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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브 프라임 모기지(신용도가 낮은 계층에 대출해준 주택자금) 소동은 우리에게 낡은 경제학을 믿지 말라고 가르치고 있다. 경제원론 교과서의 법칙과 공식이 하나 둘씩 깨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국민 경제, 국가 경제의 틀이 거의 죽어가고 있음을 절감한다. 아무리 잘나가는 경제라도 주가 폭락이라는 전염병에 감염되면 어느 나라든 피할 길이 없다. 주택 금융 부실은 미국의 골칫거리지만 프랑스 파리바 은행이 가장 먼저 중환자로 발병, 24시간 내 전 세계로 번졌다. 주택 금융 부실이 심각하지 않은 일본·한국까지 환자가 되고 말았다.
수습 과정도 마찬가지다. 유럽·일본·호주가 수백조원씩 돈을 살포해도 안되더니 미국까지 나선 후에야 안정되었다. 세계 경제라는 큰 쇼핑몰이 있다면 개별 국가 경제는 셋방살이하는 존재로 밀려났다. 이 시대는 한국이 혼자 잘해봤자 나홀로 고도 성장을 즐길 수가 없다는 뜻이다.
국가 경제의 몰락과 함께 각국 정부나 경제 관료세력, 그리고 중앙은행의 파워도 죽어가고 있다.
가까이서 우리가 목격한 사례가 한국 정부다. 이번 파장에서 청와대, 재경부, 한국은행이 손댈 만한 정책 수단은 없었다. 강대국들이 어떻게 대처하는지 눈치 살피며 안정되기만을 기다리는 구경꾼 처지로 전락했다. 정부가 했던 일이라고는 부총리와 차관이 금융위기가 올 것인가를 놓고 서로 반대 견해를 발표하는 촌극을 벌인 것이 고작이었다.
대통령이 앞장서고 관료와 기업인이 단합해 질주하면 무서울 게 없었던 박정희·전두환식 성장경제학은 무덤에 파묻혔다고 보면 된다. 대통령이 나서도 안 되고, 경제부총리와 한국은행 총재가 함께 나서도 안 풀리는 일이 늘 발생하는 시기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배워야 할 또 다른 시대 조류(潮流)는 잉여자금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뀐 점이다.
전문가들은 돈의 홍수 속에 지구 경제가 풍덩 빠졌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전쟁 중인 미국은 달러를 찍어냈고, 9·11 테러나 금융 위기 때마다 각국은 돈 풀기 경쟁을 벌였다.
그동안 우리가 배운 경제학에서 볼 때 이 정도면 수십%, 수백%씩 물가가 오르는 인플레로 많은 나라가 몸살을 앓아야 마땅하다. 더구나 원유 폭등까지 감안하면 상품값 상승, 임금 상승 파동을 견디다 못해 ‘그 다음에는 전쟁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고 있다. 잉여자금이 전 세계 부동산과 주식 가격에 버블을 조장한 것이 사실이지만 중국과 인도, 동남아 등에 건설적으로 투자되었기 때문이다. 세계 호황을 이끌어가는 ‘성장 통화(通貨)’ 내지 ‘개발 통화’ 역할을 훌륭하게 맡아준 셈이다.
글로벌 잉여자금은 실업자로 살아 왔던 중국·인도의 25억 인구를 번듯한 공장 노동자로 변신시켜 주었다. 덕분에 세계는 그들이 만들어낸 값싼 생필품을 손에 넣을 수 있었고, 인플레 압력에서도 해방되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돈이 많이 풀리면 물가가 오른다고 가르쳐 온 낡은 경제학에 기대어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다.
이번에 최후의 소방관으로서 불길을 잡은 미국도 따지고 보면 정통 경제이론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수수께끼의 경제다. 엄청난 무역 적자와 재정 적자 때문에 곧 망할 것이라던 미국은 10년 이상 호황을 즐기고 있다. 마이너스 저축 상태인 미국의 병적인 체질 때문에 투자도, 성장도 멈출 것이라고 걱정하던 학자들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
그들이 틀린 이유는 글로벌 경제라는 넓은 숲을 보지 못하고 미국이라는 좁은 틀만 연구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미국 내에서 돈을 벌어 쓰던 구조에서 벗어나 다른 나라 주식과 부동산, 중국·인도의 공장에 투자해 돈을 버는 구조로 탈바꿈했다. 외국 돈을 빌려다 외국에서 더 큰 부(富)를 창출, 국내 호황을 만든 셈이다. 케케묵은 경제학을 신봉하는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이 매년 몇% 고도 성장, 세계 몇 대 강대국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너무 쉽게 말한다. 글로벌 다국적기업과 효자 산업을 펑펑 육성해낼 것처럼 장담하기도 한다.
여기에는 ‘박정희처럼 하면…’이라거나 ‘청와대와 관료의 막강한 힘으로’ 라는 글로벌시대에 이미 무력화된 전제조건이 깔려 있다. 이런 고리타분한 경제이론이나 배운 경제학자, 경제 관료 출신을 참모로 둔 대선(大選) 후보는 정권을 잡은 후 큰 봉변을 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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