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한창이던 지난 15일, SK하이닉스 목표 주가를 절반으로 낮춘 외국계 증권사 보고서가 나오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발칵 뒤집혔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반년간 개인 투자자들이 2조4000억원 넘게 사 모은 순매수 1위 종목이다. 작년 말 14만원대에서 움직였던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 7월에 24만원대까지 70% 넘게 치솟으면서 개인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 들였다.
그런데 미국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가 연휴 중간에 SK하이닉스 목표 주가를 종전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54% 낮춘 보고서를 발간했다. 목표 주가가 지난 13일 종가(16만2800원)보다도 낮다.
‘겨울이 곧 닥친다( Winter looms)’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SK하이닉스 투자 의견을 비율 확대( overweight)에서 비율 축소( underweight)로 한꺼번에 두 단계 하향 조정했다. 비율 축소는 사실상 매도하라( sell)는 의견이다. 보고서에서 모건스탠리는 D램 업황이 4분기(10~12월)에 고점을 찍고 2026년까지 과잉 공급일 것이며 인공지능( AI) 반도체의 핵심인 고대역폭 메모리( HBM)도 공급과잉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사이클의 막바지에선 위험 대비 수익이 높지 않은 만큼, 저가 매수( buy the dip) 전략이 타당하지 않다고도 했다.
김탁 밸류시스템자산운용 상무는 “투자 의견을 중립( Neutral)을 건너뛰면서 두 단계나 하향 조정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추석 이후 외국인들이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업종 비율을 축소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 “D램 4분기가 피크”
최근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부정적인 보고서를 연이어 발간하고 있다. 지난 8월에 발간한 보고서의 제목은 ‘반도체 업황 피크(고점)를 준비하라( Preparing for a peak)’였다. 모건스탠리는 해당 보고서에서 반도체 업황 자체는 내년에도 호조세를 보이겠지만,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는 폭풍 성장을 할 것인지는 의문스럽다고 했다. 오히려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성장이 더뎌지는 가운데 ‘피크 아웃(고점 뒤 하락)’ 우려로 투자 심리가 나빠질 것이란 지적이다.
이번에 나온 보고서는 SK하이닉스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모건스탠리는 모바일이나 PC의 D램 수요가 예상만큼 강하지 않다는 점을 우려했다. 모건스탠리는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공격적인 투자로 인해 공급과잉이 초래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한국 반도체 수출 증가세가 주춤해지고 있는 상황에 주목했다. 모건스탠리는 “한국의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SOX)를 0~3개월 선행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의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지난 2월 67%로 고점을 찍은 뒤, 6월 51%, 7월 50%, 8월 39%로 점차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큰 폭의 가격 하락은 없을 것”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증시에서 ‘반도체 저승사자’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3년 전인 2021년 8월 ‘메모리 반도체, 겨울이 온다( Memory, winter is coming)’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해 주목받았다. 당시 삼성전자 목표 주가는 9만8000원에서 8만4000원으로, SK하이닉스 주가는 절반(15만6000원→8만원)으로 낮췄다. 공교롭게도 보고서 발간 이후 반도체 업황이 다운 사이클(침체기)에 접어들면서 두 기업의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하지만 이번 모건스탠리의 고점론 주장은 시기상조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시장을 잘못 읽은 것 같지는 않지만 과도하게 해석한 측면이 있다”면서 “예전처럼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일이 나오지 않도록 메모리 업체들이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모건스탠리는 인공지능( AI) 거품론 시각에서 반도체 기업 주가를 보는 것 같은데, AI 시장이 커지는 측면은 간과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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