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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3구 → SKY대' 끊자"…한은 총재가 발벗고 나선 까닭은게시글 내용
[편집자주] 한국은행이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입시경쟁 과열 해결책으로 제시하면서 교육계가 들썩이고 있다. 한은이 교육문제까지 발 벗고 나선 것은 서울, 특히 강남3구에 집중된 교육열이 수도권 집중, 집값 상승, 저출산, 국가 성장 잠재력 약화로까지 이어진다는 문제의식에서다. 한은의 제안은 학생의 잠재력보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거주지역 효과가 서울 주요 대학 진학을 결정한다는 교육계의 오래된 숙제와도 맞물린다. 그러나 주요 대학이 단순히 지역별 학생수에 비례해 신입생을 선발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뉴스1은 '지역별 비례선발제'가 나오게 된 현실과 기대 효과, 보완점 등을 5회로 나눠 점검한다.
지난 7월 통화정책방향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한국은행이 입시경쟁 과열 대응 방안으로 국내 상위권 대학 입학 정원의 '지역별 할당'을 제안하면서 국민들의 이목을 끌었다.
제안 내용도 파격적이었지만, '물가·금융 안정'을 책임진 중앙은행이 대학 입시 문제에 발 벗고 나선 배경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렸다.
한은은 지역별 비례 선발 제안이 "중앙은행의 외연을 벗어난다"는 비판을 일으킬 가능성을 충분히 의식한 채로 관련 연구 보고서를 공개했다. 공개에 앞서 한은 내부에선 "학부모나 학원가의 항의 전화가 빗발치지 않겠느냐"는 우려 섞인 농담이 오갔다.
한은이 창립 이래 처음으로 대학 입시 변혁을 제안한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한은 본부 전경 /뉴스1
이창용 한은 총재는 2022년 4월 취임 후 여러 차례에 걸쳐 우리 경제·사회의 구조개혁이 시급하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최근에는 구조개혁을 더 미뤘다가는 어두운 미래를 피하기 힘들다는 취지로 경고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지난달 27일 서울대 공동 심포지엄 환영사에서 "이제 해 날 때를 기다려 구조개혁을 추진할 여유가 없다"며 "전 세계 최상위권 수준의 가계부채가 더 증가했다가는 그 정도가 지나칠 경우 금융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구조개혁 사안을 중장기적으로 깊이 있게 연구할 역량 있는 기관이 드물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 등 중앙정부의 경우 고등 교육을 이수한 우수 인력을 보유했으나, 대부분을 행정에 투입해 순수 연구에 매진할 여력이 부족하다. 정부로부터 연구 용역을 받은 국책 기관, 학계 등은 용역 특성상 단기 연구에 그치기 쉬워 몇몇 사안을 오래 지켜보면서 혁신적 발상을 떠올릴 싱크탱크로서 기능하긴 어렵다고 본다.
연구 역량이 뒷받침되면서 싱크탱크로서 자유로이 활동할 독립성을 지닌 주요 기관은 한은이 거의 유일한 셈이다.
이에 구조개혁이 시급해진 지금, 한은의 침묵은 오히려 중요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일 수 있다고 한은 고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실제로 유럽 각국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을 비롯한 기존 업무 대부분을 유럽중앙은행(ECB)으로 이관하면서, 다양한 주제의 보고서를 내는 등 전통적 중앙은행 상(像)에서 탈피하고 있다.
ⓒ News1
우리나라 대학 입시는 한은의 법적 책무인 '금융 안정'과 밀접히 결부된 사안이기도 하다. 교육열로 인한 수도권 선호, 특히 강남 선호 현상이 우리 금융·경제 시스템의 밑바닥 일부를 형성하고 있어서다.
이 총재에 따르면 서울과 강남 3구에 쏠린 교육열은 이들 지역에 항시적인 초과 수요를 제공한다. 이 초과 수요는 주택 가격을 끌어올리는 상방 압력으로 작용해 다른 지역 집값에 영향을 미친다. 결국 높은 집값과 가계부채 문제의 근본을 따지고 가다 보면 강남 위주의 입시 경쟁이 핵심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이뿐만 아니라 높은 집값은 저출산을 가속해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떨어뜨리고 금융 불안 확률을 높일 위험성이 있다. 한은이 공개한 다수의 연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는 지금의 초저출산 흐름을 이어갈 경우 2050년대 역성장 터널에 진입할 공산이 크다. 이 경우 빚이 늘지 않아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높아진다.
이런 답답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한은이 고안한 해법이 '지역 비례 선발제'다. 문제의 핵심인 강남 위주의 입시 경쟁을 분산하면 수도권 인구 집중, 서울 집값 상승, 저출산·만혼 등 한국 사회의 고질병을 일거에 완화할 수 있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 News1
시기적으로도 한은은 지금 목소리를 높일 명분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가 서울 아파트 가격 급등 등 순전히 금융 불안 우려로 인해 지연돼서다. 당초 7월로 예상된 금리 인하는 8월에도 이뤄지지 못했고 최근엔 10월마저 힘들 수 있다는 견해가 고개를 들었다.
차가운 내수 상황을 보면 1년 8개월째 연 3.50%인 기준금리는 인하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은도 물가·내수 측면에서는 인하 여건이 마련됐다고 인정했다.
한은 입장에서는 우리나라가 일찍이 강남 위주의 입시 경쟁을 해소했다면 집값과 가계부채에 발목 잡혀 정책 운용이 제약되진 않았을 수 있다는 아쉬움이 들 수 있다.
한은은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를 연달아 건드릴 예정이다. 구조개혁 지연으로 통화정책이 제약될 지경에 이르렀다면, 통화 당국이 구조개혁 연구를 수행하는 것은 자연스럽다는 생각에서다. 이미 한은은 농산물 수입 개방, 최저임금 외국인 차등 적용 등 민감 분야에서 파격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정책 권고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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