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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도 “돈 돈 돈”… 불행을 낳는 물질만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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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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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590 2013/02/16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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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시흥의 함현중학교 손혜진 교사(36)는 지난해 행복수업 시간에 이철우군(15·가명)이 그린 ‘나의 뇌구조’ 그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컴퓨터와 공부 등 몇 개의 단어를 빼곤 온통 ‘돈’이라는 글자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에 벌써부터 이렇게 돈에 집착하나 싶어 가슴이 덜컥 내려앉은 손 교사는 이군에게 이유를 물어보았다. 이군은 “여자친구와 영화도 보고 맛있는 음식과 선물도 사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돈돈돈” 하는 어른들의 돈타령이 어린 자녀들에게까지 전염되고 있는 것이다.한국인들의 돈에 대한 집착은 유별나다. 2011년 한 국내 일간지 여론조사에서 한국인을 불행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로 꼽힌 게 ‘재물에 대한 집착’이었다. 또 돈과 행복은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한국인은 7.2%에 불과해 덴마크(47.0%), 인도네시아(44.2%) 등과 대조를 보였다. 한국인들이 돈과 행복을 거의 동일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유럽과 미국에선 먹고살기 힘들 정도로 가난할 때는 돈이 행복을 좌지우지할 수 있어도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돈이 행복에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하지만 한국은 2012년 세계경제 순위 15위, 1인당 국민소득 2만2720달러로 경제수준이 크게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돈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최근 흥사단이 수도권 초·중·고 학생 6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선 고등학생의 44%가 ‘10억원이 생긴다면 1년간 감옥을 가도 괜찮다’고 응답해 충격을 던지기도 했다. 중학생은 28%, 초등생도 12%나 같은 대답을 했다. 위 아래를 가릴 것 없이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 있는 한국사회의 자화상이다.심리학자들은 한국인의 유별난 돈 집착에 대해 남을 의식하고 비교하는 문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한다. 서은국 연세대 교수는 “한국인들은 자신들의 취향이나 신념, 가치관에 긍지를 갖고 추구하기보다는 전통적으로 다른 사람의 시선과 평가, 형식을 중시하고 비교하는 경향이 짙다”며 “그 결과로 눈에 보이는 부나 권력, 외모 등을 얼마나 갖췄느냐, 어느 집단에 속해 있느냐 등에 따라 행복해하거나 불행해한다”고 말했다. 최인철 서울대 교수는 사회구조적인 변화를 이유로 꼽았다. 최 교수는 “종전 우리 사회에서 계급과 계층을 뛰어넘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시험을 잘봐 좋은 학벌을 갖는 것이었으나 1997년 말 터진 외환위기의 영향으로 돈이 곧 계급과 계층을 결정해주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된 것도 하나의 이유”라고 분석했다.사회안전망의 미비로 언제 어느 순간에 사회의 밑바닥으로 추락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돈에 대한 집착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돈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인간관계도 뒷전으로 미루기 십상이다. 실제로 서울대 행복연구센터는 이와 관련한 의미있는 연구결과를 얻었다. 서울대 학생들에게 ‘친한 친구와 식사 약속을 했는데 갑자기 일을 하라고 한다. 얼마를 받는다면 친구와의 식사를 포기하겠느냐’고 물었다. 사람과의 관계를 돈으로 환산한 질문이었다. 그 결과 행복하지 않은 학생일수록 약간의 돈만 받아도 친구와의 약속을 포기하겠다고 한 반면, 행복한 학생일수록 많은 돈을 보상받아도 약속을 저버리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 최 교수는 “물질주의가 강하다는 것은 동시에 사람과의 관계를 경시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작게보기최 교수는 “돈을 버는 것이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돈은 목적이 아닌 수단이고 번 돈을 어떻게 쓰느냐이다”라며 “행복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돈에 대한 바람직한 관점을 갖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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