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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어닝시즌에 IT株가 물고 온 `희소식`

중소형주의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기관투자가들이 정보기술(IT) 업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연말 쇼핑시즌이 다가오는 데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8, 애플의 아이패드 미니, 구글 넥서스 10, 아마존 킨들파이어HD 등 신제품 출시가 예정돼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3분기 기업 실적이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의 관심은 당분간 신제품 출시와 관련된 IT부품주에 집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관, IT주 담기 나서

23일 코스피지수는 1926.81로 0.76%(14.79포인트) 하락했다. 특별한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600억원과 1386억원 순매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관은 이날 연기금(555억원)과 자산운용사(292억원)를 중심으로 전기전자 업종을 686억원 순매수했다. 기관은 지난 12일부터 8일 연속 전기전자 업종을 사들이고 있으며 그 규모는 5908억원에 달한다. IT부품주가 많은 코스닥시장도 이날 0.22% 올라 사흘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신근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펀드매니저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면서 저평가된 IT부품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윈도8과 아이패드 미니 등 IT 신제품 출시가 집중적으로 예고돼 있는 점도 투자자들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최근 나오는 IT 신제품은 모두 태블릿PC와 관련된 제품이어서 부품주들의 성장 둔화 우려를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김승회 동부증권 스몰캡팀장은 “다양한 운영체제(OS)를 채용한 태블릿PC의 신규 출시 등으로 내년 태블릿PC 판매량은 올해보다 15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 정도 성숙기에 접어든 스마트폰 시장은 내년 5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윈도8·아이패드 미니 기대

IT부품주 중 시장에서 가장 관심이 높은 곳은 윈도8과 관련한 터치스크린패널(TSP) 업체다. 윈도8은 터치 기능을 강조한 점이 이전 버전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태블릿뿐 아니라 노트북이나 일반PC에서도 터치로 컴퓨터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재윤 키움증권 연구원은 “터치스크린패널 출하량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엘케이가 대표적이다. 이 업체는 중대형 터치패널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어 윈도8 출시로 4분기부터 실적이 가파르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엘케이는 최근 2주간 기관이 194억원을 사들여 코스닥 기관 순매수 1위 종목에 올랐다. 2주간 주가 상승률은 26.6%에 달했다. 이 밖에 터치스크린패널 업체인 일진디스플레이(18.7%) 에스맥(17.6%) 시노펙스(16.3%) 등도 강세였다.

아이패드 미니도 상당한 파급력을 가져올 전망이다. 스마트폰과 달리 태블릿PC 시장에서는 애플의 절대적 우위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IDC는 태블릿PC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이 작년 57.2%에서 올해 60%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2016년까지 아이패드 점유율은 58%로 절반 이상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아이패드 미니와 관련된 종목으로는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실리콘웍스 인터플렉스 이녹스 백산 등이 꼽힌다.

다만 태블릿PC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지나친 기대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김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MS의 태블릿은 애플에 비해 지원하는 앱이 많지 않고 구글의 저가 태블릿(넥서스7) 등과의 가격 경쟁도 여의치 않다”며 “기대 수준을 낮게 잡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