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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기의 인생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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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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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04 2018/08/08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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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기의 인생살이



   요즈음은 개인의 자유가 너무 흔해빠져 이혼하는 젊은 부부가 늘어난다고 한다. 개인의 생각으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혼하는 일도 자유는 자유다. 거기다가 간통죄도 폐지되어 때맞은 부추김이다. 부부가 서로 마음에 차지 않는다고 쉽게 헤어지기도 하는 마음들이다. 자식이 있거나 없거나 가리지 않고 각자가 자기 마음대로 저지르기 일쑤다. 이혼을 얼마나 쉽게 생각하느냐 하면 가벼운 말다툼 하다가 자기 성깔을 죽이지 못해도 이혼한다. 결혼하여 자식을 둔 사람들이 이혼하면 그 자식이 가장 불행한 피해자가 된다. 엄마 없이 자라거나 아빠 없이 자라는 일은 당사자인 아이에게는 자기 인생의 계획이 엉뚱하게 망가지는 일이 되기 쉽다. 사회적인 범죄도 이런 가정에서 자주 일어나는 원인으로 제공되는 일이다. 그래서 결함가정이라고도 한다. 이런 자식의 불행을 미리 생각하는 이혼 부부는 아마도 없을 것으로 안다. 만약 자식이 걱정되는 정신이라면 쉽게 이혼을 할 수 없는 일이기에 말이다. 이러한 이혼이 잦은 권태기도 길지는 않으나 사람들은 사랑의 권태기를 넘기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자기 밥그릇에 콩이 작고 남의 밥그릇의 콩이 굵고 맛나 보이는 것이 사람의 욕심이다. 허리 굵어진 마누라보다 날씬한 처녀가 자꾸 욕심이 가는 마음이다. 이는 남녀 구분 없이 양쪽이 다 그렇기 때문에 이혼하는 이유가 된다. 자유가 너무 방종하다 보니 자기 마음 흐르는 대로 기분 맞춰 사는 인생이다.


   매일 버스로 출퇴근 하다 보면 같은 시간 자주 만나게 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아침에 출근 버스를 타면 자주 만나는 사람을 또 만난다. 자주 만나는 얼굴은 익숙하고 인사를 나누면 친구처럼 부드러운 대화가 이루어진다. 별로 잘 난 미인은 아니라도 항상 배려하는 마음으로 다가오는 그 마음이 서로 편해진다. 매일 만나면 개인 신상의 내력도 자연히 알게 된다. 나는 출근 시간마다 앉을 자리가 없는 버스로 서서 출근하게 된다. 친해진 그 여자는 매일 앉아서 편한 자리에 앉아 출근 시간을 즐긴다. 나는 도착지인 직장의 거리가 짧고 그 여자는 버스 출발지 근처가 집이라 언제나 앉아서 출근하는 일이다. 언제나 먼저 보는 사람이 다정한 인사를 하게 되는 정감이 가는 사이가 되었다. 마누라와 비교해도 아내보다 더 날씬하고, 똑똑하게 느껴진다. 서로 대화가 많아지게 되니 정감도 비례하여 늘어난다. 항상 웃는 얼굴에 침 뱉을 곳이라곤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아내는 잔소리가 늘어나 찡그리는 시간이 더 많아진다. 이렇게 비교하다가는 아내가 싫어지고 저 여자가 좋아지는 일은 아닌가 생각해 보기도 한다. 지금의 마음은 저 여자가 아내보다 더 장점을 느낀다. 그 여자가 한 번도 나에게 화내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서 나는 천사 같은 느낌으로 대한다. 물론 나에게 화를 낼 일도 그녀에게는 없다.


   하루는 퇴근 시간에 약제 건재상에 가서 아이들에게 먹일 보약 재료를 주문하여 받아왔다. 내가 한약인 보약을 지을 지식이 있어서 일반적인 보약을 짓기 위해서다. 한의원에 가서 부탁하면 가격이 너무 비싸 저렴한 구매의 이유였고 한의서로 배운 실력에 의존한 일이다. 한약 재료상 주인도 잘 아는 사이라 질이 좋은 재료를 믿을 수 있어서 거래를 자주 한다. 아내가 꼼꼼하게 계산하고 여러 가지 좋은 점을 들어 나에게 부채질한 때문이다. 포장된 한약 재료를 값을 치르고 퇴근 버스에 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그 여자가 먼저 버스를 타고 좌석에 앉아 반갑게 인사를 한다. 그녀의 직장은 시외버스정류장 근처로 퇴근 시간도 버스 타기가 유리한 지역에 있다. 나도 반가운 마음으로 인사를 나누고 운전석 옆에 가방 얹을 자리에 한약재료 뭉치를 얹어 놓았다. 그 여자가 좋은 냄새가 나는 데 무엇인가 물었다. 한약 재료라고 하니 그래서 향기가 좋더라고 반기며 말한다. 다행히 뒤편에 빈 좌석이 있어서 나는 거기로 가서 앉았다. 우리 집은 직장에서 8km 거리에 있어서 먼저 내렸다. 내리면서 그녀에게 인사하고 앞에 얹은 짐은 내리지 않고 뒷문으로 몸만 내리고 말았다. 아차! 내려서 생각하니 손이 허전하여 약재를 내리지 않은 사실을 뉘우쳤다. 집에 와서 그녀가 도착했다 싶을 시간에 전화했다. 당시는 이동전화도 없던 시절의 이야기다.


   나는 아내에게 한약 재료를 버스에 두고 내린 사실을 이야기하고 내일 당신이 그 집에 가서 받아 오라고 했다.

    "그 여자도 이상하다 서로 잘 아는 사이에 내릴 때 바로 이야기 해주지 않고 왜 자기 집까지 가져갔을까"하고 또 찡그린다. 지금이라도 자전거를 타고 가서 찾아오면 될 일이지만, 밤늦게 남편 없이 사는 젊은 여자 집에 가기가 민망해서 아내에게 미룬 일이다. 그래야만 우리 가정이 편안해진다. 남의 눈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평소 그 여자의 몸단장과 사교성이 남다르게 느껴지는 일은 나만의 생각에 그치는 모습은 아니다. 주변에는 그녀를 탐내는 남자들 이야기도 헛소문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다음날 아내가 자전거를 타고 그녀의 집에 가서 한약 재료를 가지고 왔다. 그녀는 오늘 내가 갖다 드리려고 맘먹고 있는데 가지러 오셨군요 하면서 정다운 모습을 보이더라고 했다. 그래도 아내는 고맙다기보다 차에 내릴 때 말 한마디 안 해 준 일을 가지고 시큰둥한 생각이다. 그 사람도 나처럼 잊을 수 있는 일인데 그러지 말라고 오히려 고맙다고 해야 한다며 아내를 나무랐다. 내가 보기에는 그녀가 내 아내보다 더 마음이 깊은 모습이라 생각되었다. 아내는 생각하는 마음의 폭이 좁다고 느껴진 것은 내 밥 그릇의 콩으로 생각했나보다.


   나는 머릿속에 시뮬레이션으로 다시 돌려보았다. 그녀의 집에 한약 재료를 찾으러 가면 나를 유혹할 수도 있는 일이다. 30대 후반의 남자가 임자 없는 과부 젊은 여인과 밤에 만나면 말썽의 소지가 된다. 내가 버스에 내릴 때 두고 내리는 것을 알면서 모른척해 넘어가면 자기 집에 가지러 올 줄을 알고 기다렸을 일이다. 남자란 모두 그렇고 그런 대상이라 찍어서 안 넘어질 남자는 없고 자기는 멋진 기회를 포착하고 절호의 찬스가 왔다고 생각했을 일이다. 그런데 기상천외하게도 이거 웬일인가 나의 아내를 보낼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을 것이다. 바보 병신 같은 남자라고 속으로 비난을 쏟았을 일이다. 차려놓은 자기 밥상도 못 찾아 먹는 바보라고 했겠다. 나는 욕망도 없는 얼굴로 씁쓸한 비웃음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인생에 멋진 장면의 뒤에는 늘 어두운 그림자가 늘 따라 다니기 마련이다. 귀하디귀한 김정일의 큰아들이 비명횡사했다. 김정일 살아생전에는 얼마나 귀한 자식이었는데 동남아 남의 나라를 전전하다가 비명횡사하는 일도 욕망의 흔적이 남긴 그림자만큼 비정함을 의미한다. 부모의 어느 한쪽이 다른 자식은 혈족이라도 원수가 되는 세상이다. 부부가 인생 끝까지 해로하지 못하는 인생은 실패한 인생이다. 한때의 아름다움과 감각의 유혹으로 욕망만 따라가다 보면 가치판단이 흐려져 낭패를 저지르고 말 일이다. 내가 지금까지 자식들에게 비난받지 않은 일은 매우 잘한 삶이라고 스스로 자부해본다. ( 글 : 박용 2018.08.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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