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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주에 닥친 `쓰리苦`…신저가 속출…환율 하락·실적 쇼크·외국인 수급 불안...한국경제

재정벼랑에 대한 우려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도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 투자비중이 높은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시총) 100위 이내 대형주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 불확실한 업황에 외국인 수급 불안이 겹치면서 52주 신저가를 나타내는 종목들이 속출하고 있다. 대형주에 투자하려면 철저하게 선별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팔자’ 나선 외국인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이달 들어 509억원을 순매수해 아직까진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난 9일 2650억원어치를 판 것을 비롯해 8~9일 이틀간 3828억원을 순매도하는 등 최근 며칠간 매도세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8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던 유가증권시장의 프로그램 비차익거래도 이달 7일부터 순매도로 전환됐다. 이후 3일 동안 3597억원어치가 프로그램 비차익거래로 팔렸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재정벼랑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줄인 게 프로그램 비차익거래 순매도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형주 신저가 잇따라

외국인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팔자에 나서게 되면 국내외 증시의 주요 인덱스(지수)를 구성하는 국내 대형주들이 주로 타격을 입게 된다. 실제로 지난 9일 유가증권시장 시총 100위권 내 대형주 가운데 12개 종목이 장중 52주 신저가로 추락했다.

최근 신저가로 떨어진 대형주의 유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환율 하락 등의 요인으로 투자심리가 악화된 수출주들이다. 기아차가 장중 5만4200원으로 추락한 가운데 포스코(32만3500원) 현대제철(7만5000원) 호남석유화학(21만5500원) 등이 신저가로 내려앉았다.

두 번째는 3분기 실적이 어닝쇼크 수준으로 나온 건설업종이다. 대림산업(7만200원) 삼성물산(5만6000원) GS건설(5만2300원)이 여기에 해당된다. 대형 건설사들은 해외 건설시장에서 출혈 수주경쟁에 나서면서 3분기 영업이익률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엔씨소프트(17만4000원)처럼 업황이나 실적에 큰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돌발 악재가 불거진 종목도 있다. 엔씨소프트는 김택진 대표가 7일 “넥슨과 함께 해외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 작업을 지난 8월 진행했던 적이 있다”고 밝힌 후 유상증자설이 돌아 7~9일 사흘간 15.60% 급락했다.

○정보기술(IT) 업종 중심으로 대응을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재정벼랑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11월 중에는 대형주의 수익률이 시장 평균을 앞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대형주에 투자하려면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는 IT업종에 ‘타깃’을 맞춰 대응하는 것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외국계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외국인들이 관심을 갖고 매수하는 종목은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와 같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IT업종 내 주요 종목들”이라고 전했다.

외국인들이 ‘팔자’에 나서고는 있지만, 외국인 자금이 한국 증시를 완전히 떠나는 것은 아니어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크게 낮아진 대형주를 지금 매수하는 게 나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한국증시의 외국인 수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이머징마켓(GEM) 펀드에는 지난 1~7일 17억700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송종현/황정수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