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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가 허(虛)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3분기 실적 악화 우려가 미국 중앙은행(Fed)의 3차 양적완화(QE3) 기대를 짓누르면서 뚜렷한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한 탓이다. 지난달 말 이후 14거래일간 계속된 ‘음봉(종가가 시가보다 낮게 끝나는 것)’ 행진은 22일로 막을 내렸지만 코스피지수는 이틀 연속 하락하면서 여전히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음봉이 이어지는 것은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투자심리가 약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 1900을 저점으로 연말까진 지루한 박스권이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했다.

○음기(陰氣)가 지배하는 시장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0.12% 떨어진 1941.59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들어 2.74% 하락하는 등 약세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장 초반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스페인 구제금융에 대한 구체적 성과가 도출되지 않은 데 따른 실망으로 외국인 매도가 몰리면서 한때 2% 이상 빠지기도 했다. 개인들이 1453억원 순매수에 나서면서 낙폭을 줄인 끝에 지수 1940선을 간신히 사수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061억원, 449억원 순매도했다.

이날 지수 하락은 대형주(-0.24%) 중심으로 진행됐다. 삼성엔지니어링(-5.10%) LG화학(-2.86%) SK이노베이션(-1.52%) 현대중공업(-1.42%) 포스코(-0.28%) 등의 하락폭이 컸다. 업종별로는 비금속광물(-1.19%) 건설(-1.18%) 기계(-1.14%) 운송장비(-1.03%) 철강·금속(-0.69%) 화학(-0.62%) 등 ‘중후장대형’ 업종이 특히 부진했다.

지난달 25일 코스피지수 2000이 붕괴된 뒤 한 달 가까이 증시가 횡보하면서 뚜렷한 반전의 계기를 찾지 못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여전하고 △3분기 어닝시즌에 대한 경계심리가 겹쳤으며 △미국 재정벼랑이나 유럽 재정위기 같은 투자심리를 좌우할 대외 변수들이 대기 상태에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승우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2000년대 들어 처음으로 지난주까지 14거래일 연속 음봉이 발생하는 등 투자분위기가 위축됐다”며 “시장을 음기가 뒤덮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스트래티지스트는 “주식시장이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하면서 차익 실현 심리가 매수심리를 이기고 있다”며 “기대심리가 아니라 실제로 경제 펀더멘털이 회복돼야만 박스권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도 “외국인이 관망세를 보이면서 그만큼 시장의 에너지가 약해졌다”고 분석했다.

○“1900 저점으로 연말까지 게걸음”

전문가들은 최근의 횡보장에 대해 박스권 하향 이동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 기간 약세를 이어가는 게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4분기 기업 실적 개선이 가시화되고 미국 재정벼랑 대책의 윤곽이 나오는 오는 11월 말까지는 단기 조정 형태가 반복될 것으로 본다”며 “코스피지수 1900~2100의 박스권이 연말까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도 “단기 저점은 코스피지수 1900선으로 예상한다”며 “중국 경기 전망 등 근본적인 경제 환경 변화를 낙관할 수 없는 만큼 당분간 조정과 미세한 회복 국면이 반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미국 3분기 기업 실적 영향 탓에 주가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지수 1900대 초반을 저점, 1950~2000을 고점으로 박스권을 형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