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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업원 지주제’도 1937년 국내 기업 중 처음 도입
■ 시대를 앞선 경영 철학
유한양행은 최근 오래된 자사(自社) 제품 자료를 중국에서 입수했다. 1936년 당시 이 회사의 톈진(天津) 지사에서 발행한 제품 카탈로그다. 이 낡은 책자에는 ‘안티프라민’ 등 유한양행이 중국에서 판매한 의약품의 그림과 효능이 상세하게 실려 있다.
1926년 설립된 유한양행은 1930년대 중국에 판매지사와 물류창고를 세우고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출장소를 두었던 ‘한국의 1세대 글로벌 기업’이다.
다른 대기업들이 성장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유한양행의 위상은 예전만큼 견고하고 화려하지는 않다. 하지만 81년 역사를 통해 면면히 내려온 선진적인 경영철학은 ‘100년 기업’으로 나아가는 든든한 밑천이 되고 있다.
① 재산 사회 환원…경영권도 전문경영인에게 물려줘
유한양행은 한국 기업사의 첫 페이지를 숱하게 장식했다. 창업주인 고 유일한 박사의 경영 철학이 그만큼 시대를 앞섰다는 증거다.
이 회사는 제약업계에서는 처음으로 1936년 주식회사로 전환했다. 지난해까지 71년간 연속으로 흑자를 냈다. 1930년대에 이미 중국인, 일본인, 러시아인 등이 근무하는 다국적 기업이기도 했다.
유한양행은 또 주식 일부를 종업원에게 나눠주는 ‘종업원 지주제’를 1937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1998년에는 상장회사로는 처음으로 임원은 물론 일반 직원에게도 스톡옵션을 나눠주기로 결정해 이 전통을 이어갔다. 직원도 회사의 성과를 나누는 회사의 주인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기 위한 것이다.
1971년 타개한 유일한 박사는 경영권을 자녀가 아닌 전문 경영인에게 물려줬다. 회사 지분도 유한재단과 유한학원 등의 공익법인에 넘겼다.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경영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현재 1400여 명의 직원 가운데 유 박사의 친인척은 없다.
1966년 유 박사의 장남 유일선 씨가 부사장을 맡기도 했으나 ‘국가와 사회’를 중요시한 유 박사의 가치관과 기업 경영의 효율성을 중시한 유일선 씨의 경영 철학이 달라 유일선 씨는 1969년 부사장 직에서 물러났다.
②누구나 사장 될 수 있지만,아무나 될수는 없다
유한양행에서는 “누구나 최고경영자(CEO)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1969년 이후 공채 출신 CEO가 경영을 맡는 ‘전문 경영인체제’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나 CEO가 될 수는 없다.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유한양행만의 독특한 후계자 검증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모든 직원은 직급별로 정해진 교육 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학점이 미달되면 승진도 할 수 없다. 임원으로 승진하면 후계자 후보에 오른다. 유한양행의 모든 임원은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사장은 임원들이 여러 부서를 경험할 수 있도록 경력을 관리하고 업적과 역량을 기준으로 매년 두 차례 평가해 후계자를 길러낸다. 임원 평가에서 가장 비중이 큰 항목은 ‘정직, 성실, 신용’의 ‘유한 정신’이다.
차중근 사장은 “업무 실적이 부진한 임원은 재도전의 기회를 주지만 ‘유한 정신’과 맞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으면 회사를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단기 실적으로 CEO를 평가하지 않는 것도 유한양행의 특징이다. 재임 중 실적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훼손하지 않고 회사를 후임자에게 물려주는 게 오랜 전통이다. 2003년 취임한 차 사장을 포함해 1969년부터 7명의 공채 출신 사장이 선임됐지만 3년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중도 하차한 CEO는 없다.
③창업 이후 노사 분규 한 번도 없어
유한양행은 창업 이후 노사분규를 한 번도 겪지 않았다. 노동조합이 있지만 ‘노사 관계’라는 말은 이 회사에 없다. 전문 경영인 사장도 똑같은 직원이기 때문에 ‘노노 관계’라는 것이다. 경영진은 분기마다 경영 실적과 향후 계획을 노조에 설명한다.
이 같은 조직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사례가 2∼4년차 사원이 참가하는 ‘사원운영위원회’다. 이 위원회의 위원장은 사장이 맡는다. 젊은 사원과 사장은 분기마다 위원회를 통해 각종 경영 현안을 토론한다. 올해 1분기(1∼3월)에는 사원들이 ‘스톡옵션 부여 계획’을 사장에게 질문하기도 했다.
경영진과 사원 간의 인간적인 유대감도 유한양행만의 경쟁력이다. 차 사장은 회사에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전 직원에게 e메일 메시지를 보낸다. 직원의 40%가 답장을 보낸다는 게 차 사장의 설명이다.
종업원 중시 경영은 직원 만족도로 나타난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이 회사의 3년간 평균 이직률은 0.9%다.
④‘굿컴퍼니,굿피플’…‘100년기업’이 목표
유한양행은 ‘100년 기업’을 향해 다시 허리띠를 바짝 죄고 있다. 주주와 종업원 가치, 사회적 책임 분야에서는 업계 최고지만 성장성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뼈아픈 현실 인식 때문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4117억 원으로 전년 대비 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영업이익은 560억 원으로 전년 대비 9.4% 줄었다. 매출액 기준으로 업계 순위도 동아제약, 한미약품에 이어 3위다.
“국내 최고 제약회사”라는 자존심에도 큰 상처가 났다. 최근 보수적인 기업 문화를 바꾸고 성장성을 확보하기 위한 변화와 혁신 바람이 일고 있다.
유한양행이 최근 단행한 대대적인 투자가 이 같은 변화의 한 단면이다.
이 회사는 2005년 12월 경기 용인시에 400억 원을 들여 국내 제약업계 최대 규모의 첨단 연구소를 지었다. 지난해에는 1300억 원을 투자해 충북 오창산업단지에 국제적 품질기준인 ‘cGMP(의약품 제조관리 기준)’에 부합하는 첨단 공장도 완공했다. “앞으로 뛸 일만 남았다”는 게 요즘 유한양행의 분위기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창업주 고 유일한 박사의 경영철학
1930년 10월 30일자 동아일보에 ‘의사는 당신의 친우(親友)’라는 제목의 광고가 실렸다. 이 광고는 ‘병든 사람을 위해 가장 적합한 약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의사이니 반드시 신뢰할 만한 의사의 설명을 듣고 약을 구입하라’는 내용이다.
이 광고를 낸 회사는 ‘유한양행’이었다. 신문광고를 통해 자사의 약을 홍보하기보다 약의 정확한 사용법을 알린 데에서 창업주인 고 유일한(1895∼1971) 박사의 경영철학을 읽을 수 있다.
유 박사는 회사 직원들에게 “항상 국민 보건을 위해서 일해야 한다, 유한은 사회를 위해서 있는 것이다”라고 수시로 강조했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국가와 사회를 생각한 그의 경영철학은 지금도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아홉 살 때인 1904년 미국으로 건너간 유 박사는 1922년 미국인 동업자와 숙주나물 통조림을 만드는 ‘라·초이 식품회사’를 세웠다. 식품회사는 전도가 유망했지만 1925년 돌연 제약사업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그해 귀국한 길에 질병과 가난으로 고통받는 한국인의 모습을 보고 “건강한 국민만이 잃었던 주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유 박사가 제약회사를 세운다고 하자 서재필 박사는 “한국인임을 잊지 마시오”라는 말을 건네며 버드나무가 새겨진 목각화를 선물했다. 이 버드나무 그림은 이후 유한양행의 로고로 사용되고 있다.
유 박사가 강조한 사회공헌의 전통은 여전히 유한양행을 받치고 있는버팀목이다. 1930년대에 유한양행의 한 직원이 그에게 “국내 마약 중독자가 늘고 있으니 우리도 헤로인과 모르핀을 생산해 돈을 벌자”고 하자 “나는 사회에 유익한 일을 하고자 제약업을 시작했다”며 화를 냈다는 일화도 있다.
■ Q&A/이런 게 궁금해요
영업직 전국 순환근무 원칙
사무직은 영업사원 중에서 뽑아
Q. 신입사원 초봉은….
A. 대졸 사원 기준으로 3400만 원 수준이다.
Q. 제약회사에 입사하면 주로 영업사원으로 일하게 되는가. 사무직으로 일할 수 있는 길은 없는가.
A. 유한양행은 영업과 연구개발(R&D) 분야의 직원을 정기적으로 모집하고 있다. 사무직은 빈 자리가 생길 경우 회사 측에서 영업사원 중에서 자체적으로 선발하고 있다.
Q. 해외 근무 기회가 있는가.
A. 인도에 합작투자법인이 있지만 현지 파견근무자는 없다.
Q. R&D 분야의 경우 학사 출신은 지원이 불가능한가.
A. 유한양행의 R&D는 중앙연구소의 연구 분야, 본사의 임상실험 분야, 공장의 품질관리 분야 등으로 나뉜다. 이 중 중앙연구소의 연구원은 석사 이상의 학위소지자만 지원 가능하며, 그 외의 분야는 학사 출신도 지원할 수 있다.
Q. 입사 후 근무지는….
A. 지원분야에 따라 서울 본사, 경기도 중앙연구소, 충북 청원 공장 등에 근무하게 된다. 영업직은 본사와 전국 지점 순환근무가 원칙이다.
Q. 한 번 지원했다가 떨어진 경우 재지원시 불이익이 있는가.
A. 기존 지원자들에 관한 데이터는 있지만 재지원자에 대한 불이익은 없다.
Q. 승진 연한은 어떻게 되나
A. 직위체계는 ‘사원-주임-과장대리-과장-차장-부장’이며 최소 승진 연한은 2, 3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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