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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만 하면 모스크바까지 배송"…수출 통제에도 美반도체 러에 대량 판매게시글 내용
지난 2017년 9월 12일(현지시간) 러시아 전투기가 시리아 헤메이밈 공군기지에 착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서울경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수출 통제에도 러시아 군산복합체들이 미국 반도체를 손쉽게 구매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반도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미사일과 드론 제조에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10일(현지시간) 몇몇 러시아 유통업체들이 미국 반도체 제조회사 텍사스 인스트루먼츠(TI)의 온라인 스토어와 일치하는 정보를 담은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고객들은 마우스만 클릭하면 TI 반도체를 살 수 있는 구조다. 주문한 제품들은 러시아 밖 회사들을 통해 배송된다.
대표적으로 러시아의 한 주요 유통업체는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TI 제품을 구매하는 주문 4000건 이상을 처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량으로는 수십만개에 달하는 규모다. 이들 주문 중 거의 400만 달러(약 57억1000만 원) 어치는 최종적으로 러시아 군산복합체를 위한 주문으로 확인됐으며, 이들 제품은 홍콩 등 다른 국가를 거쳐 러시아에 배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미국 민주당의 리처드 블루멘탈 상원의원은 지난 9월 열린 미 상원 조사 소위원회 청문회에서 "회사(미국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객관적·의식적으로 러시아가 자사의 기술을 사용해 이익을 얻는 것을 막는 데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청문회에서 증언한 4개 업체 중 하나인 TI는 온라인 판매에 대한 느슨한 통제로 비판받았다. 블룸버그는 비교적 단순한 이 반도체가 러시아의 무기 생산 능력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개전 이후 지금까지 회수한 러시아 무기에서 서방 부품 4000개 이상을 확인했는데, 이 가운데 TI 제품이 14%로 가장 많다. TI의 반도체는 극초음속 킨잘 미사일과 랜싯-3 공격용 드론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다만, TI는 엔비디아나 인텔 등 다른 반도체 제조업체들과 달리 상대적으로 저비용 제품을 대량 판매하는 탓에 최종 구매처를 파악하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이에 대해 TI는 성명을 통해 매년 평균 400만 건을 넘는 주문을 심사하고 우려할 만한 주문 수천 건을 취소해왔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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