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 김옥곤 이동현 부장판사)는 30일 김 여사가 보관해온 1991년 선경건설 명의 약속어음 300억원을 언급하며 “1991년 피고(노 관장) 부친 노태우 측으로부터 원고(최 회장) 부친 최종현 측에 상당한 규모의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보이고 이는 최종현의 경영 활동을 뒷받침하는 유형적 기여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 등에 따르면 김옥숙 여사는 1998년 4월과 1999년 2월에 노 전 대통령이 조성한 비자금을 기재한 메모를 작성했다. 메모에는 동생인 노재우 씨 등의 이름과 함께 2억 ~300억원의 숫자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두 메모에는 ‘선경 300억원’이 각각 기재돼있었고, 1998년 4월 작성 메모 아래에는 ‘맡긴 돈 667억+90억’이라고 쓰여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후 동생 노재우씨에게 120억원, 사돈인 신명수 신동방그룹 회장에게 230억원 등 자신의 친인척과 기업가들에게 맡긴 점이 과거 검찰수사와 재판에서 인정된 만큼 이 메모에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김옥숙 여사는 메모 외에도 ‘선경 300’이라는 문구가 기재된 봉투에 액면가 50억원짜리 어음 6장을 넣고, ‘쌍용 200’이란 문구가 적힌 다른 봉투와 함께 큰 봉투에 담아 보관했다고 한다.
노 관장 측은 항소심에서 메모와 어음을 증거로 제출해 1991년 노 전 대통령이 비자금 300억원을 최태원 부친인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건넸고, 최 선대 회장은 담보조로 선경건설( SK에코플랜트 전신) 명의로 액면가 50억원짜리 어음 6장을 노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반면에 최 회장 측은 이에 대해 ‘비자금을 받은 바 없고,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한 이후 활동비를 지원하기 위해 (담보조로) 건넨 어음’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최종현 선대회장이 청와대에서 30억원을 노 전 대통령에게 건넸다가 “사돈끼리 왜 이러시냐”며 거절당했다는 노 전 대통령 뇌물 사건 조서를 근거로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300억원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로 어음을 제공했다’는 최 회장 측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 SK가 1992년 태평양증권(현 SK증권)을 인수하던 당시 자금 출처가 불분명하단 점도 지적했다. 최 회장 측은 계열사 자금 등을 동원해 태평양증권 인수자금을 댔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SK 측은 항소심 재판부 판단에 대해 “비자금 유입 및 각종 유무형의 혜택은 전혀 입증된 바 없으며 오로지 모호한 추측만을 근거로 이루어진 판단이라 전혀 납득할 수가 없다”며 “오히려 SK는 당시 사돈이었던 6공의 압력으로 각종 재원을 제공하였고 노 관장 측에도 오랫동안 많은 지원을 해왔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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