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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低)와 수입차 공세라는 이중고에 시달려온 현대기아차가 안방 시장을 내주지 않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 한 차종 안에 디젤이나 터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제품을 출시해 라인업을 다양화하는가 하면, 지난 6월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무이자할부라는 '당근책'을 내놓기도 했다. 여러 가지 시도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온라인 홍보를 강화한 것이다. 이는 현대기아차가 온라인 홍보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의미가 아니다. 현대기아차 측은 온라인에서 제품 마케팅이나 대언론 홍보에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제품 자체의 품평을 주도해온 온라인 전문가 그룹 대상의 홍보에는 무관심한 편이었다. 이 때문에 온라인에서는 현대차에 대한 긍정적 반응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최악으로 치달았다. 현대기아차 관련 기사의 댓글은 '악플'로 도배됐다. '현대기아차'를 '흉기차'라고 일컫는 것도 다반사였다.
↑ⓒ 일러스트 김세중
가랑비에 옷 젖듯 여론 악화
여론이 이렇게 악화될 때까지도 현대기아차는 온라인 여론 쪽을 애써 무시했다. 비공식적으로 온라인 대응팀을 운영하고 있다는 소문은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었다. 현대기아차가 온라인 여론 대응에 무심했던 이유는 그런 부정적 여론이 자동차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 온라인 자동차 사이트 회원은 "국내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자동차 브랜드가 많지 않은 형편이라서 현대기아차가 부정적 댓글들에 굳이 대응할 이유가 없었던 것 같다"며 "내가 만나본 현대차 사람들은 그런 댓글들을 무조건 반대만 하는 네티즌들의 치기 어린 행동으로 치부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입 자동차의 저가 공세가 이어지고 GM이나 르노삼성과 같은 다른 국내 자동차 브랜드들이 다양한 라인업을 무기로 현대차를 위협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자동차 선택 폭이 넓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도 깐깐해진 것. 소비자들은 보배드림이나 포털에 올라온 아마추어 자동차 마니아들의 시승기를 하나하나 읽어보거나 자동차 기사의 댓글까지 꼼꼼하게 확인하면서 자동차를 고르기 시작했다. 특히 마니아를 자청하는 이들이 단순한 아마추어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정도로 상당한 전문적 지식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현대기아차에는 뼈아픈 일이었다.
지난해 8월 아반떼에서 앞 유리 하단의 카울(앞 유리와 연결된 자동차 패널) 부분으로 물이 유입돼 엔진룸으로 쏟아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현대차는 누수와 관련해 내부 연구를 거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리콜 조치를 취하지 않은 대신 엔진룸 물 유입에 따른 커넥터 및 와이어링 등 전자부품 부식으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보증 기간에 상관없이 평생 보증 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 그러자 온라인에서 마니아들이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전기·전자 장치의 고장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습기를 멀리하는 것이 기본인데, 전체 부품의 70%가 전기·전자 장치로 구성돼 있는 자동차 엔진에 물이 들어가는 것은 고장의 지름길이자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라는 것. 특히 누적된 습기로 인한 고장은 시간이 지나면 그 원인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에 현대차의 평생 보증 서비스는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등의 비판이 잇따랐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속담처럼 이런 논리적 반박이나 부정적 댓글들이 소비자들에게 좋은 쪽으로 작용할 리 없다. 최근 GM의 말리부를 구입한 30대 후반의 남성은 "쏘나타를 살까, 새로 출시되는 K5를 살까 고민하다가 말리부를 샀다"며 "온라인을 살펴보니 새로 출시되는 K5도 특별한 점이 없다고 하고, 불량 에어백이나 급발진 등 현대기아차에 대한 부정적 댓글들을 보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현대차를 타왔는데 내가 느끼는 것 이상으로 현대기아차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많아 깜짝 놀랐다"고도 했다.
투 트랙 전략으로 대응
수입차의 거센 공세에다 인터넷에서 부정적 여론까지 떠도니 현대기아차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것들이 판매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계량할 수는 없지만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긍정적 영향보다는 부정적 영향이 압도적으로 컸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초 국내 영업본부 내에 국내 커뮤니케이션실을 신설하고 적극적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커뮤니케이션실은 30명 정도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적극 대응에는 정의선 부회장의 뜻이 어느 정도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올해 초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모터쇼에서 "수입차가 늘어나는 데 대해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하고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며 "인터넷 댓글은 많은 분이 쓰기 때문에 좋은 댓글도 있고 안 좋은 댓글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저뿐 아니라 우리가 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국내 커뮤니케이션실은 투 트랙 전략으로 여론 다잡기에 나섰다. 하나는 부정적 여론을 형성하는 전문가 집단과의 스킨십을 늘린 것이다. 일례로 온라인에서 '안티 현대기아차의 집결지'로 불리는 '보배드림' 회원들을 대상으로 지난 5월 7단 DCT(듀얼 클러치 기어) 시승 행사를 가졌다. 보배드림을 중심으로 7단 DCT는 변속 충격이 크고 소음이 심하다는 소문이 급속히 퍼지자 이를 반박하기 위한 자리를 직접 마련한 것. 7월에는 네티즌들을 남양연구소로 직접 초청해 신형 제네시스 스몰오버랩(Small Overlap·시속 64㎞의 속도로 차량 운전석 앞부분의 25%를 장애물과 충돌시키는 시험) 시연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신형 제네시스는 지난해 5월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 주관 충돌 평가에서 승용 세단 중 세계 최초로 29개 평가 전 항목에서 만점인 GOOD 등급을 받으며 최고 안전등급인 '톱 세이프티픽 플러스'를 받았다. 하지만 네티즌들이 "내수와 수출 사양이 달라 내수용 차량으로 테스트를 하면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는 주장을 하자 이를 반박하기 위한 행사를 가진 것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우리를 싫어하는 대표적 사이트인 건 알고 있었지만 그럴수록 같이 타보고 느껴보고, 질문하고 대답하는 과정을 통해 오해가 해소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댓글을 보다 보면 가끔 과하다 싶은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이마저도 따끔한 충고와 소중한 조언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과거에는 그냥 지나쳤던 악성 루머에 대해 소송 등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여러 차례 해명을 했음에도 계속 악성 루머를 퍼뜨리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부득이 법적 대응을 하기로 했다"며 "최근에도 일부 네티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가랑비에 옷 젖듯 여론 악화
여론이 이렇게 악화될 때까지도 현대기아차는 온라인 여론 쪽을 애써 무시했다. 비공식적으로 온라인 대응팀을 운영하고 있다는 소문은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었다. 현대기아차가 온라인 여론 대응에 무심했던 이유는 그런 부정적 여론이 자동차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 온라인 자동차 사이트 회원은 "국내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자동차 브랜드가 많지 않은 형편이라서 현대기아차가 부정적 댓글들에 굳이 대응할 이유가 없었던 것 같다"며 "내가 만나본 현대차 사람들은 그런 댓글들을 무조건 반대만 하는 네티즌들의 치기 어린 행동으로 치부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입 자동차의 저가 공세가 이어지고 GM이나 르노삼성과 같은 다른 국내 자동차 브랜드들이 다양한 라인업을 무기로 현대차를 위협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자동차 선택 폭이 넓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도 깐깐해진 것. 소비자들은 보배드림이나 포털에 올라온 아마추어 자동차 마니아들의 시승기를 하나하나 읽어보거나 자동차 기사의 댓글까지 꼼꼼하게 확인하면서 자동차를 고르기 시작했다. 특히 마니아를 자청하는 이들이 단순한 아마추어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정도로 상당한 전문적 지식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현대기아차에는 뼈아픈 일이었다.
지난해 8월 아반떼에서 앞 유리 하단의 카울(앞 유리와 연결된 자동차 패널) 부분으로 물이 유입돼 엔진룸으로 쏟아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현대차는 누수와 관련해 내부 연구를 거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리콜 조치를 취하지 않은 대신 엔진룸 물 유입에 따른 커넥터 및 와이어링 등 전자부품 부식으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보증 기간에 상관없이 평생 보증 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 그러자 온라인에서 마니아들이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전기·전자 장치의 고장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습기를 멀리하는 것이 기본인데, 전체 부품의 70%가 전기·전자 장치로 구성돼 있는 자동차 엔진에 물이 들어가는 것은 고장의 지름길이자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라는 것. 특히 누적된 습기로 인한 고장은 시간이 지나면 그 원인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에 현대차의 평생 보증 서비스는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등의 비판이 잇따랐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속담처럼 이런 논리적 반박이나 부정적 댓글들이 소비자들에게 좋은 쪽으로 작용할 리 없다. 최근 GM의 말리부를 구입한 30대 후반의 남성은 "쏘나타를 살까, 새로 출시되는 K5를 살까 고민하다가 말리부를 샀다"며 "온라인을 살펴보니 새로 출시되는 K5도 특별한 점이 없다고 하고, 불량 에어백이나 급발진 등 현대기아차에 대한 부정적 댓글들을 보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현대차를 타왔는데 내가 느끼는 것 이상으로 현대기아차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많아 깜짝 놀랐다"고도 했다.
투 트랙 전략으로 대응
수입차의 거센 공세에다 인터넷에서 부정적 여론까지 떠도니 현대기아차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것들이 판매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계량할 수는 없지만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긍정적 영향보다는 부정적 영향이 압도적으로 컸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초 국내 영업본부 내에 국내 커뮤니케이션실을 신설하고 적극적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커뮤니케이션실은 30명 정도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적극 대응에는 정의선 부회장의 뜻이 어느 정도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올해 초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모터쇼에서 "수입차가 늘어나는 데 대해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하고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며 "인터넷 댓글은 많은 분이 쓰기 때문에 좋은 댓글도 있고 안 좋은 댓글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저뿐 아니라 우리가 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국내 커뮤니케이션실은 투 트랙 전략으로 여론 다잡기에 나섰다. 하나는 부정적 여론을 형성하는 전문가 집단과의 스킨십을 늘린 것이다. 일례로 온라인에서 '안티 현대기아차의 집결지'로 불리는 '보배드림' 회원들을 대상으로 지난 5월 7단 DCT(듀얼 클러치 기어) 시승 행사를 가졌다. 보배드림을 중심으로 7단 DCT는 변속 충격이 크고 소음이 심하다는 소문이 급속히 퍼지자 이를 반박하기 위한 자리를 직접 마련한 것. 7월에는 네티즌들을 남양연구소로 직접 초청해 신형 제네시스 스몰오버랩(Small Overlap·시속 64㎞의 속도로 차량 운전석 앞부분의 25%를 장애물과 충돌시키는 시험) 시연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신형 제네시스는 지난해 5월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 주관 충돌 평가에서 승용 세단 중 세계 최초로 29개 평가 전 항목에서 만점인 GOOD 등급을 받으며 최고 안전등급인 '톱 세이프티픽 플러스'를 받았다. 하지만 네티즌들이 "내수와 수출 사양이 달라 내수용 차량으로 테스트를 하면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는 주장을 하자 이를 반박하기 위한 행사를 가진 것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우리를 싫어하는 대표적 사이트인 건 알고 있었지만 그럴수록 같이 타보고 느껴보고, 질문하고 대답하는 과정을 통해 오해가 해소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댓글을 보다 보면 가끔 과하다 싶은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이마저도 따끔한 충고와 소중한 조언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과거에는 그냥 지나쳤던 악성 루머에 대해 소송 등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여러 차례 해명을 했음에도 계속 악성 루머를 퍼뜨리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부득이 법적 대응을 하기로 했다"며 "최근에도 일부 네티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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