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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응원가 ‘그래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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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981 2024/10/22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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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에 발매한 정규 20집 ‘20’
모두를 위한 응원가 ‘그래도 돼’

가왕 조용필 [YPC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늘 한 번도 만족해서 내놓은 적은 없어요. 지금도 이 곡들을 들어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전 계속 하고 싶습니다.”

진작에 일흔을 넘겼고, 명실상부 대한민국 유일의 ‘가왕’(歌王)이자 ‘살아있는 전설’로 군림하지만, 그는 음악 앞에서 언제나 ‘청년’이다. 하나의 곡을 만들기 위해 듣고 배우고 공부하고 고치기를 반복한다. 모두가 ‘괜찮다’고 해도 그는 단 한 번도 만족한 적이 없어 “곡을 완성해도 늘 미완으로 끝났다”고 말한다. “이정도면 됐다고 할 때 속으로 가장 화가 난다”는 일흔넷의 그는 ‘영원한 청년’ 조용필이다.

가왕이 돌아왔다. 2013년 ‘헬로’(Hello) 이후 무려 11년 만에 선보이는 정규음반이다. 조용필은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신보 발매 기념 간담회에서 “칠십을 넘어 신곡을 발표한다는 것이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 열심히 열심히 해봤다”고 말했다.

가왕의 신보 ‘20’은 이번에도 혁신적이다. 앨범엔 록은 물론 일렉트로니카,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가 담겼다. 각각의 장르에 어울리는 ‘맞춤형 창법’을 선보이는 보컬리스트 조용필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다. 음반엔 2022~2023년에 먼저 발표한 ‘찰나’, ‘세렝게티처럼’, ‘필링 오브 유’(Feeling Of You), ‘라’를 포함해 신곡 3곡이 수록됐다. 타이틀곡은 ‘그래도 돼’. 일흔을 넘긴 가왕이 건네는 위로의 노래다.

가왕 조용필 [YPC 제공]

애초 데뷔 55주년을 맞은 지난해 공개를 목표로 했지만 정규 20집은 예정보다 2년이나 늦어졌다. 그는 “음반은 그렇게 쉽게 되는 게 아닌 것 같다”고 돌아봤다. 마지막 곡의 녹음은 이달 초까지 이어졌다. 이번 앨범과는 성향이 달라 넣지 못한 곡도 있다. 조용필은 “내 마음에 들어야 하는데, 곡을 만들어 놓고 다음날 다시 악보를 보면 ‘에라이’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곡이 수백곡은 된다”며 “이번에 넣지 못한 곡은 다음번에 내게 될 것”이라고 했다.

타이틀곡은 담백하고 따뜻하게 감기는 가왕의 보컬이 인상적인 모던록 장르의 응원가다. ‘그래도 된다’고 말하는 조용필의 음성에 담긴 진심이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린다.

“올봄 TV에서 스포츠 경기를 보는데 우승팀이 세리머니를 하는 동안 문득 패자의 마음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은 속상하고 힘들겠지만, 다음엔 다시 설 수 있을 거라는 내용을 담은 곡을 쓰고 싶었어요.”

그의 마음에 떠오른 이야기는 작사가 임서현을 통해 세상에 나왔다. 조용필은 “에둘러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직접적이고 직선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특히 ‘지치고 힘이 들면 이쯤에서 쉬어가도 되잖아. 그래도 돼’라는 노랫말은 가장 신경써서 불렀다고 한다. 타이틀곡의 뮤직비디오엔 박근형, 이솜, 전미도 등이 출연했다.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돌고래유괴단의 이주형 감독은 ”희망이라는 단어가 유치해지리만큼 깜깜한 어둠 속을 걷는 이들에게, 그런데도 당신을 응원하는 음성과 시선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가왕 조용필 [YPC 제공]

또 다른 신곡인 5번 트랙의 ‘왜’는 단조와 장조, 진성과 가성을 오가는 창법을 사용했다. 조용필의 목소리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곡이다. 조용필은 “곡을 녹음할 때 늘 창법과 전달력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쓴다”며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며 과감하게 시도해본 곡”이라고 했다. 노래 후반부에 등장하는 강렬한 기타 솔로와 현악 사운드가 풍성함을 더한다.

1968년 록그룹 애트킨즈로 데뷔, 올해로 56년째 음악 외길을 걸어오고 있는 조용필은 대한민국 최초로 ’오빠부대‘를 몰고다닌 원조 팬덤 문화의 상징이다. 이날 가왕의 간담회 현장엔 내리는 비에도 아랑곳 않고 수십 명의 팬들이 모여 ‘여전히 무대에서 새 노래로 팬들과 소통하는 당신의 열정을 사랑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그를 응원했다.

가왕은 무수히 많은 기록을 세운 시대의 아이콘이다. .1976년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빅히트를 치며 한국 최고의 가수로 자리했고, 1980년 ‘창밖의 여자’, ‘단발머리’ 등이 수록된 1집이 국내 가요계 사상 첫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K-팝이 국경을 넘기도 훨씬 이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약했고, 한국 가수 최초로 일본 NHK홀 공연 및 ‘홍백가합전’ 출연하기도 했다. 한국 가수 최초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공연, 국내 가수 최초 미국 카네기홀 공연을 달성했고, 국내 최초 단일 앨범 100만장 돌파, 최초 누적 앨범 1000만장 팔아치운 기록 장인이다.

가왕 조용필 [YPC 제공]

그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가수로 살기 위해선 노래하는 것은 물론 음악 자체를 좋아해야 한다”며 “가수는 늘 배우고 연구하고 실험해야 하는데, 내겐 그 일이 늘 재밌었고 그 재미가 지금까지 음악을 할 수 있었던 동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도 그는 매일 듣고 공부하고 연구한다. 하루도 빠짐없이 AFKN을 들으며 1950년대 팝부터 최신곡까지 하루종일 음악을 섭렵한다.

“이 가수는 이렇게 했는데 나도 그게 될지 시험해보면서 창법과 음성을 내는 법을 연구해요. 직접 쓰고 노래하지만, 결국 노래는 대중의 것이고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바로 대중의 표현이기에 음악은 늘 배워야 해요.”

조용필과 오랜 시간 음악을 해온 위대한탄생의 리더인 최희선(기타)은 “(조용필은) 음악 외엔 아무것도 모르는 재미없는 분이자 음악 외엔 다른 것엔 관심을 두지 않는 분”이라고 했다. 조용필 역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그 말이 맞다. (난) 음악 밖에 모른다”며 “지금도 늘 집과 스튜디오만 오가고, 하루종일 (음악을) 듣고 적는 것밖에 없다”고 했다. 지금도 그는 새 앨범 발매에 함께 이어갈 전국투어(11월 23~24, 11월 30~12월1일, 서울 케이스포돔 시작) 고민에 여념이 없다.

“전 음악 외에는 아는 게 없어서 다른 거엔 참 무식해요. 저의 지난 56년 음악 인생은 한 마디로 도전과 욕망이었어요. 해보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았는데, 결국 이루지 못하고 끝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아마도 앨범으로서는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근데 또 모르겠어요. 새로운 좋은 곡이 있으면 미친 척 하고 21집을 낼지도 모르죠. 그래도 계속 하고 싶습니다. 정 안되겠다 싶으면 그 때 그만 둘게요. 그 때까지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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