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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욕하는 좌파 인사에 ‘감동 먹은’ 사연[노원명 에세이]게시글 내용
평생 좌파였을 뿐 아니라 진보적 세계관으로 교육 쪽에서 나름 영향력을 행사해 온 인사를 만나 술을 한잔했다. 좌든 우든 당색이 분명한 인사와 만나는 자리는 언어 선택이 조심스럽다. 상대의 세계관을 침해해서 기자인 내가 얻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야기보따리를 가진 상대를 만나 듣지 않고 논쟁하는 기자, 특히 가르치려 드는 기자는 바보다.
평소처럼 주로 듣고 있다가 한 대목에서 박장대소하고 말았다. ‘정청래 같은 사람’이었는지 ‘정청래 같은 놈’이었는지는 정확치 않지만 여하간 국회 법사위원장 정청래를 야유하는 말이었다. 정청래를 직접 겨냥한 말이 아니라 하나의 인간형을 정청래에 빗댄 것이다. 우파 인사가 정청래를 어떻게 비유한들 그것이 나를 웃게 만들지는 않는다. 누가 정청래를 생각하며 웃겠는가. 그러나 정청래와 같은 진영에 속했다고 여겨지는 인사가 그 말을 하니 자못 통쾌하다.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카타르시스는 기대를 넘어섰을 때 촉발되는 감정 상태다. 그런데 단지 좌파 인사가 정청래를 야유한 것만으로 감동을 먹고 말았다. 그 경험이 너무나 희소하기 때문이다. 요사이 법사위원회에서 보인 행태로 인해 정청래는 평소보다 많은 경멸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정청래는 원래 그런 사람이다. 그래도 그는 자그마치 4선 의원이고 국회 법사위원장이다. 그가 출세하는데 인격이 장애가 된 적이 없었다.
정청래 같은 인물이 출세하는 것. 그것이 한국 좌파의 비극이다. 우파에도 한심한 인물이 많다. 그러나 기계적 균형을 취할 엄두가 안 나게 정청래는 압도적이다. 그는 나쁜 인격을 자랑하는 정치인이다. 여기 두 가지 인간형이 있다. 한명은 비열한데 위선으로 그 비열함을 가린다. 세상의 꽤 많은 인간이 이런 부류다. 여의도에도 많다. 나머지 한명은 ‘너 비열해? 나보다 더 비열할 자신 있어?’하고 웃는다. 비열하게. 골목 세계형 인간이다. 정청래는 ‘제일 나쁜 놈이 대장이 되는’ 골목 세계의 법칙을 여의도에 접목해 크게 성공했다. 위선은 미덕이 아니지만 그나마 위선이라도 없으면 세상은 개판이 된다. 여의도가 위선도 없는 투명한 개판이 되는데 정청래만큼 이바지한 인물은 없다.
좌파의 더 큰 문제는 그런 정청래를 같은 진영이라는 이유로 눈감는다는 것이다. 기껏 익명의 관계자로서만 비판한다. 더불어민주당의 극성 팬덤은 그를 이재명 대표 다음으로 추앙한다. 이 대표가 마오쩌둥이라면 정청래는 주더(朱德)쯤 되지 않을까. 아무리 봐도 저우언라이(周恩來)는 아닌 것 같고.
내 제한된 경험으로 말하자면 우파보다는 좌파에 이야기꾼이 많다. 유튜브도 좌파가 우파보다 재미있다. 우파 유튜브는 옳을 수도 있는 얘기를 싹수없이, 재미없이 하고 좌파 유튜브는 틀린 얘기도 웃기게 한다. 차이는 비판 정신과 해학의 수준 차이다. 좌파들이 그들 고유의 해학으로 비판을 제대로 할때 참 매력이 있다. 문제는 내부 비판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술자리 흥 문제가 아니고 한국 정치의 정상성 회복, 상식과 결부된 문제다. 좌파와 우파가 다 무엇인가. 좌파에 상식이 있고 더 건강하다면 나는 좌파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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