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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마음에는 틈새가 없다
셋째 사위가 우리 부부에게 같이 여행 가자고 연락이 왔다. 유치원 초기에 같이 돌보며 놀아줬던 외손녀도 보고 싶은 마음에 반가워서 동참하기로 했다. 목적지는 가야산으로 가야호텔에 숙소를 미리 예약해야 한단다. 계절이 피서객이 분비는 한여름이라 임박해서는 방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작년 봄에도 부산 해운대 관광을 같이한 적이 있었다. 해운대 경치에 정신을 잃고 남도의 바다와 섬들의 아름다운 경관을 잊을 수 없는 여행이었다. 늙은 부부가 자식들의 보호 속에 여행하기란 매우 좋은 편한 여행 기회가 됨을 알게 된 일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매우 기대되는 여행이다. 두 사람이 국가공무원인 사위 부부는 월요일 하루 더 걸리는 날도 연가를 쓰는 모양이다. 2박 3일의 가야산 여행은 멋진 기회였다. 가야산 호텔은 내가 다닌 호텔 중에서도 내 마음에 가장 정이 가는 호텔이다. 호텔식사가 마음에 들었고 친절한 직원들의 표정과 인정이 가슴에 전해왔다. 언제 보나 친절한 표정도 즐거운 여행에 한몫을 했다. 호텔운영자의 경영기술을 칭찬해 주고 싶다. 고산지대의 맑고 신선한 공기를 호텔 객실까지 마음대로 끌어들여 마실 수 있어서 나에게 아주 좋은 환경이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걷기운동을 하기 위해 호텔을 나와 주변을 둘러보니 가야산국립공원 백운동 야영장이 있었다. 상쾌한 공기를 심호흡으로 마시면서 즐기기엔 매우 좋은 환경이다. 아내와 같이 걸으면 아내의 걸음걸이 속도가 너무 늦어서 나는 아내의 저만큼 앞뒤로 반복하며 걷는다. 집에서는 날마다 3시에 기상하는데 여기는 낯선 곳이라서 한 시간 늦게 나온 일이다. 이렇게 싱그러운 산소탱크의 숲길을 걸을 수 있는 행운이 우리 부부에게 다가왔으니 그냥 놓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런 길을 장시간 걸으면 좋은 생각이 자꾸 떠오름을 느끼게 한다. 아마도 여기가 해발 높이 5, 6백 미터가 되는 듯했다. 긴 소매 옷을 입어야 할 정도로 매우 선선한 기후다. 이 한여름에 이런 공간에 걷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여름 내내 여기서 이렇게 살았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계곡의 물소리와 산새 소리는 자연의 정취를 더욱 실감 나게 한다. 다섯 시가 되니 먼동이 밝아와 멀리까지 환하게 볼 수 있는 경치가 아름답다. 말로만 듣던 가야산의 자연환경이 이렇게 쾌청하고 아름다울 줄은 예전에 미처 몰랐다.
도착하던 첫날 등산로 계곡을 다리에서 내려다보니 거울 같은 맑은 물과 물웅덩이를 곳곳에 만들며 흘러가고 있었다. 물이 차가운지 아가씨인지 아주머니인지 분간 못할 젊은 여자가 펜티 같은 차림으로 장다리를 다 보이게 물에 담그고 서 있었다. 너무 시원해서 정신없는지 물이 맑아서 물에 잠긴 다리가 훤히 다 비쳐 보였다. 각선미를 하얗게 드러내고 자랑도 하고 싶은 모양이다. 맑은 물과 함께 하얀 다리 살결이 곱고 각선미가 참 아름답게 보였다. 크고 작은 바윗돌 사이로 흐르는 물은 흰 이빨을 드러내기도 하고 돌 사이로 숨기도 하며 제갈 곳을 흘러간다. 어린이도 물장난치며 뛰어놀고 있지만, 물에 몸을 담그지는 않았다. 물이 매우 차가운 상태를 느낌으로 알게 한다. 등산로 입구에는 안내하는 여자 직원이 미소를 띄우며 다가온다. 아는 사람인가 하여 자세히 살피니 지금 시간은 등산이 금지되오니 오르지 말라는 이야기를 한다. 안내판에 적힌 시간을 확인하니 오후 2시 이후는 입산이 금지란다. 그럼 내일 오르지요 하고 나는 정중히 인사를 했다. 오후 2시 이후에 산에 오르면 길을 잃거나 조난당할 우려가 있어서 직원이 상주 대기하며 안내하는 중이라는 것을 알았다.
호텔 식사는 저녁에 먹은 미역국이 제일 맛이 좋았다. 생일날에 아내가 꼭 만들어 주는 미역국을 먹다가 여기 미역을 먹으니 특별하게 맛이 다르다. 지금까지 아내가 만든 미역국이 제일 맛 나는 미역국이라 생각했는데 오늘 미역국은 특별했다. 내가 먹어본 미역국으로 최고의 맛이라 생각되었다. 전날 북엇국도 시원하고 좋았지만, 미역국은 특이하게 느껴지는 별미로 생각된다. 북어를 양념에 졸여가면서 구운 북어 고기 맛 또한 입에 짝짝 붙는 감칠맛이다. 그러나 조금은 짜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고 보니 전반적인 반찬이 약간 짜게 느껴진다. 항상 싱겁게 먹는 나의 버릇 때문에 그런가 보다. 그러나 콩국수는 별로인 것 같았다. 이날은 심원사를 한 바퀴 돌아와서 야생화 식물원에 들렀다. 안내판을 보니 경로우대 혜택이 없는 입장 규정인가 하고 돈을 내밀었더니 경로우대 대상자로 그냥 들어가라고 한다. 안내판에는 그런 문구가 전혀 없었는데도 그냥 구경하고 나왔다. 야생화 식물원의 다른 한 곳은 공사 중이라고 하여 관람하지 못했다. 고산식물에 대한 자료라도 있을까 싶어서 들렸지만 수집될만한 자료가 없었다.
다음 날은 해인사를 방문하기로 하였다. 해인사 오르는 길은 강원도 회돌이 물길처럼 굽이굽이 가파르다. 주차장에 승용차를 주차하고 해인사 소리길을 걸어서 오르기 시작한다. 해인사에 오는 사람들은 등산객과 함께 분주했다. 해인사 앞 거의 가까이 왔을 때 멧돼지 새끼 4마리가 갑자기 무리 지어 출현했다. 사람들이 과자와 초콜릿을 던져주니 즐겁게 받아먹는다. 그러면서도 연신 경계에 여념이 없는 눈치다. 저만치 도망했다가 다시 되돌아와서 받아먹는 일을 계속 반복한다. 나는 카메라 동영상을 촬영한다. 멧돼지 어미는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숲속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자기 새끼에게 위협을 주거나 새끼가 고함을 치면 나타나서 보복을 감행할 멧돼지 어미다. 야생동물인 멧돼지 어미는 사납기 비할 데 없는 날카로운 습성을 지녔다. 자기 새끼에게 먹이를 주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눈길을 주어서 안심하고 방치하는 일이다. 어미는 사납기도 하지만, 자기 새끼 사랑하고 있는 사람의 눈치를 정확히 계산하고 있을 것이다. 누가 보아도 귀여운 모습이다. 여기 온 누구도 멧돼지에게 팔매질하거나 괴롭히지 않는다. 이런 심리를 어미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뜻이다. 새끼에게 허기진 배를 채우고 오라고 방관하듯 감시하는 중일 것이다. 사랑하는 마음에는 빈틈이 없다. 어미도 이제 자기의 새끼들이 사람들에게 피해를 받지 않는다고 믿은 모양이다. 사랑하는 마음에는 사람과 동물의 마음이 다르지 않다. 자기 새끼 귀엽게 보아주는 것을 꿰뚫어 읽어내는 지력을 지닌 어미 멧돼지다.
( 글 : 박용 2018.08.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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