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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참혹성은 인정사정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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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35 2018/04/16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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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참혹성은 인정사정없다


   인간이 처음 세상에 나와서 가장 무서운 대상의 천적은 호랑이였다. 사람이 호랑이와 맞서 싸우면 대적이 되지 못한다. 호랑이 발톱과 이빨은 강력한 무기로 도저히 감당해낼 수가 없다. 사람은 타고난 무장이 전무한 상태다. 더구나 호랑이 먹이로는 사람이 가장 먹음직스러운 기호식품에 해당한다. 거슬리는 털도 없고 먹기도 알맞아 사냥함에 호랑이가 다칠 위험성도 전혀 없는 먹잇감이다. 먹이사슬의 자연조건도 다른 동물에 비교하여 아주 불공평하게 치우쳐 멸종이 금방 올 것만 같은 예상이었다. 원시인은 호랑이를 피해 동굴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동굴 입구를 바위로 막아 호랑이를 피하는 생활이 당시는 가장 적절한 수단이다. 종의 기원에서 보듯 적자생존의 자연법칙을 사람은 가장 궁하면 해결의 수단이 생긴다는 이치를 타고 났다. 가장 불리한 조건에서 살아야 했지만 살기 위한 방법강구가 다른 동물보다 월등히 빠르게 발전하게 된다. 가장 악조건이 가장 빨리 회복하는 적자생존의 적응 자세로 들어가게 되는 일이었다. 원숭이는 나무 재주로 살아남는 기술을 익히듯이 사람은 머리를 써서 도구를 생각해 낸 일이다. 돌멩이 팔매질로 호랑이와 대적하다가 불을 발견하면서 호랑이가 가장 무서워한 물질이 불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인간이 호랑이를 이기게 되었다.


   불의 무기로 만든 총이 호랑이를 쉽게 잡을 수 있었으니 인간에게 무서울 것은 이제 아무것도 없어졌다. 오히려 오만방자해지는 인간이 인간끼리 싸워야 하는 위험선을 넘고 말았다. 사람이 사람의 천적이 되고 서로 죽이고 물어뜯는 악순환을 조성하게 된 슬픈 일이다. 국제사회도 미국은 소련이 아무래도 믿을 수가 없었고 소련이나 중국은 미국이 세계를 점령할 것 같은 의심이 병처럼 번지고 있었다. 일본은 일본열도가 아무래도 불안하고 안심이 되지 않아 대륙점령의 야욕이 그치질 않고 있다. 패전국이지만 호시탐탐 기회만 오면 다시 대륙을 점령할 야심으로 독도와 센카쿠열도를 분쟁화 근거로 만들고 있다. 지금 열강들이 가진 무기의 반만 터트려도 이 지구는 종말을 고하는 일이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지 못해서 반목과 질시가 끝내 전쟁으로 치닫는 경우가 역사상 허다했다. 인간의 심성이 유순해 보이는 듯하지만 악으로 대하는 처신은 악마가 따로 없는 듯하다. 인간이 전쟁만 유발하지 않는다면 지상낙원을 만들어 살기 좋은 환경을 이룰 수가 있다. 우주공학이 발견한 블랙홀 현상의 피해도 인간의 지혜로 이겨낼 수가 있다. 지구보다 더 살기 좋은 행성을 찾아 이주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맹수가 가장 귀찮아하는 것이 무엇일까 알아보면 가장 하찮은 곳에서 생긴다. 벼룩이나 진드기 같은 기생충과 파리와 모기가 가장 귀찮은 존재라면 웃음이 난다. 바이러스처럼 미생물이 생명을 노리는 환경이다. 그러나 그 힘센 맹수도 거기에는 대처 방법이 없다. 발톱이나 이빨로 죽이는 시늉만 할 뿐이다. 역발산의 힘과 기개세로 다진 몸도 기생충 피해에는 고스란히 순종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이다. 여기에 비교하면 인간은 방충망과 같은 피할 수 있는 지식이 풍부하여 하등의 피해를 느끼지 않는 일이다. 인간이 얼마나 호화롭고 행복한 삶을 누리는가 말이다. 어떤 곤충은 맹수의 피부에 알을 꽂아 넣는 산란 방법으로 괴롭히기도 한다. 맹수의 피부가 곤충의 알이 부화해서 피부 속에서 자라 살을 썩게 하는 일이니 괴롭기 그지없는 일이다. 한여름에 방에 누워서 방충망을 바라보면 모기들이 피를 빨기 위해 사람 냄새를 현혹해 다닥다닥 붙어 기다리는 모습을 본다. 축사의 소는 모기에게 피를 너무 빨려서 소등에 핏방울이 벌겋게 칠해진 현상을 보게 된다. 사람도 짐승같이 살면 저런 꼴이 될 것으로 생각하게 되니 행복감이 절로 든다. 이런 호강스러운 삶을 발로 차듯 버리고 전쟁준비에 골몰해서야 짐승보다 더 낫다는 말을 할 수 있으랴 말이다.


   필자가 6세 때 6.25전쟁 참화를 직접 보고 겪었다. 전투기가 하늘을 나르며 포화를 퍼붓는 장면을 바로 내 눈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마을 뒷산 너머 아득한 하늘에 섬광이 번득이는 장면을 어른들이 구경하고 있었다. 어른 들은 전쟁의 공습이라고 하면서 혀를 차며 지켜보고 있는 틈에 서서 나도 본 일이다. 여러 대의 비행기가 양쪽 날개 끝에 불을 내뿜으며 내려꽂히더니 다시 하늘로 올라가면서 또 불을 뿜어 재꼈다. 공중을 오르내리며 계속 불을 뿜는 장면이다. 우리가 선 자리에서 10km나 떨어진 지역이라 위험하지는 않았지만, 거기에는 불바다가 되었을 것이다. 위치로 보면 지금 천문대가 있는 보현산 능선의 서남쪽 지역으로 보였다. 하늘에는 해가 있는 맑은 날씨의 오후 시간대여서 폭격장면이 선명하게 보였다. 내눈에는 비행기가 불을 뿜어내는 듯 보였으나 그 불빛은 폭탄이 투하되면서 이글거리는 불빛이다. 낙동강 방어선에서 다시 후퇴하는 적을 향한 폭격이었다. 물밀 듯이 밀고 내려왔던 인민군이 퇴로가 급해져서 도망치는 것을 모조리 작살내는 장면이다. 그런 공습의 전투가 있고 나서 며칠간 시체 실어내는 군용 트럭이 마을 앞 도로에 줄을 이었다.


   전쟁의 참혹성은 인정사정이 없다. 사람의 생명이 존귀함도 망각의 그늘에 묻혀 버리고 마는 일이다. 공습에 나선 전투기의 곡예 하는 모습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전투기의 공습장면을 보고 어른들이 내뱉는 탄성은 지금도 귀에 쟁쟁하다. 아무리 사랑이 메마르고 미움이 극에 올라도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아니 된다. 다행히 나는 좋은 지역에 태어나서 피난도 잠시 강 건너갔다가 돌아올 뿐이었으니 전쟁의 참화는 면했다. 보현산 준령이 팔공산과 만리장성처럼 막고 서서 천혜의복 받은 곳이다. 영천시가지가 점령당해도 북영천 IC가 위치한 이곳은 안전했다. 지금 생각해도 낙동강 방어선에 걸려 죽음 직전의 위험 고비를 넘긴 일이다. 우리 마을 동편 500m 지점에는 포항 쪽에서 밀려온 적의 공격을 받아 백병전이 몇 날 며칠 이루어지기도 했다는 이야기다. 단애제 저수지 동편 산으로 많은 인명이 백병전에 노출되어 피해를 본 곳이다. 그래서 이름하여 올챙이 골이라 한다. 역사를 내다보는 긴 안목으로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전쟁은 막아야 한다. 다시는 전쟁이 없도록 화합과 사랑으로 돌아가서 어려운 시기 국난극복을 총화로 이루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글 : 박용 2018.04.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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