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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사업가’ 트럼프로 기우는 美 유권자… 서민들의 ‘경제적 박탈감’ 공략이 주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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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780 2024/11/02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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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지지층 “일자리와 가족 가치 되찾아줄 것”… 해리스와 오차범위 내 접전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특유의 막말만 빼면 모든 게 마음에 든다. 거리에 마약중독자와 범죄자가 넘치고, 좋은 일자리는 모두 외국으로 빠져나갔다. 그가 미국에 법질서(law and order)를 회복하고 일자리를 되찾아줄 것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성경 말씀’을 이해 못 한다. 카멀라 해리스 후보도 ‘문화 좌파(cultural left)’다. 전통적인 ‘가족 가치(family value)’를 지키고자 트럼프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샤이 트럼프’ 반영 안 됐을 개연성”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과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뉴시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과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뉴시스]

11월 5일(현지 시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수저 출신 괴짜’ 후보에게 미국 유권자들이 열광하는 이유가 세계인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이 궁금증에 대해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자신이 미국에서 만난 트럼프 지지자들의 목소리를 이렇게 전했다. 연구와 출장으로 미국을 찾을 때마다 김 교수는 평범한 시민을 여럿 만나 현지 여론을 들었다고 한다. 2016년 대선을 앞두고 대다수 언론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당선을 예측할 때도 현지에서 직접 접한 밑바닥 민심은 지금과 비슷했다고 한다. 김 교수는 10월 30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와 해리스가 박빙 지지율을 기록해 대선 결과를 예측하긴 쉽지 않다”면서도 “상당수 유권자가 현 미국 사회 상황에 ‘불만족한다’고 말하는 가운데, 여론조사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샤이 트럼프’ 지지층이 존재할 개연성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대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트럼프가 대선 결과를 좌우할 ‘7대 경합주’ 중 6곳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오차범위 내 우위를 보인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미국 선거 분석 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가 10월 29일(이하 현지 시간) 집계한 이달 7대 경합주의 주요 여론조사 평균치를 보면 트럼프는 펜실베이니아(+0.6%p)와 위스콘신(+0.6%p), 네바다(+0.5%p), 노스캐롤라이나(+1.0%p), 조지아(+2.4%p), 애리조나(+2.2%p)에서 해리스보다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해리스는 미시간(+0.5%p)에서만 트럼프를 앞섰다. RCP 집계에 따르면 7대 경합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의 평균 지지율은 48.6%, 해리스는 47.6%였다(그래프 참조).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대선까지 이어진다면 트럼프가 선거인단 538명 중 과반인 297명을 확보해 백악관에 입성할 수 있다. 다만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크지 않아 최종 승자를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의회 전문매체 ‘더힐’이 312개 여론조사를 취합한 결과 해리스는 평균 지지율 48.3%를 기록해 트럼프(47.7%)를 0.6%p 차로 근소하게 앞섰다(10월 30일 기준).

흑인 사회 노예 후손 아닌 해리스 거리감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배하고 각종 사법 리스크에 연루됐을 때만 해도 그의 정치적 재기를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는 화려하게 부활해 백악관 입성을 놓고 해리스와 팽팽한 승부를 벌이고 있다. ‘트럼프 현상’에 대해 김재천 교수는 “신자유주의적 경제성장에서 소외된 서민들은 경제적 박탈감과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 추구에 대한 불만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의 지적처럼 트럼프 지지세는 미국 경제와 사회문화적 맥락을 들여다봐야 이해할 수 있다.

우선 ‘러스트 벨트’(rust belt: 쇠락한 공업지대)로 상징되는 미국 제조업 붕괴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 계층의 박탈감이 있다. 냉전 종식 후 미국 엘리트 계층은 세계화를 추진하면서 자국민에게 경제적 낙수 효과를 약속했다. 경쟁과 효율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 기조에 따라 국내외 경제를 재편하면 그 과실을 모두가 누릴 수 있다는 청사진이었다. 그러나 대다수 서민의 형편은 어려워졌고, 공화·민주 양당의 엘리트 정치인들은 이에 무관심했다. 자신도 금수저 부유층인 트럼프는 바로 이 점에 주목했다. 세계화의 경제적 결실을 독점한 전통 엘리트들을 맹비난해 서민의 호감을 사고, ‘미국 우선주의’로 국내 일자리·투자를 늘리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최근 미국 사회를 달군 ‘문화전쟁(culture war)’도 트럼프 열풍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키워드다. 바이든 행정부에 이어 해리스까지 민주당은 인종·젠더 측면에서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소수자를 배려하고 ‘정치적 올바름’을 중시한다. 구체적으로 비(非)백인과 여성, 성소수자, 이민자의 권리를 적극 옹호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민주당 정권이 PC주의를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피로감을 표출하는 이도 적잖다. 백인과 남성, 미국의 전통적·기독교적 가치관을 중시하는 사람들의 지지가 트럼프에게 쏠리는 이유다.

일각에선 해리스의 다층적 정체성이 민주당 전통 지지층에게 소구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가 자메이카계 흑인-인도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소수자 정체성을 가졌지만, 자신과 부모 모두 엘리트이기에 서민 유권자 입장에선 거리감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해리스는 자메이카 이민자 출신 아버지와 인도 이민자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부모는 각각 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 암 연구자로 미국에서 성공한 엘리트였다. 특히 해리스의 모계는 인도에서 카스트 제도 최상위 계급인 브라만 출신이었다.

해리스의 가계가 미국 흑인 사회가 인정하는 이른바 정통 흑인과 차이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최근 “해리스의 정체성이 ‘충분한 흑인’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해리스의 부친은 자메이카에서 곧장 건너온 이민자로, 선대가 미국에서 노예로 고통받은 역사와 기억을 공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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