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업계에서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메모리 공급 과잉 상태이며, 투자가 과도하다'는 전망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HBM(고대역폭메모리)과 서버향 낸드플래시의 시장 특성, 감산으로 줄어든 재고 등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비관론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지난 15일 '겨울이 다가온다'( Winter looms)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 양대 메모리 업체의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을 대폭 하향조정했다.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는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삼성전자는 10만 5000원에서 7만 6000원으로 낮췄다. 전통적인 IT(정보기술) 제품의 수요 약화와 메모리 여건 악화 등 요인으로 내년부터 실적 부진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국내 업계는 메모리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전망이라고 평가한다. HBM 등 차세대 메모리는 기존 D램과 다르게 고객사의 주문을 받아 생산하기 때문에 공급 과잉이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인데다, SK하이닉스·삼성전자의 물량이 이미 2025년까지 다 판매됐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적정 재고를 확보하려는 고객사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어 적어도 2025년까지는 수요가 견조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투자가 과도하다는 전망도 현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AI(인공지능) 서버나 세트(완성품) 등 수요가 2022년 ~2023년보다 부진한 것은 맞지만, 메모리 성능이 고도화되면서 단순히 수요 대응 차원의 투자보다는 첨단 공정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가 늘고 있기 때문에 과잉 투자는 지나친 분석이라는 목소리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글로벌 메모리 업계 자본지출을 약 133조원으로 예측했다.
글로벌 메모리 시장을 주도하는 SK하이닉스·삼성전자가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공급량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D램·낸드 시장이 과잉 재고로 가격이 지속 하락하면서 양사는 꾸준히 공급량을 낮춰 왔으며, 지난해 10월부터 가격이 반등했다. 지난 8월 PC용 D램의 평균고정거래가격이 소폭 하락했지만, 업사이클(호황기) 추세가 끝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건스탠리의 보고서가 시장을 잘못 분석한 것은 아니지만, 수주형 산업의 특성이나 투자의 성격 등을 고려하지 않고 과도하게 해석한 측면이 있다"며 "주요 메모리업체가 예전보다 가격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고, AI 수요가 꾸준해 '겨울이 온다'는 전망은 지나치게 비관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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