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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새없이 바뀐 '국가대표 상장社'…원년멤버 10곳 중 3곳만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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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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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556 2013/06/28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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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은 어디입니까? 한국전력공사입니다.(1996년)”

요즘이야 한국의 대표기업으로 삼성전자를 꼽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1990년대만 해도 얘기가 달랐다. 1994년 ‘코스피200’이 도입된 이래 줄곧 시가총액 1위는 한국전력공사 몫이었기 때문이다. 그 격차도 관련 통계가 구체적으로 남아 있는 첫해인 1996년 한국전력공사 시총이 18조492억원으로 삼성전자(5조517억원)의 4배가량이나 됐다. 

1999년에는 삼성전자가 한국전기통신공사(현 KT)에 뒤처지며 코스피200 시총 3위까지 밀리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1위 자리를 차지한 것은 2000년부터다. 이뿐만 아니다. 코스피200 종목의 흥망사에는 외환위기와 벤처거품, 리먼사태와 유럽 재정위기 같은 대외 경제구도 변화상이 모두 녹아 있다. 한국 산업의 성장역사를 이끈 주도 기업들의 변천양상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코스피200의 역사가 바로 한국 산업 흥망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치열한 대표 기업 생존의 흔적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994년 6월15일 ‘코스피200’ 종목을 처음으로 발표한 이후 원년 멤버의 3분의 1만이 살아남아 있을 정도로 한국을 대표하는 종목들 사이에도 생존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증시 대표 우량기업의 모임인 코스피200 원년 멤버 중 한 번도 탈락하지 않고 명맥을 이어온 것은 전체의 5분의 1(48종목)에 불과하다.

대기업들이 독식, 변화가 크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했던 ‘코스피200’ 시총 상위 10위권도 변동이 많았다. ‘적자생존’의 법칙은 기업의 명성이나 역사, 규모와 상관없이 냉혹하게 작동했다. 

지금 삼성전자와 함께 증시 ‘투톱’을 구성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톱10’에 합류한 것은 2001년, 시총 2위 자리에 오른 것은 2011년이다. 

상위권을 오래 차지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삼성SDI는 2003~2004년, 에쓰오일은 2005년에 잠시 ‘톱10’의 영광을 맛보는 데 그쳤다. 2003년 ‘카드대란’ 직전에는 LG카드(9위)도 리스트에 잠깐 이름을 올렸다. 2005년 3위까지 치고 올라갔던 LG필립스LCD(2008년 이후 LG디스플레이)는 이후 3년(2006, 2008, 2009년)간 간신히 10위권에 이름을 올려놓다가 밀려났다.

추길호 한국거래소 인덱스팀장은 “코스피200 심사기준은 8개 산업군으로 나뉘어 있다”며 “큰 틀에서 전년도 5월부터 당해연도 4월까지 우량기업을 선별하는 기준을 20년째 동일하게 적용한 만큼 한국 산업체질의 건강 정도를 측정하는 가장 믿을 만한 잣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 성장사 오롯이 담아

코스피200의 판도는 한국 경제의 발전상을 그대로 반영한다. 업종별 화려했던 과거도, 아픈 상처도 시시각각 명단에 담겼다. 

1990년대에는 한국전력공사, 데이콤, 담배인삼공사 등 공기업이 코스피200 상위권에서 강세를 보였다. 외환위기 충격의 여진이 증시에 드리워져 있던 1998년과 1999년에는 국민은행, 제일은행, 한빛은행, 조흥은행 등 은행주가 몸값을 높였다. 그와 동시에 경기은행(1998년 부실금융회사), 고려증권(1997년 부도), 광주은행(2000년 부실금융회사), 보람은행(1999년 하나은행에 합병), 서울신탁은행(1999년 부실금융회사) 등은 퇴출되면서 승자와 패자의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다.

벤처붐이 일었던 2000~2001년에는 SK텔레콤, 현대전자산업, 삼성전기 등 범 정보기술(IT)주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코스피200’에 미래산업, 삼보컴퓨터, 다우기술, 메디슨, 콤텍시스템 같은 벤처기업들도 명함을 내밀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2008년에는 포스코와 현대중공업이 시총 2,3위를 차지하고 현대차가 빠르게 순위를 높이는 등 ‘중후장대형’ 산업이 몸집을 키웠다. 2009년 이후에는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 등 자동차주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2001년까지 코스피200은 전기·전자와 화학업종이 장악하다시피 했다. 2001년 코스피200을 살펴보면 전체의 20%인 41개가 전기·전종목이었다. 비슷한 비율로 화학종목(39개)이 있었다. 전기·전자 종목은 이듬해인 2002년 36개로 줄기 시작해 2006년 26개가 됐으며, 올해에는 삼성전자 LG전자를 포함해 10여년 전의 절반 수준인 21개 종목만 남았다. 반면 화학종목은 2010년 32개까지 줄기도 했으나 올해까지 37개 종목으로 다시 늘어났다.

전기·전자종목의 비워진 자리는 서비스업종과 유통업종 같은 내수주가 채웠다. 2001년 4개에 불과했던 서비스종목은 올해 23개로 늘었다. 이 중 13년째 지속되는 종목은 광고기획사인 제일기획이다. 2001년 3개였던 유통업종은 올해 10개로 늘어났다.

코스피200 종목의 시총을 합산해 보면 1997년 외환위기> 유럽 재정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순으로 충격파가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1997년 97조8850억원 이었던 코스피200 종목 시총은 1998년 48조7256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반면 미국의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전인 2008년 6월 코스피200 시총은 759조9501억원이었지만 2009년에는 641조3597억원으로 시총이 15.6% 감소하는 데 그쳤다.

유럽위기가 본격화한 2011년 이후 코스피200 시총은 2011년 정점(1018조4957억원)에 비해 7~8%가량 위축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시총 감소폭은 적지만 충격 여파는 장기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박명우 한국거래소 인덱스팀 차장은 “1997년 한 해 동안 17개 종목이 퇴출될 정도로 외환위기 이후 2002년까지 재무부실 탓에 퇴출되는 기업이 많았다”면서 “하지만 이후 기업체질 개선이 이뤄지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엔 퇴출기업이 크게 줄었다”고 했다.

#‘들락날락’ 단골손님도

코스피200에서 한 번 이상 제외됐다가 재편입한 ‘코스피200 재수생’은 총 92개다. 이 중 현재까지 남아 있는 종목은 48개다. 코스피200에서 가장 많은 ‘재수’를 한 종목은 광전자란 업체다. 1999년 첫 편입된 이후 2001년 정기변경으로 제외됐으나 이듬해인 2002년 다시 편입했다. 이 종목은 총 4번의 편입과 4번의 제외를 거친 끝에 코스피200에서 물러났다. 3번 이상 편입한 종목은 총 11개 종목이다. 현재는 제외된 대구은행, 대한제당, 조선내화를 비롯해 아직도 코스피200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롯데칠성, 대덕GDS 등이 그 주인공이다. 2번 이상 편입한 종목은 총 80개다. 이 중 LG카드, SK증권, 경방, 국민은행 등 끝내 제외된 종목이 39개이고 STX, 기아차, 진로 등 남아 있는 종목이 41개다.

김동욱/황정수/윤희은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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