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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자문단 ‘서경 클린 프로젝트’ 추진 중게시글 내용
▲ 지난 3월 31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총장 취임식 참석차 대구를 방문, 동남권 신공항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정부의 신공항 백지화 결정에 대해 “다음 대선 공약으로 재추진하겠다”고 뜻을 밝혔다. 뉴시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측이 수도권 공략의 일환으로 초대형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정가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몇몇 자문교수와 측근 의원들은 올해 초부터 서울과 경기 지역을 거대한 하나의 공원으로 꾸미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아직 미완성 단계이긴 하지만 2012년 대선 공약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 경선에서 ‘패인’ 중 하나로 지목됐던 박 전 대표의 수도권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히든카드’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최근 박 전 대표의 신공항 백지화 발언 이후 수도권 민심이 심상치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그 필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는 모습이다. 박 전 대표 진영에서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일명 ‘서경(서울-경기) 클린 프로젝트’를 <일요신문>에서 단독 공개한다.
지난 3월 말 한 여론조사기관이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박 전 대표는 지지율 41.9%로 부동의 1위를 기록했다. 2위권인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11.4%), 김문수 경기지사(9.2%), 손학규 민주당 대표(8.7%) 등을 크게 앞서며 ‘대세론’을 입증했다. 그러나 수도권 지지율만 ‘따로’ 살펴보면 박 전 대표의 1위는 다소 불안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박 전 대표의 수도권 지지율이 33.9%로 영남(56.7%)과 충청(69.5%)은 물론 강원(39.4%)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기 때문.
친박 일부 의원들은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불모지인 호남에서조차 두 자릿수 지지율(14.9%)을 얻은 것에 비추어봤을 때 사실상 수도권 여론 잡기에 실패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윤호석 정치컨설턴트는 이와 관련해 “최근 1년간 실시했던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박 전 대표에게 수도권은 반드시 잡아야 할 ‘산토끼’임에 분명한데도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수도권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자 친박 내에서도 조바심을 내는 기류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청계천 등을 앞세워 수도권 여론몰이에 성공했던 이명박 대통령에게 패했던 ‘악몽’이 되살아났기 때문이었다. 당시 경선이 끝난 후 친박 측은 수도권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에게 뒤처졌던 것을 경선 패배의 한 요인으로 꼽기도 했다. 2012년 경선에서도 한나라당 주류인 친이계가 또 다시 수도권 세를 결집해 박 전 대표와 맞붙는다면 그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실제로 이재오 특임장관을 주축으로 한 친이계는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등 수도권 자치단체장 출신 ‘잠룡’들을 박 전 대표의 ‘대항마’로 오래 전부터 저울질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전 대표 측근 의원들 역시 수도권을 위한 ‘맞춤형’ 대책의 필요성을 외치고 있다. 영남 출신의 한 친박 의원은 “수도권 청·장년층 사이에 박 전 대표는 ‘완고한 영남권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로 각인된 것 같다. 쉽게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 같고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수도권 조직싸움에서 친이계를 앞서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이를 만회하기 위해선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해야 한다. 조만간 여러 대책들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를 외곽에서 지원하는 자문그룹 역시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한다. 박 전 대표와 가끔 만나 여러 현안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고 있는 정치권의 한 원로 인사는 “수도권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하기만 하면 되겠느냐”면서 “(대책을 마련 중인데) 솔직히 박 전 대표가 그동안 수도권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반성부터 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다. 수도권 민심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일요신문>은 박 전 대표의 한 자문단이 올해 초부터 수도권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구체적인 공약 개발을 해오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 자문단에 속해 있는 한 대학교수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을 아름답고 깨끗하게 재정비하는 획기적인 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 박 전 대표 측근 의원 두 명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박 전 대표 역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우선 서울과 경기를 7~8개 권역으로 나눠 특성에 맞게 꾸민 뒤에 전체로 연결하는, 하나의 거대한 공원을 만들 것이다. 오감을 만족시키는 새로운 형태의 도시를 염두에 두고 있다. 한강, 북한산 등 기존 자연을 최대한 이용할 뿐 아니라 세련된 디자인도 가미할 것이다. 수도권 지역 주민들 삶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업에 들어가는 재원은 지방자치단체와 국가가 ‘2 대 8’ 정도로 분담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 구체적인 명칭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자문단 사이에 이 사업계획은 ‘서경(서울-경기) 클린 프로젝트’로 불리고 있다고 한다.
자문단이 이 프로젝트 구상에 착수한 것은 1월 중순경부터다. 박 전 대표 싱크탱크로 불리는 ‘국가미래연구원’이 출범(2010년 12월 27일)한 지 약 보름 만의 일이다. 이밖에도 박 전 대표 주변엔 정책과 공약 개발 등을 맡고 있는 자문그룹들이 여러 개 더 있다고 한다. 대부분 비선라인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의 자문단 교수는 “자문그룹에 몸담고 있는 인사들은 동지이면서 경쟁자이기도 하다. 박 전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대의로 뭉치긴 했지만 또 한편으론 박 전 대표 눈에 들기 위해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면서 “국가미래연구원이 주목을 받자 우리 내부에서도 뭔가 실적을 내놔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 일환으로 서경 클린 프로젝트가 나온 것”이라고 귀띔했다.
윤호석 정치컨설턴트는 “대선주자 주변엔 수십 개의 외곽 그룹이 있다. 그중에서 (경쟁해) 공을 세워야 정권을 창출하는 데 성공할 경우 인정을 받을 수 있고 뭔가 ‘떡고물’도 떨어지는 것이다. 현 정권에서 (대선 공신 조직인) 선진국민연대를 봐도 알 수 있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자문단은 2개월 넘게 작업한 서경 클린 프로젝트의 기초적인 사안들을 3월 말 친박 핵심 관계자들에게 전했다. “규모가 너무 커 실현 가능성이 적다” “비수도권 지역이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 등과 같은 비판이 먼저 나왔지만 “수도권 민심을 얻기 위한 괜찮은 아이디어”라는 반응이 커지면서 “완성될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신중론이 주를 이뤘다고 한다. 박 전 대표도 관련 내용들을 보고받고 우호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측근들은 박 전 대표와 맞붙을 가능성이 높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지사의 ‘현직 프리미엄’을 깨기 위해선 이들보다 더욱 규모가 큰 사업을 공약으로 내놔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현재 오 시장은 한강 르네상스와 디자인 서울 등을, 김 지사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인 GTX 사업을 역점 사업으로 선정하고 추진 중이다. 영남 지역의 한 친박 의원은 “세종시와 신공항 백지화 사태를 겪으면서 박 전 대표가 잃은 것도 있지만 얻은 것도 있다. 그것은 바로 박 전 대표가 약속을 지킨다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줬다는 것이다. (그 프로젝트와 관련해) ‘실현 가능성이 적다’는 지적은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경 클린 프로젝트는 박 전 대표가 정부의 신공항 백지화 결정에 대해 “다음 대선 공약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이후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자칫 악화될 수도 있는 수도권 여론을 돌려놓기 위한 비장의 무기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친박 내에선 이 프로젝트를 조기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자문단은 이 프로젝트가 2012년 대선에서 박 전 대표의 핵심 공약으로 채택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앞서의 자문단 소속 교수는 “세종시 이전 논란 당시 박 전 대표 수도권 지지율이 속수무책으로 내려가지 않았느냐. 반면 충청권 지지율은 아직까지도 6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것을 공약으로 내걸 경우 수도권 지지율 하락을 막고, 상승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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