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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나베 부인(Mrs Watanabe)도 물론 실재하는 인물이 아니다. 그냥 재테크를 위해 외환에 투자하는 보통의 일본 주부를 가리키는 말이다. 왜 와타나베가 대표성이 됐는지도 불분명하다. 기원도 여러 가지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런던 금융가에서 처음 불렸다는 설이 유력하다. 미디어에선 1997년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처음 등장한다. 당시 사무라이본드(외국 정부나 기업이 일본 투자자를 대상으로 발행하는 엔화표시 채권)를 사고파는 주부들을 가리켰다.
1998년 일본이 외환거래 규제를 대폭 해제해 개인투자자도 외환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면서 이들은 본격적으로 국제 외환시장에 진출했다. 일본의 전통의상 기모노에 빗대 ‘기모노 트레이더’라고도 불렸다.
와타나베 부인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 시기는 2005~2007년 엔저가 지속될 때였다. 주로 엔을 팔고 달러를 사는 데 베팅했다. 자산운용에 대한 지식과 노하우가 부족했지만 이들의 위력은 세계 금융계를 흔들었다. 한때 그 숫자는 300만명에 달할 정도였다.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평화는 이들 와타나베 부인들에게 달려 있다고 쓰기도 했다. 2008년 외환 위기를 겪은 뉴질랜드에선 중앙은행 총재가 직접 나서 와타나베 부인을 설득하라는 여론이 형성된 적도 있다.
와타나베 부인들이 주로 거래하는 시간은 물론 낮보다는 밤 시간대다. 가사일로 바쁜 낮 시간대에서 해방된 밤 9시에서 12시까지가 와타나베 부인들의 주된 활동 시간대다. 물론 이 때는 런던금융시장이 열리는 시간이다. 외환 거래가 뜸한 날이면 일본 빠찡꼬점이 성황을 이룬다는 얘기도 있다. 어떤 관계가 있는지 궁금하다.
최근 일본 아베노믹스의 금융완화정책에 힘입어 와타나베 부인이 다시 돌아온다는 소식이다. 급격한 엔저 파고 배경에는 이들 와타나베 부인의 과감한 투자가 있다는 것이다. 7~8년 전 외환 거래를 한차례씩 경험했던 이들이다. 전문가를 방불케 하는 실력들이라고 한다.
더욱이 태블릿PC나 모바일 등 IT 기기의 발전으로 가사일을 하면서도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이 완비된 상황이다. 벌써 거래 규모가 일본 증시 시가총액의 1.5배가 넘었다고 한다. 남성 개인투자자인 미스터 와타나베라는 말도 득세하는 모양이다. 세계 금융계가 또 한차례 홍역을 치를 기세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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