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정부가 내년에 과학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무려 16조원의 예산을 연구·개발(R&)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이 같은 R&D 투자 규모는 올해(14조9천억원)보다 7%이상 늘어난 것일 뿐 아니라, 증가 폭 역시 정부의 총 지출 증가율(5.5%)을 크게 웃돌고 있다.
특히 불과 한두 달 사이 줄기세포·소프트웨어 관련 예산을 크게 늘려, R&D를 통한 관련 산업 육성 의지를 뚜렷하게 드러냈다. 반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는 교과부 요구액에서 절반을 삭감했다.
◇줄기세포·소프트웨어 예산 대폭 늘어
정부는 최근 과학기술 및 산업계 동향을 반영해 줄기세포와 소프트웨어 관련 R&D 예산을 대폭 늘렸다. 이 두 분야는 약 두 달 전 완성된 국과위 R&D 예산 배분안보다도 각각 450억원, 350억원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깎이기 일쑤인 부처간 예산안 협의 과정에서 이처럼 큰 규모로 예산이 불어난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줄기세포와 소프트웨어 분야 육성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이다.
기재부안에 따르면, 내년도 줄기세포 관련 R&D 예산은 1천4억원으로 잡혔다. 이는 올해 예산(601억원)에 비해 67%(400억원)나 늘어난 것이다. 예산은 줄기세포 원천기술뿐 아니라 실용화 촉진을 위한 임상연구 등에 집중 투자된다. 최근 커진 줄기세포 치료에 대한 국민적 관심에 부응하고, '줄기세포 강국' 위상을 되찾기 위한 투자 확대라는 게 정부 측의 설명이다.
소프트웨어(SW) 관련 투자도 1천966억원에서 2천105억원으로 늘었다.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부문이 취약해 세계적 IT 흐름에서 낙오되고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지경부가 벌이는 'SW 뱅크' 사업 예산은 당초 20억원에서 50억원으로 두 배 이상 불었다. 이 사업은 개발된 소프트웨어의 코드 등 정보를 정당한 대가를 받고 공유함으로써 소프트웨어 R&D를 촉진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우선 정부 R&D 지원을 받아 개발된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은행을 설립한 뒤 점차 민간 부문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과학벨트 예산 2천100억만 인정…한국형발사체 사업에 684억
과학벨트 주무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는 당초 4천100억원의 예산을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에 요청했으나, 지난 8월 국과위는 요청액보다 2천억원이나 적은 2천100억원만 인정한 채 국가 R&D 예산 배분안을 짰다. 그리고 이번 기재부 안에서도 국과위 안이 수정 없이 그대로 반영됐다. 과학벨트 거점지구로 지정된 대전 지역을 중심으로 과학벨트 관련 '반토막' 예산에 대한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독자 기술로 우주발사체를 쏘아올리기 위한 '한국형발사체(KSLV-Ⅱ)' 사업도 크게 늘어난 예산을 바탕으로 내년부터 본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배정된 내년 관련 예산은 684억원으로, 올해(315억원)의 두 배를 넘는다.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공동개발 관련 예산도 964억원에서 1천74억원으로 불었다. ITER는 핵융합에너지의 상용화 가능성을 과학기술적으로 실증하기 위해 여러 나라가 함께 추진하는 대형 국제 공동 과학기술 프로젝트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EU·미국·일본·러시아·중국·인도 등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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