내수 소비재 비중이 높은 롯데와 GS, CJ그룹주들은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롯데제과가 4개월 연속 상승한 것을 비롯해 GS리테일, CJ헬로비전, CJ CGV 등이 가파른 오름세를 유지했다.

○오너 경영공백에 따른 후유증도

소송 등으로 장기 경영공백 상태를 빚고 있는 그룹 계열사들도 주가가 회복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계열사 자금 횡령 혐의로 최태원 회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SK그룹은 17개 상장사 중 절반 이상인 8개사 주가가 3개월 이상 하락했다. SK증권, SK네트웍스는 4개월 연속 떨어졌다. 경기방어주인 SK텔레콤을 제외하곤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는 종목을 찾을 수 없다.

지난해 8월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김승연 회장이 법정구속된 한화그룹도 6개 상장사 중 4개사가 3개월간 주가가 떨어졌다. 주력인 한화생명은 매달 2.43~7.47%씩 빠졌다. 유일하게 선방하던 한화타임월드마저 이달 들어 7.31% 하락으로 돌아섰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