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이 증권사의 지급결제 허용방안에 대해 사실상 합의했다.
특히 양측은 모든 증권사들이 은행 공동결제망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하되 한국은행이 증권사에 대해 자료제출 요구권과 공동검사 요구권을 갖도록 하는 방안을 채택했다.
4일 국회와 재정경제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권오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이날 정의화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이 같은 내용의 합의안을 설명하고 이번 6월 임시국회 때 자본시장통합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재경부는 이번주 중 국회 재경위 금융소위에 한은과의 합의안을 문서로 제출하기로 했다.
국회 재경위는 오는 14~15일께 금융소위를 열어 이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 모든 증권사에 문호 개방
= 재경부와 한은 간 합의안에 따르면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증권회사는 은행 공동결제망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된다 . 증권사들도 은행처럼 증권계좌로 직접 자동이체가 가능해져 투자자들에게 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현재 증권계좌는 계좌잔고 내에서 송금이 가능하지만 자동이체 기능은 없다.
특히 투자자들은 자동이체 기능이 부여된 증권계좌로 매월 자동으로 납부해야 할 카드결제나 공과금결제 등이 가능하다 . 장기적으로는 잔고 이내에서 결제가 가능한 체크카드 기능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더욱이 증권사들이 은행들과 경쟁하게 되면서 자동이체와 관련된 각종 수수료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은행과 증권사들이 서로 고객과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수수료 인하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논의와 달리 이번 방안은 모든 증권사에 지급결제망 문호를 개방한 것이 큰 특징이다.
한국은행은 지급결제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동검사 요구권을 얻었다 . 다만 한은은 원활한 지급결제 제도 운용 목적으로만 제한적인 범위에서 이 권한을 사용할 수 있다.
이정수 한국증권업협회 이사는 "한은의 증권사에 대한 공동검사나 자료제출 요구가 기존 규제와 중복되지만 않는다면 이 정도 규제는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 중소형 증권사 비용 큰 부담
= 모든 증권사에 문호를 개방했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 비용부담 때문이다.
전상일 동양종금증권 사장은 "지난 3년 전 증권사들이 은행결제망에 참여하기 위한 비용을 추산한 결과 2000억원이 넘었다"며 "소형 증권사들은 금융결제원에 부담해야 할 비용 때문에 결제망에 참가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증권업협회 회원사 수(33개)를 감안하더라도 1사당 평균 60억원을 부담해야 할 형편이다 . 대형사는 가능하겠지만 연간 순이익을 훌쩍 넘는 이 비용을 부담할 수 없는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은 아예 결제망 참여를 꿈도 꾸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통합법이 통과되면 증권업계 내에서도 양극화가 진행될 전망이다.
한 증권사 사장은 "이번 합의안 대로 통과된다면 7~8개 대형 증권사들은 지급결제망에 직접 참여할 것이고, 나머지 회사들은 현행 시스템과 비교해 득실을 따진 후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결제망 참여 여부가 앞으로 증권사들의 대형화와 투자은행화를 결정지을 변수가 될 전망이다 . 특히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는 지급결제 기능을 갖추지 못한 증권사들은 법인 영업 등 특정 사업만 영위하는 전문 증권사로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댓글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