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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아차의 디자인이 슬슬 효과가 나오고 있는거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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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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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43 2009/04/27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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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경영 2년’ 어디에 와 있나

직선 단순화…딱 보면 기아차 ‘패밀리룩’ 도입

세계적 불황에도 내수판매 늘고 수출도 선전


기아자동차가 디자인 경영을 내세운 지 2년이 지났다. 쏘울 같은 개성 있는 디자인을 선보이면서 시장에서 기아차는 이미지 변신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 기아차의 디자인 전략은 ‘호랑이 코’ 작전으로 이어진다. 호랑이의 눈과 코를 닮은 헤드라이트와 라디에이터 그릴로 전 차종의 통일성을 추구하는 이른바 ‘패밀리룩’을 국내 최초로 시도하는 것이다. 로체 이노베이션으로 시작해 포르테, 새로 출시한 쏘렌토가 모두 이 디자인이다. 직선의 단순화를 내세우는 최고디자인책임자 피터 슈라이어의 지휘 아래 기아차들은 자동차는 적당한 유선형이란 통념을 깨는 디자인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

모든 자동차업체에 디자인이 최대의 화두지만 기아차에는 더욱 큰 의미가 있다. 1997년 미증유의 사태였던 외환위기의 기폭제 노릇을 한 것이 기아차의 부도였고, 기아차가 망한 이유가 바로 디자인이었기 때문이다. 수천억원의 개발비를 투입했음에도 디자인에서 거의 최악의 선택을 한 크레도스와 아벨라가 철저하게 시장에서 외면당한 것이 기아차 몰락의 결정적 계기였다. 디자인으로 망한 기아차가 한풀이하듯 도입한 디자인 경영은 일단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1930년 경제공황과 비교되는 최악의 경제위기라는 지난해에도 내수 시장에서 기아차의 매출액은 무려 14%나 늘었다. 디자인 경영을 주도한 정의선 사장에 대한 평가도 상승했다. 현대자동차의 그늘에서 값싸고 특징 없는 차만 생산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기아차가 부활하고 있다는 칭찬도 나온다. 호랑이 코를 달고 포효하려는 기아차, 과연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더 이뤄야 할까?

호랑이 코 단 기아 매출부터 달라져

1998년 현대차에 흡수된 이래 기아차에 내수시장 점유율 30%를 넘어보는 것은 오랜 숙원이었다. 기아차가 부도 전 현대와 맞설 때 유지했던 점유율이 30%였다. 현대 합병 뒤 기아차는 1999년 딱 한 달만 30%를 넘어봤을 뿐이다. 지엠대우와 르노삼성차의 공격에 3위로 떨어지는 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기아차는 지난해 마의 30% 벽을 깬 뒤 올해 초까지 이를 유지하고 있다. 이 덕에 기아차는 2년 연속 영업 적자에서 벗어나 지난해 3085억원의 영업 흑자를 냈다.

기아차 관계자들은 이 상승세의 일등공신을 쏘울로 꼽는다. 쏘울은 만도위니아가 김치냉장고를 처음 선보였을 때처럼 비교 대상이 없는 신개념 제품으로 인식되면서 월 2천대 정도 팔리며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여기에 경차 모닝이 선전하면서 기아차는 시장점유율 목표를 가볍게 넘었다. 이런 추세는 올해도 이어져 1분기 기아차는 6.7%의 내수 신장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가 -18.3%, 지엠대우가 -33.9%로 최악의 고전을 하고 있는 것과 견주면 놀라운 선전이다.

기아차의 디자인 경영은 외국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 미국은 올해 2월까지 16개월 연속으로 판매가 줄고 있고 6개월 연속 판매 대수가 100만대 이하를 기록했다. 80년대 초 2차 석유파동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다. 기아차는 이런 상황에서도 외국에서 선전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지난 3월 미국차 브랜드와 일본차 브랜드가 각각 -42.0%, -36.7%의 판매 감소를 기록했다. 반면 기아차의 판매 감소는 -0.6%에 불과했다. 현대차의 판매 감소율 -4.8%와 비교해도 상당한 수준이다.

디자인 경영은 현대차로부터의 독립선언?

기아차의 북미 상반기 누적 판매도 지난해에 비해 소폭 늘었다. 기아차는 올 1분기 6만8893대를 수출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 증가했다. 시장점유율도 2%대에서 3%대로 끌어올렸다. 특히 지난달 쏘울이 미국 시장에서 첫선을 보이자마자 1200대가 팔린 점이 고무적이다. 경쟁 모델인 도요타의 싸이언이나 베엠베의 미니쿠페가 월 2천~3천대가 팔리는 점을 고려할 때 양호한 실적으로 보인다. 기아차는 6월 신차 포르테를 수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수출 재고 물량을 모두 처리하는 등 해외딜러 조직망을 정비하는 데 많은 투자를 했다. 기아차는 딜러망과 수출 재고를 정비한 효과가 올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평가도 우호적이다. 한국자동차산업학회 회장인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아차가 가격경쟁력을 가진 소형차 부문에서 디자인은 상당히 중요한 차별점”이라며 “기아차가 디자인을 잘 치고 나갔다”고 평가했다. 안수웅 엘아이지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세계 자동차 업체들의 시험 시장으로 떠올랐을 정도로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들이 인정한 만큼 기아차 디자인이 세계시장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아차는 생산량의 70%를 수출한다.


기아차에 디자인 경영의 의미는 판매에서의 중요성 이상이다. 현대차의 그늘에 존재해온 기아차가 새로운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송상훈 교보증권 기업분석팀장은 “기업 인수합병으로 플랫폼이 흡수통합될 경우 새로운 이미지를 갖게 되는 데까지는 통상 15년 정도가 걸린다”며 “기아차가 10년 만에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기아차는 현대차보다 좀더 싼 점으로 시장에서 생존해왔다. 그러면서도 기아차의 준중형과 중형차는 현대의 아반떼와 쏘나타에 밀려 거의 힘 한번 써보지 못했다. 하지만 로체와 포르테의 선전으로 기아차의 경쟁력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게 됐다. 이런 이미지 변신 덕분에 기아차가 3월 발행한 4천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공모에는 무려 8조원이 몰렸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문이 몰려 기아차가 환율을 잡아냈다는 말까지 나왔다.

생산성·품질 평균 아래 “디자인으로 포장 못해”

빚덩이에 생존 압박 ‘원가전략으로 유턴’ 우려


디자인은 단지 충분조건?

기아차의 디자인 경영은 2년 만에 대성공을 거둔 것일까?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직 쉽게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다. 기아차에 정말 시급한 것은 디자인이 아닐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디자인은 기아차가 생존하기 위한 충분조건이지 필요조건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자동차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을 고려한다면 뜻밖일 수도 있는 지적이다. 그 이유는 디자인이 좀더 본질적인 생존 문제를 가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기찬 교수는 “세계 경제 등 외부 환경이 나쁘다 보니 근본적인 생산성 문제가 거론되지 않고 있다”며 “기아차는 생산 경쟁력이 일본차는 물론 현대차와 비교해도 떨어지는 수준인데 이는 디자인으로 포장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한다.

실제로 기아차의 각종 생산성 지표를 보면 아직 세계 수준에 못 미친다. 차 1대당 조립 시간(HPV·2006년 기준)이 34.7시간으로 혼다(21.6시간) 도요타(22.2시간)는 물론 현대차(31.1시간)보다 한참 떨어지는 수준이다. 현대차 미국공장은 대당 조립 시간이 24.0시간으로 줄어들었고 싼타페의 조립 시간은 22.6시간으로 거의 세계 최고다. 같은 그룹이면서 경쟁 업체인 현대차의 이런 생산성부터 기아차는 뛰어넘어야 한다. 기아차의 유럽 전용 모델 씨드가 현대차의 아이30에 밀려 고전을 하는 것이 이런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

품질과 내구성도 아직 떨어지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제이디파워의 내구품질조사에서 기아차는 16위를 기록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기아차는 아직 업계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차량 초기 만족도와 내구성을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반면 현대차는 닛산과 폴크스바겐을 누르고 2년 연속 6위를 기록했다. 현대차의 베르나 등 일부 소형차 모델은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디자인 경영 성공의 3대 조건은?

여전히 넉넉지 못한 재무상황도 기아차에겐 고민거리다. 미국 조지아주와 슬로바키아에 공장을 신설하면서 차입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기아차의 부채는 9조7천억여원이므로, 한해 이자 비용만 3270억원이었다. 영업 이익의 전부를 이자 비용으로 써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기아차는 지난해 주주배당을 하지 못했다. 외국 투자자들이 가장 중시하는 주식가치 측면에서 낙제점인 셈이다. 결국 주식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 올해 초 전환사채를 발행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는 정의선 사장의 행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디자인 경영을 밀어붙이던 정 사장이 올 초 기아차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점, 또 정 사장이 최근 상하이 모터쇼에서 수익성이 좋은 대형차와 스포츠형 다목적 차량 판매를 위해 중국과 중동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점에 대해 전문가들은 오히려 우려를 표시한다. 대형차는 소형차보다 오히려 디자인의 중요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개선되지 않는 재무구조 때문에 디자인 경영이 계속 힘을 낼 수 있을지도 주목거리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1일 기아차의 신용등급을 Baa3에서 투기등급인 Ba1으로 하향조정하고 부정적 전망을 유지했다. 무디스는 기아차가 글로벌 경쟁사에 비해서 자동차 판매 수익을 내고 있지만 영업 환경과 재무여건 악화로 수익성 압박이 있다는 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수익성이 나빠지면 다시 디자인 경영보다는 원가 문제로 경영전략이 유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결국 기아차가 독자 브랜드로 성공하려면 디자인 경영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면서 연간 30만대 이상 팔리는 ‘볼륨카’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연간 30만대면 차종 하나로 공장 한 곳을 충분히 가동할 수 있는 규모다. 두번째로 이런 차를 만들려면 디자인만 좋은 것이 아니라 품질과 원가경쟁력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한다. 마지막 성공 조건은 생산성은 현대차보다 떨어지지만 급여를 현대차 수준으로 요구하는 노조와의 관계가 기아차가 풀어야 할 숙제로 지적됐다. 이 세 가지를 극복해낼 때 기아차의 디자인 경영은 진정 성공한 경영전략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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