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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간침체 영향 올 98.7조 전망…8년내 최저
- SOC 예산 삭감 등 내년 최악 상황 올 수도
- 민간 투자 활성화로 선순환 구조 전환 시급


　건설업계가 부진의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 한해 국내 건설수주 규모가 2005년 이후 8년 만에 100조원을 밑도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것이란 비관적 전망마저 제기되고 있다.

　특히 '4·1부동산대책'이 반짝 효과에 그칠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내년부터 4년간 11조원의 SOC(사회간접자본)예산이 삭감될 예정이어서 건설업계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돌파할 수 있는 해법으로 부동산시장 정상화를 위한 추가대책 마련과 함께 민간투자사업 활성화, 건설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 등을 제시했다.

　◇'건설수주 100조원 이하 추락'…민간 수주 부진이 원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이 발표한 2013년 건설경기 전망에 따르면 올 국내수주는 총 98조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8%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공공보다 민간부문 침체가 두드러졌다.

　민간 수주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급격한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해 하반기와 올 상반기가 전년 동기보다 각각 27.8%, 30.8% 급감했다. 올 하반기는 전년 동기보다 30.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착시효과'라는 게 건산연의 분석이다.

　이홍일 건산연 연구위원은 "지난해 부진이 커진 데 따른 기저효과와 상반기 재건축·재개발사업이 하반기로 미뤄진 게 많아 실제 체감하는 건설경기는 회복세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올해 건설투자는 지난해보다 2.1%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이 역시 '착시효과'가 크다는 의견이다. 건설투자가 3년 연속 감소한 데 따른 기저효과와 함께 2011년 하반기부터 2012년 상반기까지 증가한 건설수주가 기성으로 진척된 결과라는 것이다.

　다만 올해 정부의 SOC예산 증가와 혁신도시의 공공기관 신청사 투자 등 공공투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민간부문의 발전설비 투자가 그나마 하반기 건설경기를 떠받치는 효과로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다.

　◇내년 '최악의 상황' 올 수도

　문제는 내년이다. 내년부터 SOC예산이 2조원 이상 감소하는 등 4년간 11조원의 예산이 삭감되기 때문이다. 업계는 선행지표인 건설수주 감소가 본격화될 경우 건설투자 역시 다시 침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4·1대책 효과가 제한적인 데다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 등의 후속대책마저 국회에서 발목이 잡히면서 매수심리가 다시 급격히 위축될 경우 건설투자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실제 2008년 이후 건설투자 침체의 주요인은 주택투자 부진이다. 건산연에 따르면 2012년 주거용 건축투자는 2007년 대비 36.8% 감소하면서 건설투자 침체에 가장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주택투자액은 27조6000억원으로, 1989년(20조9000억원)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같은 주택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는 건설기업 유동성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현재 시공능력순위 100대 건설사 가운데 21곳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또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진행 중이지만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는 경영여건이 아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있는 건설상장기업들은 올 1분기에도 적자를 지속했다. 문제는 이들 외에 정상적인 건설상장기업조차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2.3% 줄었다는 점이다. 유동성 위기를 겪는 건설기업들이 확대되는 양상이어서 업계 자체의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극에 달한 것이다.

　◇선순환구조 전환 지원 시급…대안은 민간투자 활성화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같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의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홍일 연구위원은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SOC예산을 줄이더라도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며 "먼저 민간투자 활성화에 민간투자를 충분히 끌어들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복지와 연계할 수 있는 인공제방·화장장 등 생활형 SOC와 같은 민간투자 대상사업을 확대하고 이에 민간이 투자할 수 있는 진입규제 장벽을 합리적으로 낮출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민자고속도로 주변 주택사업 개발권 등 부대·부속사업을 부여한다거나 상습정체 구간에는 지하도로 건설 등 생산적 복지구현 차원의 민간투자를 유도하는 게 업계와 연구기관에서 제시하는 방안이다.

　주택시장 정상화는 건설경기와 직접적 상관관계가 있는 만큼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법안의 조속한 통과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정부 차원에서 부실기업의 구조조정 촉진과 부실화 요인으로 지목되는 제도도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상호 건설협회 SOC·주택실장은 "최저가낙찰제 폐지와 함께 발주기관의 실적공사비적산 및 원가심사, 건설기업의 지급보증에 의존하는 PF(프로젝트파이낸싱) 구조 등의 개선도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정태기자 dbman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