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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호 외치자 달라진 주민들... 구의원이 겪은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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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234 2024/04/28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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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동의 5분] 모든 이슈를 삼켜버린 정권심판4.10 총선이 끝난 지 어언 2주가 지났습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다음날 받아든 선거 결과로 총선이 끝났다고 생각하겠지만, 지역의 구의원으로서 22대 총선은 이제야 비로소 얼추 끝나는 느낌입니다. 편차는 조금 있겠지만 기초의원들은 지역의 주요 선거 운동원으로서 당선 혹은 낙선 인사를 계속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하철 역사 안에서, 도로 사거리에서, 시장 등에서 계속되는 인사. 고맙게도 많은 분들이 서울시 강동갑의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국회의원의 당선을 축하해주었고, 또한 선거 기간에 이어 당부의 말씀도 하셨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22대 총선에서 구의원이 현장에서 느낀 바를 가감 없이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지자들의 절박한 호소
 
▲  서울시 강동갑 국회의원 당선자 진선미
ⓒ 진선미의원실

 
우선 이번 22대 총선이 이전의 다른 선거와 가장 다르다고 느낀 것은 지지자들의 절박함이었습니다. 물론 제가 초선인 터라 이전의 많은 선거에 깊숙이 관여하지는 않았으나, 오랫동안 선거를 치렀던 지역 정치인들의 평가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지지자들의 표현이 매우 적극적이고, 절박해 보였다는 것입니다.
 
사실 제가 속해있는 서울시 강동갑 지역은 비록 진선미 국회의원이 세 번째 당선된 곳이지만 결코 민주당에게 유리한 곳이 아닙니다. 투표 직전 윤석열 대통령과  MB가 지역 내 대형 교회를 방문하고,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이재명 대표가 3번씩 방문할 만큼 여야가 막상막하의 각축을 벌이는, 누가 당선되어도 이상할 것 없는 접전지 중 한 곳입니다. 실제로 현재 강동구청장과 시의원은 모두 국민의힘 소속입니다. 
 
그러다 보니 주민들의 표현도 다른 지역과 비교하여 소극적인 편입니다. 여야 지지율이 팽팽한 만큼 자신의 정치색을 드러내는 데 부담스러워하는 이들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혹여 내가 특정당을 대놓고 지지하다가 불합리한 처사를 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들.  
  
▲  강동구에 3번 방문한 한동훈 위원장
ⓒ 이희동

 
▲  이재명 대표와 진선미 후보
ⓒ 진선미의원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는 이런 지역적 특색이 옅어진 느낌이었습니다. 지지자들이 소리 내어 표현했으며, 꼭 이겨야 한다고 절박하게 호소했습니다. 선거복을 입고 거리를 지나다니면 눈을 마주치는 이들의 절반이 응원을 보냈고, 아이들 역시 따라다니며 '진선미'를 외쳤습니다. 그만큼 40~50대 부모들이 집에서 정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왜였을까요? 그것은 결국 그만큼 우리네 살림살이가 팍팍해졌고, 그 책임이 당연히 정부여당에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 때문에 시장 가기도 어려운 마당에,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이라고 불을 지르는 대통령. 전국을 돌아다니며 1000조가 넘는 공약을 했지만, 그 속에 국민의 삶은 없었습니다.
 
때문에 사람들은 분노했고, 심판하고자 했습니다. 야당 지지자들은 기꺼이 자신의 정치적 지향을 드러내며 정부를 비판했고, 여당 지지자들은 그에 대해 크게 대꾸하지 못했습니다. 대선 때는 야당 지지자들의 목소리에 맞서 이재명 대표의 욕을 하는 사람들이 태반이었으나, 이번 총선에서는 조용했습니다. 그들 역시 대통령의 실정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었습니다.
 
▲  연설 중에 등장한 대파
ⓒ 이희동

 
여당 전주혜 후보는 계속해서 강동구 발전을 강조하며 예산을 따올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강동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더 걱정했고, 정권심판이 모든 이슈를 압도했습니다. 진선미 후보의 연설을 듣기 위해 모인 주민들의 손에는 대파가 들려 있었습니다. 
 
무엇을 할 건지 이야기하는 야당
 
본의원은 선거 기간 내내 출근 시간에는 굴다리 앞 사거리에서, 퇴근 시간에는 지하철 역사 안에서 인사를 했었습니다. 특히 퇴근 인사 시에는 역사에서 쏟아져나와 에스컬레이터를 타기 위해 줄을 서는 수많은 주민들과 시선을 마주쳐야 했었는데요, 그들과의 교감이 시간이 가면서 달라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선거 초기 명함을 나눠주며 진선미 구호를 외칠 때 주민들의 시선은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았습니다. 또 나온다는, 그래봤자 바뀐 게 없지 않냐는 질책들이 있었고, 무관심해 보이는 시선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으레 수많은 선거 운동원 중 하나의 외침에 지나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나 선거 중반이 되면서 홀로 역사에 서서 쉰 목소리로 다양한 구호들을 외치기 시작하자 주민들의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짝을 지어 목소리를 맞춰 단순히 지지를 호소하는 운동원들과 달리, 제가 짧고 굵게 야당이 해야 할 일을 홀로 외치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귀를 쫑긋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  홀로 인사하고 있는 본의원
ⓒ 정가람

 
"기호1번 진선미, 정권을 심판하겠습니다."
"기호1번 진선미, 검찰 독재를 막겠습니다."
"기호1번 진선미, 이태원 참사를 잊지 않겠습니다."
"기호1번 진선미, 채상병 사건을 잊지 않겠습니다."
"기호1번 진선미, 휘어진 양평고속도로를 바로 잡겠습니다."
"기호1번 진선미, 디올 명품백 사건을 밝히겠습니다."
"기호1번 진선미, 도이치 주가조작 사건을 밝히겠습니다."
"기호1번 진선미, 대파 한 단 875원 물가를 바로잡겠습니다."


여당 후보가 다가와 너무 센 언사 아니냐며, 사람들은 싫어한다며 불만을 토로했지만 멈추지 않았습니다. 모든 걸 감수하겠다고 받아쳤습니다. 단순히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이 되어 국민들을 대신하여 무엇을 할 것인지 알리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왜 우리가 절박한지, 국민들의 절박함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선언해야 했습니다.
 
이렇게 선거 기간 내내 구호를 외치다 보니 실제로 주민들의 시선이 달라졌습니다. 인사를 건내는 분들이 많아졌고,  SNS에서 제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도 생겼습니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전철역에서 수고했다며 말을 거는 주민들도 있습니다. 지역의 구의원으로서 어떻게 지역에서 그 민심을 받들지 고민하라는 피드백이었습니다. 
 
▲  총선은 끝났고 일상이 돌아왔습니다
ⓒ 진선미의원실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175석, 야권은 전체 192석을 차지했습니다. 민심은 분명합니다. 지금까지 윤석열 정부가 잘못하고 있으며,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 그 모든 쟁점을 집어삼킨 민심의 파도 앞에서 구의원으로서 제가 할 일을 고민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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