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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흔적 따라 그 길을 걸었다..월정사 전나무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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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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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026 2015/01/25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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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어도 사람은 그리 쉽게 바뀌지 않는다. 많은 것을 내려놓고 새로운 모습을 찾고 싶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제는 그리 고군분투하고 싶지 않다. 흘러가는 것은 그저 가는 대로 두고 또 새롭게 찾아오는 것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다. 끝을 알 수 없이 이어지는 월정사 전나무 숲길에서 새롭게 시작되는 한해를 차분히 받아들여본다.



월정사 전나무 숲길은 포장도로와 함께 이어진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길

월정사를 향하는 안내판 위로는 빵 위에 치즈 무스를 얹은 것처럼 눈이 수북이 쌓였다. 평창을 찾기 하루 전날 이곳에는 20cm가 넘는 폭설이 내렸다. 온통 하얀 눈이 뒤덮인 전나무 숲길을 기대했던 터라 희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월정사 전나무 숲은 2011년 열린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인 '생명상'을 수상했다. 평균 83년, 최고 300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아름드리 전나무 1700여 그루가 길을 따라 양옆으로 장대하게 솟아있다. 전나무가 싱그러운 따뜻한 계절에 이곳을 찾아도 좋지만 우리는 마치 핀란드의 북극권인 라플란드를 연상케 하는 겨울, 이곳을 찾았다.



월정사를 찾기 하루 전, 겨울 첫 폭설이 내렸다.



이른 시간인데도 사람들의 발자국이 남아있다.

오대산 국립공원 입구에 차를 세워놓고 일주문을 향해 걷는 것부터 코스를 시작했다. 이른 시간인데도 월정사에서 템플 스테이를 하고 있는 참가자들이 지났는지 눈 위엔 발자국이 선명하다. 종아리 중간까지 쌓인 눈이 신발 속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조심조심 발자국을 따라 걸었다. 푹푹 들어가는 발에 걸음이 배는 느려진다.

눈이 거의 오지 않는 부산이 고향인 기자에게 이런 풍경은 신기하고 이국적으로 다가온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장면을 만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더욱이 이곳이 서울 근교였더라면 삼림욕을 즐기기 위해 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을 텐데 한적한 강원도의 숲 속에는 사람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



차분한 마음으로 새로운 해를 맞이하기 위해 월정사를 찾았다.



국보 제48호인 8각9층석탑.

천 년 고찰, 월정사

핀란드의 북쪽, 라플란드. 북극권이 지나고 눈의 여왕이 사는 곳. 허스키 썰매를 타고 다니는 그곳에서 겨울을 보낸 적이 있다. 빼곡히 들어선 자작나무 숲은 침묵의 소리가 느껴질 정도로 고요하다. 일주문에서 월정사로 가는 전나무 숲길에서 그곳을 떠올렸다. 관광객이 많이 찾지 않는 추운 겨울, 이곳을 찾은 것에 안도했다. 호수에 파문이 번지는 것처럼 몇 개의 감정들이 조용히 마음속에서 번져갔다.

충분한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전나무 숲길은 1km 남짓 이어진다. 여유를 즐기기 위해 홀로, 혹은 가족이나 지인과 함께 걷기에 좋다. 월정사에 이르면 입구인 금강문으로 들어선다. 문 좌우로는 무서운 표정으로 사찰을 지키고 있는 두 금강역사가 조각돼있다.



금강문에는 무서운 표정으로 사찰을 지키는 금강역사가 있다.



법당 앞에 앉아 경내를 둘러본다.

보통 문의 왼쪽에는 밀적금강(密迹金剛)이, 오른쪽에는 나라연금강(那羅延金剛)이 있다. 이들은 용맹한 자세를 취한 채 사악한 세력으로부터 불법을 지키려 서있다. 금강문을 지나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본당인 적광전과 고승들의 진영을 모신 진영각, 국보 제48호인 8각9층석탑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석탑은 석가의 사리를 봉안하기 위해 건립됐다.

월정사는 선덕여왕 12년, 자장율사에 의해 창건됐다. 자장율사는 오대산이 대승불교에서 최고의 지혜를 상징하는 보살인 문수보살이 머무는 성지라고 생각해 지금의 절터에 초암을 짓고 머물며 문수보살의 진신을 친견했다. 모처럼 따스한 햇살이 내려앉는 법당의 문 앞에 앉아 차분한 마음으로 경내를 둘러보았다.

포장도로 따라 템플스테이로

월정사를 벗어나면 길은 다시 상원사로 이어진다. 눈이 무릎까지 쌓인 탓에 상원사까지는 가지 못하고 가는 길의 오대산장까지 걷기로 한다. 월정사 길은 자동차를 이용해서도 다녀올 수 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금강교를 지나면 편하게 걸을 수 있는 비포장도로로 이어지는 것. 다리에서 바라보는 눈 덮인 계곡과 숲의 모습 또한 절경을 이룬다.



일주문을 지나 오대산장까지 걸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금강교를 지나면 비포장도로로 올 수 있다.



다리에서 바라보는 눈 덮인 계곡이 아름답다.

"저기 버스가 와요!"

다리 너머 아스팔트 도로를 달리는 버스 불빛이 부옇게 흐려지는 눈보라를 비췄다. 마치 눈 덮인 일본 홋카이도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버스는 눈길을 뚫고 월정사의 새하얀 숲길을 달렸다. 우리는 눈이 잘 치워진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템플스테이 숙소가 있는 곳까지 걸어보기로 했다.



아스팔트길을 따라 템플스테이로 향했다.

템플스테이를 하는 이유를 알지 못한 적이 있다. 번뇌를 씻고 모든 마음을 내려놓는 일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세속에서부터 나오고 다시 세속으로 돌아갈 감정을 체험만을 통해 다스리는 것이 의아했다.

그런데 이곳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당분간 세상의 소란스러움 속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잠시나마라도 이 숲속이 세상의 전부라 생각하고 머물고 싶었다. 그런 이들에게 사찰은 쉬어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이었다.



템플스테이의 스님이 마당의 눈을 쓸어내리고 있다.

스님이 빗자루로 눈을 쓸어내는 소리가 들렸다. 빗자루 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마치 이곳을 찾았던 중생들이 두고 간 번뇌를 쓸어내는 듯 보였다.

숲은 아무런 대답 없을지라도


부도밭에서 오대산장까지 이르는 길은 약 4km 정도의 거리다. 일주문에서 출발해 오대산장까지 갔다 돌아오려면 총 10km를 걸어야한다. 오늘처럼 눈이 많이 내린 겨울에는 일조시간이 짧기도 하고 걷는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충분히 여유를 두고 출발해야 한다. 오대산 국립공원은 동절기에 3시 이후에는 하산을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와이 슌지 감독 영화 <러브레터>를 떠올리며 눈에 누워봤다.

월정사를 지나 다시 시작되는 길은 석가모니의 사리를 모신 스님들이 부처의 깨달음을 찾기 위해 걸었던 숲길이다. 천년의 길이라 부른다. 오르막도 내리막도 아닌 걷기 좋은 평평한 길이 계곡을 안고 계속해서 이어진다. 눈이 와 돌이 미끄러워진 탓에 징검다리를 건너지는 못했다. 깊고 긴 이 숲길은 오랫동안 비밀 속에 묻혀 진 듯 숨겨놓았던 길로 보인다. 더욱 높은 진리를 찾아 길을 걸었던 수행자들의 마음이 느껴졌다.



눈 내린 월정사의 모습.

어떤 깨달음이나 심신의 안정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아무런 이유 없이 이 길을 걷고 돌아왔다. 동료와 기자는 그 동안 열 마디의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추운 날씨에 손과 입이 얼어 그랬는지 모르지만 아마 그 이유가 전부는 아니었던 것 같다.

목적이 없는 길에서 가장 좋은 이야기가 들려온다. 정답을 요구하지 않는 자에게 가장 옳은 대답이 들려온다. 월정사의 길을 걸었던 불자들이 얻었던 깨달음 중 하나는 아니었을까, 생각해보았다.

새로운 해를 맞으며 못났던 지난해의 마음을 내려놓아본다. 늘 해가 바뀌면 욕심이 많아지지만 이번만큼은 되려 더 줄여보기로 했다. 많이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 하나라도 온전히 채우기 위함이었다.

이토록 욕심이 많고 한계 투성이인 인간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노력하고 있고 또 그렇게 한 단계 더 성숙해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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