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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피난 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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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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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805 2017/04/12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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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피난 가듯


   난세에는 민심이 흉흉하여 온갖 믿을 수 없는 유언비어가 난무하기 마련이다. 이럴 때마다 등장하는 정감록비결은 민심안정에 도움은커녕 불안만 조성했다. 어떤 사이비종교는 이를 이용하여 교세 확장에 열을 올리는가 하면 듯도 보도 못 한 이론을 전개하며 재림주가 왔다고 난리를 치기도 한다. 이들의 수법에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씩으로 아전인수로 현혹한다. 역사의 진행순서를 거꾸로 마름 하며 마치 예언에 적중했다는 주장을 내세우기도 한다. 6.25 전쟁 때는 이재팔금산(利在八金山)이 피난처였다고 부산을 예언한 일이라 우기는 것과 같다. 정감록비결이 난세를 피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교본으로 생각한 일이다. 나라에서 이런 허무맹랑한 미신을 퇴치하려니 정감록 책은 민간에 깊이 숨어 버렸다. 아마도 요새 인터넷 게시판 문화와 비슷한 광경이다.


   연발하는 총의 신무기가 개발하기 전의 전쟁은 기마가 도착하기 어렵고 침략 군인들의 눈에 벗어나는 곳이 십승지였다. 십승지란 정감록의 신봉자들이 전쟁의 피해를 벗어날 수 있는 안전한 전 국토의 10곳이다. 그러나 사실은 몽고의 난에는 강화도가 그들의 점령이 곤란한 안전지역이었다. 고려왕실의 피난으로 장기간 위급을 피한 역사가 잘 말해준다. 병자호란 때도 인조가 강화도로 피난했더라면 쉽게 항복하지는 아니했을 것이다. 그런데 남한산성으로 피난하는 자충수로 삼전도의 참혹한 항복을 겪은 일이다. 임진왜란 때는 강화도가 피난처로 되기는 어려운 지역이었다. 왜놈들은 물길이나 육지나 다니기 좋은 지역으로 침략로를 선택했고 대도시나 군.읍지를 공략 대상으로 먼저 삼았다. 서울이나 도읍처럼 잘 알려진 큰 마을이 공격 대상이 되고 말았다.


   우리 문중 아재 한 분은 한문을 많이 읽은 선비로 전쟁의 역사상 피난요소 지역을 나름으로 예상하고 자기만의 십승지를 찾았다. 임진왜란 때 경상도 영천지역이 가장 심각한 전쟁터였음을 깨닫고 군위군 고로면으로 이사를 갔다. 자기 4형제와 여형제까지 모두 십승지로 생각하고 험한 준령의 산악으로 옮겨갔다. 우리 문중에서 가장 앞선 생각을 가진 분이라 학식이나 의술을 겸한 분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런 아재가 하시는 일은 보통사람의 생각과는 다를 것이라 믿는 사람이 많았다고 생각된다. 필자가 군위군 고로면 인곡동 분자골을 직접 답사해본 결과 임진왜란 당시는 왜놈들이 이 마을이 있는 줄도 몰랐다. 고산지역 기름진 농토가 펼쳐진 곳으로 외부와 단절되어도 자급자족할 수 있는 곳이다. 마을 골짝 바깥에서 바라보면 마을이 있다고 믿어지지 않는 지형이다. 임진왜란 당시는 여기뿐만 아니고 곳곳에 이런 안전한 마을이 더러 있었다.


   그런데 6.25전쟁은 지난 역사와 아주 달랐다. 오히려 반대현상이 나타나고 말았다. 이번 전쟁은 고지 탈환 목적의 전투가 되고 고지의 산을 하나 점령하면 시야가 미치는 지역은 저절로 점령이 쉬웠다. 정감록비결에 젖은 생각은 크나큰 좌절감을 처절하게 안겨준 전쟁이었다. 과거를 선입관으로 대처한 사람들에게는 치명타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어떤 이는 양식과 가보를 싣고 깊은 산속 동굴을 찾은 사람은 포화를 맞아 진저리친 상황으로 국방군과 인민군 싸움 속에서 헤매게 되었다. 아재도 견디다 못하여 영천 고향으로 다시 피난 나오다가 두 동생을 지뢰로 인하여 희생시키고 말았다. 피난 짐을 실은 소가 지뢰를 밟아서 오솔길 외줄로 선 사람과 함께 화를 입었단다. 고로면에서 영천으로 오는 지름길 고지를 넘다가 당한 불행이다. 십승지가 아닌 죽음의 전투현장으로 가족을 인도한 꼴이 되고 말았다.


   이제 다가오는 난리에는 10승지라는 피난처는 과연 어디가 될 것인가? 먼저 정치적인 좌우익에 가담하지 말라가 첫 피난처다. 이미 6.25전쟁 전에 좌우익으로 많은 국민들이 피해를 당했다는 전력이 있다. 그러니 피난처는 땅에 있지 않고 사람의 마음에 있다. 먼저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민족을 적대시하는 관념을 버려야 한다. 전쟁은 불순한 마음과 부정으로 민심을 잃는 정치인 때문에 일어나므로 깨끗한 정치인을 뽑아야 한다. 썩어빠진 정신의 정치인을 절대로 국회의원처럼 대표로 세워서는 안 된다. 이들 때문에 분노한 국민이 정치안정을 버리게 되므로 결과는 전쟁으로 발전하는 일이다. 정치권력자가 깨끗한 정치를 완벽하게 수행하지 않기 때문에 불신사회로 변하는 이유다. 싱가포르 이광요 수상은 자기가 깨끗하고 불법은 용서하지 않으니 국민 불신이 없었다. 대선공약 지키지 않는 그런 일은 아예 저지르지 않는 정치지도자였기에 그는 국제사회에 존경받는 인물의 표본이다.( 글 : 박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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