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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산업 "팥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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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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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41 2014/01/08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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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대웅 기자] 까딱했으면 50년 된 브랜드가 허공으로 사라질 뻔했다. 과도한 투자와 중국 기업의 저가 물량 공세에 따른 후유증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국내 최초로 선풍기를 생산 판매한 업체인 신일산업(002700)(1,565원 50 -3.10%) 이야기다.

선풍기로 유명한 신일산업은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 중소형 생활가전제품 최강자였다. 국내는 물론 해외 수출까지 그야말로 ‘만드는 대로 팔리는’ 호시절을 누리며 한때 삼성전자, 대우전자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따른 저가 제품 공세에다 에어컨의 대중화로 선풍기 중심의 매출이 급격히 꺾이며 위기를 맞았다. 2000년 1328억원에 달했던 매출이 2004년 359억원까지 줄어들기도 했다.

송권영(사진) 대표이사는 회사가 위기에 직면한 2002년 고문직을 맡으며 구원 투수로 등장했다. 전통있는 기업이 무너지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는 말을 주위에서 숱하게 들으며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그는 어떻게든 회사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불철주야 뛰어다녔다.

◇ 팥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게 하라

“2002년 부임 당시 사세가 많이 기운 상태였죠. 직원들도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니 거래처는 오죽했겠어요. 자칫하면 결제 대금을 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앞섰겠지요.”

 

송 대표는 당시를 ‘바람 앞의 촛불’이라고 회상했다. 중국 시장이 열린 이후 유통 시장마저 개방되며 창고 위주의 재래 유통망이 급격히 몰락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거래처로서도 잘못하면 떼인다는 생각을 가지는 게 당연했다.

그는 “회사 노동조합 관계자를 비롯해 협력업체, 유통업자들을 모두 모아 고백하듯 회사 사정을 솔직하게 다 털어놓고 협조를 구했다”며 “상대의 불안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진심을 담아 지속적으로 도움을 요청했고 정도 경영을 보여주자 서서히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아직 인정이 많은 곳이란 점을 새삼 확인했다고 한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각고의 노력을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상대방이 오히려 먼저 나서 도움을 주기 시작해 위기 극복의 시기를 앞당길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송 대표는 “결국 비즈니스도 사람 사이에서 이뤄지는 것이고 무엇보다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합리적인 원칙을 세우고 이를 시스템화해 신뢰를 쌓아가자 이전엔 생각지도 못했던 기회들을 주변에서 가져다 줬다”고 털어놨다.

그는 마치 결초보은이라도 하듯 그간 사업을 함께해온 동반자들을 위한 감사 행사를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20여개에 달하는 신일산업 대리점주들을 상대로 매년 부부동반 선진문화 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송 대표는 이들의 상생정신을 평생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무차입 경영·사회 공헌 등 고민 더 깊어져”

신일산업이 부활을 위한 눈물 겨운 노력을 하는 동안 중국산 값싼 제품의 질이 떨어진다는 것을 깨달은 소비자들도 결국 돌아왔다. 신일산업은 이에 대응해 더욱 고품질의 선풍기 생산에 집중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쌓아갔다. 2009년에는 생산판매재고(PSI)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재고자산의 회전율도 높였다. 매출 역시 2010년 680억원에서 2011년 812억원, 2012년 909억원 등 성장세를 이어갔다.

아직 지난해 결산실적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1000억원대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3분기 누적 매출이 945억원을 기록했고 전기요금 인상 등으로 4분기 들어 등유를 사용하는 난방제품의 주문량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습기의 판매 호조 역시 실적 성장에 한몫했다.

송 대표는 이제 2단계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 중이다. 바로 명실공히 중견기업으로 도약하는 꿈이다. 2016년까지 매출 2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세웠다.

그는 “힘든 시기를 겪고 나니 오히려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며 “은행 빚은 줄었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갚을 빚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제 직원들에게도 평생 직장을 마련해 주고 협력업체와의 상생도 이어갈 생각을 하니 머리가 더욱 복잡해졌다고 털어놨다.

송 대표는 무차입 경영을 실현할 계획도 갖고 있다. 그동안 빚을 갚느라 눈물겨운 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한때 500% 이상이었던 부채비율이 현재 70%대로 감소했다”며 “여기까지 온 이상 무차입 경영을 통해 재무 안전성을 더 높일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사회적으로 칭찬받고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한 고민도 깊다. 평소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이 많은 그는 몇해 전부터 장애인들을 위한 봉사 활동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후배들을 향해서도 “더 훌륭한 후배가 들어오고 싶어하는 회사를 만들자”고 늘 강조하는 그다.

◇ ‘어디서든 주인이 돼라’

수처작주(隨處作主), 송 대표가 가슴 깊이 새기고 사는 말이다. 어디서든 주인의식을 갖고 임하면 보람과 성과가 배가된다는 믿음 하에서다. 삼성그룹에서 20년간 영업 분야의 일을 맡으며 그가 체득한 영업의 본질이기도 하다.

신일산업은 올해 천안지역으로 새 둥지를 틀 계획을 갖고 있다. 사세가 어느 정도 안정된 만큼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기 위해 천안 지역에 신공장을 증설하고 여기서 고부가가치 제품군인 제습기, 온수매트, 고급형 선풍기 등을 생산할 예정이다. 송 대표는 이런 결과에 대해 “모든 직원들이 수처작주 정신을 갖고 임했기 때문”이라며 공을 돌렸다.

신일산업은 과거 6개월만 일하는 곳이었다. 선풍기와 난로 판매가 대부분이어서 6개월 벌어 1년 먹고 사는 구조란 얘기다. 송 대표는 여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런 구조 하에서는 실력있는 인재를 붙잡을 수 없고 회사 발전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기존 주력제품 외 밥솥, 청소기, 믹서기 등 다양한 일반제품을 추가해 일년 내내 사업이 가능한 구조로 바꾸니 대리점주들이 우선 대환영하더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또 “장기적으로 연구소 인력을 현재보다 3배로 늘려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신중년층이 필요로 하는 건강 기기를 꾸준히 출시할 계획”이라며 “현재 발마사지기가 유통되고 있고 올해에는 안마의자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흑자 내니 눈물 나더라”

“사실 적자가 나면 주주총회에 가기도 두렵습니다. 2009년 부임 7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를 내니 눈물이 나더군요.”

긍정의 마인드를 잃지 않고 허리띠를 졸라맨 결과였다. 7년 만에 흑자전환을 이룬 송 대표는 함께 고생한 직원들과 얼싸안고 울었다고 한다. 부도 직전의 회사를 맡아 수백억원의 빚을 갚고 이익까지 내자 당시의 가슴뭉클함은 이루 다 말로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그는 더욱 마음을 다잡기 시작했다.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더욱 강조했고 분수를 알아야 한다며 헝그리 정신을 몸소 실천했다.

늘 야망은 크게, 욕심은 작게 가지라고 강조하는 그다. 송 대표는 결혼식이 있는 주말을 제외하면 어김없이 산을 찾는다. 등산에 대한 그의 지론은 매우 뚜렷하다. 그는 “산에 오르면 스트레스 해소뿐 아니라 체력이 떨어지는 걸 정확히 알게 된다”며 “과로나 과음을 했다는 걸 등산을 통해 새삼 깨닫고는 자기 관리에 더욱 매진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을 향해 “인내와 투지, 정확한 목표 설정만 있으면 못할 일이 없다”며 강인한 정신력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 송권영 대표는

1949년생으로 대전고등학교와 경희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1975년 대한민국 ROTC 육군 중위로 예편한 뒤, 1981년부터 2001년까지 삼성전자에서 근무했다. 이후 2002년 신일산업 영업부문 고문으로 영입된 뒤, 부사장을 거쳐 2007년부터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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