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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보수 기독교인은 왜 ‘부도덕한 트럼프’ 지지할까게시글 내용
저자는 美 시사지 애틀랜틱 기자
4년간 교회 모임·정치 유세 등 취재
나라, 권력, 영광
팀 앨버타 지음|이은진 옮김|비아토르|724쪽|3만8000원
원제 ‘The Kingdom, the Power, and the Glory’는 주기도문의 마지막 구절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에서 따왔다. 미국 시사지 애틀랜틱 기자로 복음주의(evangelism) 목사의 아들이자 개신교 신자인 저자가 4년간 미국 곳곳의 교회 모임, 정치 유세, 연례 총회 등을 취재해 쓴 역작이다. 복음주의자는 낙태·성소수자 문제 등에서 보수적 입장을 견지하는 미국의 백인 기독교인 집단으로 공화당의 핵심 지지층이기도 하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빌 클린턴 등 공직자에게 엄격한 공적 기준을 적용해 온 종교적 우파가 왜 그리스도인의 이상과 거리가 먼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는가’라는 물음에서 비롯한다. “부도덕한 사생활은 차치하더라도, 트럼프는 선거 기간 내내 비판자들에 대한 증오를 선동하고, 상대 후보에게 악랄한 인신공격을 퍼부으며, 한 번도 하나님에게 용서를 빌어 본 적이 없다고 자랑하고, 일반적으로 그리스도가 보여 주신 모범과는 반대되는 방식으로 행동했다.”
복음주의자들이 마련한 ‘트럼프를 위한 변명’은 그가 ‘하나님의 완벽한 계획을 위한 불완전한 도구’라는 것. 2016년 6월 뉴욕에 집결한 이들은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결함이 있는 인물을 사용하는 오랜 전통을 잇는 새로운 인물’로 트럼프를 소개했다. 성경에는 다윗과 솔로몬 등 중대한 결함이 있는 위대한 지도자들의 예시가 가득한데, 복음주의자들은 트럼프를 이들과 비견했다.
2020년 1월 3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트럼프를 위한 복음주의자’ 캠페인 행사에서 교계 지도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저자는 트럼프가 복음주의자들의 구심점이 된 배경으로 점점 줄어드는 신도 수, 박해받고 있다는 피해망상 등을 든다. 권력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버락 오바마가 무슬림이라는 음모론, 팬데믹 때의 정부 규제가 신이 부여한 자유를 침해한다는 그릇된 믿음, 이민자 차별 등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복음주의자들이 처음부터 극단주의 정치 세력이었던 건 아니다. 온건 보수를 지향했던 이들은 1980년 대선을 기점으로 로널드 레이건을 지지하며 결집했다. 1978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카터와 민주당을 상대로 여러번 큰 역전승을 거뒀는데, 그중 세 번은 풀뿌리 낙태 반대 운동 덕분이었다. 그 결과 복음주의자 수백만명이 오직 낙태 정책 하나만 보고 투표하는 단일 유권자가 되었다. 2022년 6월 나온 돕스 판결이 낙태를 합법화한 1973년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자, 복음주의자들은 자신들의 노력을 하나님이 인정했다며 환영했다.
올해 대선에서도 역시 낙태권이 공화당과 민주당 간 표심을 가를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지만, 저자는 “돕스 판결은 낙태라는 재앙을 종식하지 못했다”고 단언한다. 돕스 판결 이후 낙태에 대한 연방 차원의 규제가 없어지자 몇몇 주는 로 대 웨이드 판결보다 더 진보적인 법안을 추진했다. 그 결과 미국에서 더 많은 낙태가 이루어졌다. 2023년 갤럽 조사에 따르면 더 완화된 낙태법을 지지하는 공화당 지지자의 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낙태 반대 운동이 공공의 논쟁에서 승리하지 못한 까닭은 뭘까. 저자는 “생명을 옹호한다”는 메시지가 그들의 다른 정치적 행위와 일관성이 전혀 없어 보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만약 인간 안에 하나님의 형상이 있다는 신념으로 선거 활동에 나선다면, 왜 낙태를 반대하는 데서 멈추는가? 난민 배척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배고픈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급식 프로그램을 축소하는 것은? 2020년에 총기가 미국 어린이 사망 1위가 된 것은?”
저자는 현재 미국 복음주의자들의 치명적인 문제점으로 신이 아닌 미국을 숭배하는 ‘국가 우상숭배 현상’을 지적한다. 2016년 대선 때 복음주의자들의 공화당 투표를 독려했던 채드 코널리는 말한다. “미국은 전 세계를 비추기 위해 산 위에 세운 빛나는 도시입니다. 여기 들어오려고 길게 늘어선 줄을 좀 보세요. 세계 인구의 4%인 우리가 전 세계 선교 기금의 80%를 후원합니다. 적이 우리를 무너뜨리고 분열시키려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트럼프의 캠페인이 복음주의자들에게 한 줄기 ‘복음’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방대하고 치밀한 취재가 돋보이는 책.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현 상황을 이해하는 길잡이로 손색이 없다. 저자는 극단으로 치닫는 미국 정치의 돌파구 역할을 할 메시지로 성경의 이 구절을 제시한다. “온유한 사람은 복이 있다, 자비한 사람은 복이 있다, 평화를 이루는 사람은 복이 있다.”
“미국이 뭘 할 수 있는데?”…피의전쟁 밀어부치는 이스라엘의 ‘뒷배’는
美민주·공화 모두 친이스라엘
중동전쟁 확전 우려 커져도
이스라엘 군사행동 억제 못해
유대계 자금 기반 로비단체
선거판 흔들며 당락 가르고
워싱턴에 막대한 영향 미쳐
美국방 “이스라엘에 사드 포대 추가 배치 완료”
미군 수송기에 탑재되는 사드 발사대 [사진 = AP 연합뉴스]미국 대선이 코앞이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맞붙는 대선의 결과를 미리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양측은 낙태, 동성결혼, 세금, 교육, 이민 문제 등 여러 사안에서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사안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다. 그것은 현재 ‘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스라엘에 대한 정책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년 전 발발한 가자지구 전쟁을 놓고 이스라엘에 최첨단 무기를 공급하며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물론 동시에 확전 자제와 외교적 해법을 촉구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군사적 행동에 제동을 걸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왕좌를 거머쥔다면 이스라엘의 강경 행보에 더 힘을 실어줄 개연성이 크다. 트럼프 1기 시절에 이미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다는 발언을 했고,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겼다.
이처럼 온도의 차이는 있지만 미국이 공화당, 민주당 할 것 없이 친이스라엘 정책을 펴는 이유는 무엇일까. 몇 가지 이유를 따져볼 수 있다.
우선 미국과 이스라엘은 전략적 동맹 관계다. 이스라엘의 압도적인 군사력과 정보력은 중동에서 미국의 패권과 안보를 지키는 데 필수적이다. 또한 중동에서 유일한 민주주의 국가가 이스라엘이다. 정체성과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사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하나 더 있다. 바로 이스라엘 개인과 단체가 미국 정부와 정치계에 퍼붓고 있는 막강한 로비의 힘이다.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정치학과 교수와 스티븐 월트 하버드대 존 F. 케네디스쿨의 국제문제 교수가 공동 저술한 ‘왜 미국은 이스라엘 편에 서는가’(원제: The Israel Lobby)는 이스라엘과 미국 간의 복잡한 관계를 분석한 중요한 저작이다. 주저자인 미어샤이머 교수는 금기를 깨고 도발적 질문을 던진다. 왜 미국은 이스라엘에 편파적인 외교 정책을 펼치는가. 심지어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해치는 방향인데도 말이다.
실마리는 바로 로비 단체에 있다. 저자들은 이스라엘의 이익을 지지하고 미국의 정책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활동하는 다양한 단체와 개인들로 구성된 네트워크를 이스라엘 로비라고 정의한다. 이스라엘 로비는 다른 종류의 로비를 압도한다. 어떤 로비도 미국을 국익에 어긋나는 정책으로 몰고 간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로비의 핵심 단체는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를 꼽을 수 있다. 막대한 자금력으로 워싱턴의 정책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AIPAC의 지원을 받은 후보가 압도적으로 당선된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또한 의원 중 절반 이상인 250~300명이 AIPAC의 요구에 즉각 반응할 정도다.
왜 미국은 이스라엘 편에 서는가AIPAC의 영향력은 하룻밤 사이에 생긴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이 건국된 1948년 이후에도 로비는 막후에서 조용히 이루어졌다. 정부 관료, 대통령, 소수의 유대인 지도자간의 개인적인 접촉에 의존했다. 설립자 중 하나인 이사이아 케넨은 대중 캠페인이나 군중 동원보다 핵심 의원과의 개인적인 접촉에 의존했다. 그리고 제1규칙을 이렇게 정했다. “법령의 뒤에 서라. 전면에 나서지 말라.”
은밀하면서도 긴밀한 로비는 1960년대 존 F. 케네디와 린든 존슨 대통령 시절 꽃을 피웠다. 이 때 유대인의 부와 영향력이 폭증하고 케네디와 존슨은 많은 유대인을 자문위원, 기부자, 사적인 친구로 두었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른바 ‘6일 전쟁’ 후 로비단체의 규모, 재력, 영향력은 급신장을 보였다. 전쟁 발발 전 이스라엘 정부는 워싱턴에 있는 대사에게 다음과 같이 지시했다. “존슨 행정부에 압력을 가할 수 있도록 대중의 분위기를 이끌되, 우리가 대중 캠페인의 배후에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하라.” 실제 이스라엘에 호의적인 미국인들은 백악관에 편지를 보내고, 신문에 글을 쓰고, 전보를 치고, 대중 성명서를 발표하며 이스라엘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이끌었다.
시간이 갈수록 이스라엘 로비는 급격히 우익으로 기울고 있다. 기독교 우파운동인 크리스천 시온주의자들도 로비에 가담하고 있다. ‘이스라엘을 위한 크리스천연합(CUFI)’은 지난해 하마스의 기습 공격이 시작된 지 며칠 만에 이스라엘에 100만달러 역대급 기부금을 보내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적극 응원하고 나섰다. 시온주의는 유대인의 고향인 이스라엘 땅(시온)에 대한 귀환과 회복을 목표로 하는 민족적 운동으로 가자지구 전쟁을 신학적으로 정당화한다.
이 책이 나온 것은 2007년,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이다. 하지만 미국 중동 정책의 현실은 17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변화나 개선은 없다. 지금의 미국 대선 판도를 이해하는데도 또 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될지 예측하는데도 여전히 유효한 지침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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