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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안승찬기자] 뜬금없는 질문을 던져보자. 여기 늙은 소크라테스가 있다. 늙은 소크라테스는 소년 시절의 소크라테스와 비교해 키도, 몸무게도, 얼굴도, 체형도, 심지어 생각, 태도, 가치관까지 같은게 없다. 그런데 왜 소년 시절의 소크라테스와 늙은 소크라테스를 모두 같은 `소크라테스`라고 부를 수 있을까. 다양한 변화 속에서도 동일한 것으로 유지시켜주는 어떤 특성, 소크라테스를 여전히 소크라테스라고 부를 수 있는 항구적 속성을 철학 용어로 `아이덴티티(identity)` 혹은 `정체성`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정체성`은 그를 특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기아자동차(000270)의 중형 세단 `로체` 역시 자기 정체성을 찾아 나섰다. 현대차의 대표 모델 쏘나타와 엔진과 변속기 등 핵심부품을 공유한 로체는 그간 차별화 마케팅에 사실상 실패하면서 판매가 부진했다. 한마디로 `쏘나타와 차이가 없다`는 정체성의 혼란에 빠진 것. 이에 기아차가 고심 끝에 꺼낸든 카드가 바로 국내 자동차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시도하는 영화 형식의 로체 CF다. 제작비만 수십억원이 들어간 이번 로체 CF는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박광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주연은 배우 김주혁씨가 맡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이번 로체 광고의 제목이 `아이덴티티`라는 점이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정부요원 김주혁이 우연히 만난 여주인공을 악당들로부터 구해주는 과정에서 점차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다는 줄거리다. 김주혁이 로체를 몰며 악당들의 추격을 피해 도로를 질주하는 장면은 자신이 정부요원임을 깨달아가는 과정인 동시에 소비자들에게 로체의 당초 차별화 포인트였던 빠른 반응속도를 환기시켜주는 매개체인 셈이다. 실제로 로체는 쏘나타와 달리 BMW시리즈나 도요타의 캠리, 현대차의 에쿠스 등에 사용됐던 `맥퍼슨 스트럿` 서스펜션을 장착, 쏘나타 보다 무게가 55㎏(2.0엔진, A/T기준) 가볍다. 따라서 쏘나타와 같은 엔진을 사용했지만 1마력(ps)이 감당해야 할 중량(kg)비가 더 낮다. 그만큼 운전의 반응속도가 빠르고 가속시 경쾌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 또 연비도 10.9㎞/ℓ로 중형차 중 가장 경제적이다. 남과 다른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지 못하면 존재에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자신만의 정체성을 다시 찾으려는 로체의 시도가 소비자들에게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킬지 자못 궁금해진다.＜저작권자ⓒ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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