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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 못오르는 5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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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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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83 2008/10/29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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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증시 못오르는 5가지 이유

 

28일 주가는 전날 대비 52포인트 오른 채로 끝났지만 아직 불안한 모습이 역력하다. 지난주 말 코스피 1000이 힘없이 무너지고, 27일에는 한국은행이 0.75%나 콜금리를 내렸지만 주식시장은 떨어졌다. 연기금의 구원으로 연명하고 있지만, 외국인은 계속 팔고 개인들마저 시장을 외면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으면 다섯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증상만 있고, 진단은 없다=오진(誤診)은 자칫 멀쩡한 사람을 위독한 상황까지 끌고 갈 수 있다. 최근 경제는 곳곳에서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지만, 그 원인에 대한 명쾌한 해석이 없다. 은행에 왜 돈이 없는지, 왜 집값은 내려가고 건설사들은 자금난에 허덕이는지, 외환 보유액은 충분하다는데 왜 환율은 계속 오르는지, 금리를 내려도 왜 주식시장은 요지부동인지 등 핵심을 꿰뚫는 명쾌한 진단이 아직 없다.

시골의사로 알려진 주식전문가 박경철 씨는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미국 경제의 실패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를 잘 발라내 확산을 막지 못한 데 있다”며 “국내 경제도 잘된 부분과 잘못된 부분을 가려내 수술하지 못하는 과오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진단했다.

▶국내와 해외, 엇갈린 시각=해외에서는 한국 경제가 어렵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괜찮다는 의견도 많지만, 어렵다는 지적이 보다 구체적이고 신빙성이 있어 보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글로벌 금융 상황보다는 한국 경제 스스로가 안고 있는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 의미심장하다. 하지만 정부도, 은행도 모두 글로벌 금융위기 탓에 우리 경제가 어렵다는 말뿐이다. 은행의 과도한 자산 경쟁, 건설사들의 무차별적인 집 짓기, 가계의 무리한 차입 투자 등이 모두 해외 탓일까? 홍기석 삼성투신 리서치팀장은 “해외 부문이 안정되면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우리 내부에서 발생한 여러 문제점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한, 경제나 주식시장 모두 크게 나아지기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치만 있고, 민생은 없다=최근 정부의 정책 대응을 보면 유독 은행과 건설사에 대한 지원이 많다. 가장 문제가 많은 탓이겠지만, 이들이 지난해 12월 현 정부 탄생이 확정되면서 정권교체 수혜주로 꼽았던 점이 흥미롭다. 글로벌 경기 침체야 어쩔 수 없는 문제지만, 내수 진작을 위해서는 중산층 등 서민생활 안정화와 고용 확대를 통한 성장잠재력 확충과 같은 근본적 문제도 병행돼야 한다.

신동준 현대증권 채권분석팀장은 “최근 정부의 대책을 보면 상당히 공격적이고 파격적이지만, 과연 시장이 원하는 바를 온전히 반영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면서 “자칫 정치권 일부나 이들과 관계된 이해당사자의 목소리만 반영된 게 아니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타짜는 없고, 호구만 있다=최근 외국인 투자가들의 행보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코리아 탈출 작전’이다. 원화로 된 건 다 팔아 달러로 바꾸고 있다. 특히 외국인은 글로벌 전체를 아우르며 투자 전략을 짜고 있는데 한국 정부나 시장은 비정상 상황이라며, 곧 괜찮아질 것이라며 꽤 안이한 분위기다.

조병문 KB증권 상무는 “발등에 불 떨어진 외국인들은 멀쩡한 한국 시장을 뒤흔들어서라도 달러를 가져가려는데, 우리는 너무 쉽게 달러를 내주는 듯하다”며 “국제 금융전문가 부족이 아쉽다”고 말했다.

▶믿음은 없고, 불신만 있다=불신이 주가 발목을 잡는 가장 크고 종합적인 원인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믿음도, 각종 전문가와 전문집단의 전망에 대한 믿음이 없다. 몇 차례 헛발질에 정부의 행보는 이제 의심 덩어리다. 장밋빛으로 주가지수 전망과 기업 실적 전망을 포장하며 헛다리를 짚었던 증권사 분석의 신뢰도는 이미 땅에 떨어졌다. 주식시장은 리스크는 즐길 수 있지만, 불확실성을 극도로 싫어하는 곳이다.

익명을 요구한 펀드매니저는 “정부도 못 믿겠지만, 이제는 스스로 전문가들의 분석보고서가 맞을지에 대한 믿음도 없다”면서 “게다가 이제 개인마저 펀드를 못 믿고 돈을 넣지 못하고 있어 그야말로 20여년 운용 경력에 최악의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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