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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의 도발] 또 ‘역사왜곡 처벌법’ 들고 나온 민주당, 사상검열 할 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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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463 2024/08/2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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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독재’란 말이 이렇게 실감날 줄 몰랐다.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이 이렇게 절실할 줄 몰랐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일제 식민 지배를 미화하거나 친일행위를 찬양한 사람은 공직을 맡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만들겠대서 하는 말이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0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현재 정책위원회가 이런 내용의 법안을 성안중이며 곧 당론화 과정에도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독도 영유권을 부정하고 훼손하는 행위도 엄격히 금지하고 처벌하도록 법제화할 것이라고 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가운데)이 2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아니 그럼, 식민 지배(미화)가 옳단 말이냐? 하고 흥분하기 전에 잠깐 생각해주기 바란다. 일제에서 해방된 1945년 태어난 해방둥이가 올해 79세다. 100세 쯤 된 어르신이 아니라면, 일제강점기 식민 지배에 책임 있는 행위를 할 수도 없는 세월이 지났다. 그러니까 민주당은 행위가 아닌 말이나 글로써 ‘미화’하거나 ‘찬양’한 사람의 공직 진출을 막겠다는 거다.


● 머릿속 검열로 공직진출 막겠다고?

자신의 생각이나 신념, 연구결과 등을 표현한 것을 누군가 검열하고 평가해 대한민국 헌법상 권리인 공무담임권을 박탈하는 법을 만든다고? 어떤 사람이 언제 어떻게 생각하고 표현한 것을 누가 무슨 수로 검열해 공직을 못 맡게 한단 말인가? 본인이 미화나 찬양이 아니라고 주장한다면, 그 옳고 그름은 또 누가 검증하나? 사상경찰? 역사인식평가위원회? 아니면 반민족사상법정을 창설하여?

아무리 171석을 지닌 거대 정당이라 해도 당명에 ‘민주’가 있는 민주당이 이럴 순 없다. 유신독재를 넘어 일제 강점기 같은 법을 만들 모양이다. 반독재, 민주화투쟁을 했다는 정당이 어떻게 감히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 그리고 사상의 자유를 제약하겠다는 발상을 할 수 있는지 소름이 돋는다.

물론 민주당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지적한 ‘반(反)국가세력론’에 열 받은 게 분명하다. 대통령이 “우리 사회 내부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다”며 허위정보, 사이버공격 등을 거론하자 민주당은 “식민사관에 물든 친일 정권임이 드러나자 이제는 북풍몰이 카드를 꺼냈다”고 공격했다. 그런 식민‘사관’을 지닌 사람은 애초부터 공직을 못 맡게 해야 한다는 게 민주당 입법전략인 모양이다.

 KBS의 문창극 보도, MBC가 바로잡았건만

꼭 10년 전에도 민주당은 비슷한 법을 추진한 적이 있다. 지금의 민주당인 새정치연합에서 이종걸 의원이 식민사관을 정당화하거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를 모욕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일제 식민지배 옹호행위자 처벌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역사적 사실을 날조·유포해 친일·반민족 행위를 찬양·정당화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거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문창극이 2011년 자신이 장로로 있던 교회에서 했던 강연을 문제삼았다.

2014년 6월 11일 KBS뉴스는 이런 앵커 멘트로 시작한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교회 강연에서 일제의 식민 지배와 이어진 남북 분단이 하나님의 뜻이란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그가 강연에서 “하나님은 왜 이 나라를 일본한테 식민지로 만들었습니까, 라고 우리가 항의할 수 있겠지. 아까 말했듯이 하나님의 뜻이 있는 거야”라고 말한 건 맞다. 그러나 그 다음에 ‘하나님은 우리 민족을 단련시키려고 고난을 준 다음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문창극이 강조했다는 대목은 KBS뉴스 어디에도 없었다.

전체 발언은 MBC가 6월 20일 교회강연을 통으로 방영한 ‘긴급대담 문창극 총리 후보자 논란’을 통해 비로소 알려졌다. 당시 MBC보도본부장이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광우병 사태를 겪고 난 뒤 다시는 여론을 선동하는 선동방송이 있어선 안 된다는 반성에서 긴급대담을 방영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해준 기억이 난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첫 여름을 뒤흔든 광우병 시위가 MBC PD수첩에서 촉발됐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날 밤 시청자게시판엔 ‘시청료는 KBS가 아니라 MBC에 줘야 합니다’ ‘MBC 살아있네∼’ 같은 반응이 줄을 이었다.

 식민지배옹호 처벌법 폐기되니 5·18특별법

2014년 6월 23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사퇴 기자회견을 하며 잠시 눈을 감고 있는 모습. 동아일보DB


그렇게 문창극의 억울함이 드러났음에도 그는 결국 자진사퇴했다. “개인은 신앙의 자유를 누린다. 그것은 소중한 기본권”이라며 “평범했던 개인 시절 저의 신앙에 따라 말씀드린 것이 무슨 잘못이 되냐”는 항변은 지금 우리에게도 유효하다.

그래서였을까. ‘일제 식민지배 옹호행위자 처벌 법률안’은 당시 법사위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숱한 논란을 불러올 게 뻔한 법을 민주당에서 10년이 지난 지금 또 시도하겠다니, 역사의 후퇴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민주당은 가만있지 않았다. 2020년엔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5·18 역사왜곡 처벌법’을 당론으로 추진해 그해 말 뚝딱 처리한 것이다.

● 역사해석 독점은 자유민주주의 근간 흔든다

5·18에 대한 과도한 비난과 왜곡은 분명 문제가 있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우려도 엄연히 존재한다.

‘5월 광주’ 폄하 망언에 대해선 비판을 서슴지 않던 윤평중 한신대 명예교수도 당시 전형적인 과잉입법일 뿐 아니라 “특정시기의 정부가 역사해석을 독점해 이론(異論)을 처벌하고 자유토론을 봉쇄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다”고 지적했다. ‘역사의 정치화’ ‘역사해석의 권력화’가 법적으로 용인된다면, 정권마다 자기 입맛에 맞는 역사해석을 강제하고 권력이 이설(異說)을 처벌하는 선례가 만들어져 민주공화국을 위협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법안은 민주당에 의해 단독 처리됐다. ‘예술·학문, 연구·학설, 시사사건이나 역사의 진행과정에 관한 보도를 위한 것이거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목적을 위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예외조항이 붙었을 뿐이다. 그렇게 법이 현실화되자 전남 함평 출신인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는 시(詩)처럼 예술처럼, 피 토하듯 쓴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나는 5.18을 왜곡한다 -최진석

(중략) 그 잘난 5.18들은 5.18이 아니었다.
나는 속았다.
금남로, 전일빌딩, 전남도청, 카톨릭쎈타,
너릿재의 5.18은 죽었다.
자유의 5.18은 끝났다.
민주의 5.18은 길을 잃었다.
5.18이 전두환을 닮아갈 줄
꿈에도 몰랐다.
(중략) 나는 운다.
5.18역사왜곡처벌법에
21살의 내 5.18은 뺏기기 싫어.

 문 정권 ‘7대 불가’ 능가하는 공직 금지

윤평중이 우려했던 ‘선례’가 지금 새끼를 치려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021년 말 대선 후보 시절 광주 5·18민주화운동 현장을 찾아 ‘역사왜곡에 대한 단죄법’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역사인식의 시점을 일제강점기로 넓혀 독립운동과 일본군위안부 등을 왜곡하는 행위를 법으로 처벌하겠다는 거다. 대선에서 패하는 바람에 그 법은 흐지부지됐다. 이제 이재명이 ‘여의도 대통령’을 방불케 하는 막강 야당 대표로 연임되자 당 차원에서 추진할 모양이다.

2021년 5월 18일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가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는 모습. 동아일보DB


머릿속 뇌를 잡아 가둘 수도 없으면서 사람의 사관(史觀)까지 정죄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문재인 정부 때 장관급 인사 검증 기준으로 5대 불가(위장 전입, 병역 기피, 불법적 재산증식, 세금 탈루, 연구부정행위), 여기에 음주 운전, 성범죄 이력을 추가한 7대 불가가 존재했다. 곧이곧대로 지켜진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행위’를 문제 삼았던 것이지 ‘위장 전입 생각’ 같은 머릿속을 검증하지는 않았더랬다.

2019년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조국의 과거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산하 남한사회주의과학원(사과원) ‘활동 전력’을 지적하긴 했다. 이에 조국은 “그때나 지금이나 저는 자유주의자인 동시에 사회주의자다. 이는 모순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머릿속을 밝힌 바 있다. 그래도 그는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됐고 잠시나마 이 나라 법무행정을 주무를 수 있었다.

● 사상의 자유 없는 나라, 북한과 뭐가 다른가

위험으로 치면, 핵을 움켜쥔 북한과 머리를 맞댄 우리로선 친북파가 친일파보다 훨씬 위험하다. 위협적으로 치면, 국민 머릿속까지 검열하려는 반(反對)민주적, 전체주의적 민주당이 반국가세력을 처벌하겠다는 현 정부보다 더 위협적이다. 그나마 지금은 민주당이 야당이어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맞설 수 있어 차라리 다행이다 싶다.

만일 다음 대선에서 이재명 같은 역사인식을 지닌 민주당 대선후보가 당선돼 정권을 잡으면, 어떤 독재권력을 휘두를지 모골이 송연하다. 거대 의석은 이미 확보돼 있다. 문 정권 때처럼 역사왜곡법은 거침없이 통과될 것이다. 친일파 잡기 사상 검열로 공직자를 숙청하고, 민주당 공식 역사인식을 공유하는 저희들끼리 권력 나눠먹기가 판을 칠 게 뻔하다.

17세기 근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정신세계는 종교에 지배됐다. 표현의 자유는 물론 사상의 자유도 허용되지 않았다. 세계사를 관통하는 개인주의 자유주의 흐름에 따라 서양에선 시민혁명을 거쳐 표현의 자유가 헌법적 테두리 안에 보장됐고 우리도 민주화와 함께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됐다. 민주당이 그 흐름을 끊고 우리 국민을 일제강점기 황국 신민처럼, 북한의 김일성민족처럼 만들려 하고 있다.


김순덕 칼럼니스트·고문 dob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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