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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發 국민연금 논란…제도 개선에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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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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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78 2013/03/04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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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서명운동 7만2천여명 참여…임의가입자도 4년 만에 감소세로

"국민 불신, 장기재정추계 후속조치 마련에 악영향 우려"

(서울=연합뉴스) 기획취재팀 = 국민연금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기초연금' 도입이 그 불씨가 됐다.

기초연금 재원 가운데 일부를 국민연금 기금에서 끌어다 쓰겠다거나, 국민연금 급여를 받는 사람에게는 기초연금을 적게 주겠다는 방침 등이 흘러나오면서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이는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부추겼다. 국민연금 폐지 서명운동에 수만명이 참여하고 꾸준히 증가하던 국민연금 임의가입자 수가 감소세로 돌아서는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쌈짓돈'…기초연금 재원 사용 논란 = 논란의 발단은 국민연금 기금의 일부를 기초연금의 재원으로 쓰겠다는 소식이었다.

국비와 지방비 등 세금으로 충당되는 기초노령연금을 기초연금으로 확대하면서 부족한 재원 일부를 국민연금 기금에서 끌어온다는 것이었다.

현재 기초노령연금은 소득 하위 70%인 65세 이상 노인에게 매월 9만7천100원을 주는데, 이를 전 소득 계층으로 확대하고 연금액도 20만원으로 올린다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이었다.

국민연금 재원의 일부를 헐어 다른 용도로 쓴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분노했다. "왜 내가 낸 보험료로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해야 하느냐"는 반응이었다.

이들의 분노는 세대 갈등 양상으로 번지기도 했다. 가뜩이나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젊은 세대가 납부한 보험료 일부로 노인들의 노후생활 자금을 대주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대선을 거치며 주요 사회 갈등의 하나로 떠오른 노소 세대 간 갈등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박 대통령이 1월 인수위 비공개 업무보고에서 기초연금의 재원에 대해 "어디 다른 데서 빼오는 것이 아니라 세금으로 해야 한다"고 못 박으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기초연금의 차등 지급 방안이 또다시 문제가 됐다. 소득이 낮으면서 국민연금에도 들지 못한 노인에게는 기초연금 20만원을 주지만, 국민연금 가입자에게는 이보다 적은 기초연금을 지급한다는 방침이 흘러나오자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다시 한번 발끈했다.

은퇴 후 국민연금에서 매달 20만원의 연금을 받으려면 매달 15만원씩 최소 10년간 보험료를 내야 하는데, 굳이 그런 부담을 지지 않고 기초연금을 받는 게 낫겠다는 것이었다.

인수위는 이런 논란과 반발을 감안해 지난달 21일 국민연금 가입 여부와 소득 수준에 따라 전체 노인을 4개 집단으로 나누고 차등화해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기묘한 구조'의 기초연금 = 일련의 논란은 결국 소득과 국민연금 가입 이력 등 2가지 기준을 적용한 다소 '기묘한' 구조의 기초연금을 탄생시켰다.

소득을 기준으로 하면 저소득층에 기초연금이 더 많이 지급되도록 하는 한편, 국민연금 가입 여부를 기준으로 할 때는 상대적으로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고 소득이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 집단이 더 많은 기초연금을 받도록 한 것이다.

저소득층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기초연금의 기본취지를 살리되, 국민연금 가입자가 받을 수 있는 '역차별'을 고려한 조치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은 "인수위에서 많은 고민을 한 것 같다. 지금의 기초연금 방안은 국민연금 정책 측면에선 장기가입자에게 인센티브를 줘야 하고, 사회정책 차원에선 저소득층에 더 줘야 한다는 두 가지 원칙이 상충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도 "이번에 마련된 기초연금 방안은 국민연금 가입자와 미가입자 간 형평성의 문제, 가입자 사이에서는 소득 역진성의 문제가 포개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초연금은 세금으로 지급하는 공적 부조이고, 국민연금은 사회보험이어서 서로 성격이 다른데 이 둘을 섞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며 "애초 공약대로 누구에게나 똑같은 액수의 기초연금을 주면 다 해결됐을 문제인데 복잡하게 꼬인 결과가 됐다"고 말했다.

◇신뢰 잃은 국민연금…폐지 운동에 임의가입자도 줄어= 그러나 이런 논란은 결국 잠재해있던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다시 건드린 꼴이 됐다.

한국납세자연맹이 주도하는 '국민연금 폐지 서명운동'에는 3일까지 무려 7만2천여명이 참여했다. 2004년 국민연금기금 고갈론이 촉발한 위기감으로 크게 일었던 '안티 국민연금 운동' 이후 또다시 폐지론이 고개를 쳐든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을 폐지하면 당장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노후대책이 민영 보험사의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뿐이란 점을 들어 이런 주장이 무책임하다고 지적한다.

다만, 폐지 운동에 동참한 7만2천명이라는 숫자에는 당장 생활고로 빚더미 위에 올라앉거나, 신용불량자로 내몰리는 와중에 국민연금 보험료로 낼 돈 몇 푼이 아쉽고 절실한 서민들의 현실이 반영돼 있다.

최근 몇년간 각광받던 국민연금의 인기도 급락했다. 자영업자나 전업주부 등 국민연금 가입 의무가 없는데도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임의가입자'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27일까지 국민연금 임의가입자는 약 6천명이 순감했다. 이 기간 1만3천명이 새로 가입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인원이 국민연금을 탈퇴한 것이다.

이는 최근 몇 년 새 국민연금 임의가입자가 꾸준히 증가해온 추세와 뚜렷이 대비된다. 임의가입자 수는 2009년 말 3만6천368명에서 작년 말 20만7890명으로 까지 꾸준히 증가해왔다.

공단 관계자는 "최근 국민연금을 둘러싼 논란이 임의가입자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다만 그 와중에도 신규 가입자가 있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떨어진 신뢰 국민연금 제도 운영에 '부담' = 소득 수준과 국민연금 가입 여부에 따라 차등지급하는 기초연금이 도입되지만, 기초연금을 위해 국민연금 기금에 손을 대지는 않겠다는 것이 논란 끝에 정부가 내린 결론이다.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던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통합'은 일단 '지급창구 통합'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한때 거론됐던 '재정 통합' 등 조치는 검토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기초노령연금은 기초자치단체에서, 국민연금은 국민연금공단에서 각각 지급하고 있는데 두 제도가 통합되면 공단이 최종적으로 지급 여부 결정과 집행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무너진 신뢰는 향후 국민연금 제도 운용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법에 따라 정부는 5년마다 국민연금기금의 장기적인 재정 균형을 위해 재정 추계치를 산출하는데, 지난해 시작된 장기재정추계 작업 결과가 이달 말께 나온다.

이 결과에 따라 보험료율, 국민연금 지급 개시 연령, 연금급여 등 조정이 뒤따를 수 있는데,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정책 조정을 위한 국민적 동의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오건호 실장은 "추계 결과를 토대로 향후 국민연금 제도를 손질하려면 지금부터 국민의 신뢰를 쌓아야 하는데, 최근의 논란으로 국민연금 제도 개선에 악영향이 미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윤석명 센터장은 "2008년 2차 국민연금기금 재정 추계 때 중장기적 관점에서 국민연금의 제도 개선 일정을 마련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넘어갔다"며 "이번엔 이해관계자를 잘 설득해 누적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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