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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서머 랠리가 없다고 하니까, 오히려 이번에도 랠리가 있지 않을까" 27일 증권사의 한 투자전략가가 다소 진지하게 한 말이다.

현재 주요 증권사들의 하반기 전략은 "9월이 지나 찬바람이 날 때 주식비중을 늘려라"는 게 대세다. 그 전에는 인플레이션과 금리부담도 있고 2, 3분기 기업실적도 좋지 않기 때문에 기술적 반등이 있겠지만 큰 그림은 기간 조정이라는 것이다. 2007년을 비롯한 장기전망이 긍정적이라는 전략가들도 대부분 올여름만은 주식시장이 만만치않은 더위를 먹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머랠리의 가능성을 언급한 전략가의 말은 다수가 원하는 대로 시장이 움직이지 않았다는 '역발상'에서 출발한 접근이다. 하지만 지난 22일부터 IT주가 대거 포진한 전기전자 업종이 4일째 급반등하자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머랠리(summer rally)라는 말은 원래 미국에서 유래됐다. 미국 증시를 주무르는 펀드매니저들이 7월 중순께 주식을 대량 매수해 놓고 여름 휴가를 떠나기 때문에 이 기간 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주포'들이 사놓기만 하고 팔지 않으니 주가가 오를 수 밖에. 휴가를 가지않은 개인이 가세할 경우 1~2개월간의 랠리는 예상밖의 수익을 낸다.
유사한 개념으로 산타랠리가 있는데 이는 12월말 크리스마스 휴가를 앞두고 매니저들이 주식을 사면서 주가가 상승하는 현상이다.

서머랠리를 뒷받침하는 것은 주식을 사놓고 떠난다는 수급 외에도 하반기 IT 성수기를 앞두고 있다는 펀더멘털 기대감이 있다. IT 제품 수요가 크리스마스 시즌에 급증하기 마련인데 주가는 이를 미리 반영해 신제품이 생산에 들어가는 한여름부터 오르기 때문이다.

5월11일 1460에서 1개월보름만에 코스피가 200포인트가 넘게 조정받은 상황에서 6월말 서머랠리의 기대주인 IT주가 움직이고 있다. 하한가 우려속에 2만7000원까지 떨어졌던 LG필립스LCD (34,000원 1,600 +4.9%)는 27일도 5% 오르며 3만4000원을 넘어섰다. 대표소외주였던 삼성SDI도 2.7% 올랐다.

IT주 랠리에 앞서 6월 중순 포트폴리오에서 이들의 비중을 늘릴 것을 권한 오성진 현대증권 포트폴리오 팀장은 "반도체 경기는 호황이 이어지고 있으며 논란이 있던 디스플레이까지 가격 하락에 따라 판매가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IT주 강세는 더 이어질 수 있다고 보았다. 오 팀장은 "2분기 실적이 좋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며 "하반기에 신학기,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로 이어지는 특수를 앞두고 단기 급락의 일부를 만회하는 의미있는 반등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IT주 랠리가 강세장의 에너지"라는 이승우 신영증권 연구원의 말처럼 시가총액 비중이 큰 IT주들의 강세가 이어질 경우 코스피는 상당한 랠리를 보일 수 있다.

김영근 흥국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향후 1~2개월안에 100포인트 정도의 '베어마켓랠리'가 예상된다"며 "주가가 싸다는 매력을 바탕으로 기술적 반등 성격의 랠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중론자인 김 팀장은 서머랠리 이후의 주식시장은 기업실적 부진 등에 따라 한동안 약세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머랠리의 판세는 시기적인 특성을 고려할 때 금리인상이 결정할 전망이다.

서정광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FOMC 회의이후 8월의 금리인상과 인상폭이 짐작되고 시장이 반응이 있을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기술적 반등을 보이다 29일 금리 회의 이후 서머랠리의 강도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해외증시도 도와줘야한다. 특히 서머랠리의 원조격인 미증시와 장중 동조화가 강한 일본 증시의 조정 탈피가 관건이다.

서머랠리는 펀드매니저가 주식을 사놓고 휴가를 갈 때 나타난다. 이는 휴가중 증시전망이 긍정적이라는 판단에서 가능하다. 반대로 주가전망이 어둡다고 보고 주식을 팔고 휴가를 간다면? 개인들이 랠리를 이끌어야하는 부담이 있다. 개인까지 휴가만 간다면 바캉스는 유효하지만 랠리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