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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사자성어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게시글 내용
연말, 사자성어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사자성어가 가벼운 글자 풀이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건 그해를 관통한 정치·사회·문화의 트렌드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서다.
대한민국 핵심 브레인인 전국 대학교수 880명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은 건 '묘서동처(猫鼠同處)'다.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다'는 뜻인데, 도둑을 잡아야 할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됨을 의미한다. 대장동이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땅 투기 등 정치·사회적 사건을 꼬집은 것이다.
2위에 오른 사자성어는 '인곤마핍(人困馬乏)'이다. '사람과 말이 모두 지쳐 피곤하다'는 뜻. 코로나19 시국에 비상식적인 정치판의 갈등까지 여러모로 피곤한 한 해였음을 암시한 것이다.
3위와 4위는 '이전투구(泥田鬪狗)'와 '각주구검(刻舟求劍)'이다.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를 뜻하는 이전구투는 내년 대선을 앞둔 여야의 기싸움, '칼을 강물에 떨어뜨리자 뱃전에 그 자리를 표시했다가 나중에 그 칼을 찾으려 한다'는 의미의 각주구검은 부동산, 청년 문제 등 민심을 읽지 못한 현실 정치권을 빗댄 표현이다.
지식인층인 교수그룹이 정치판을 꼬집는 것과 달리 일반 국민들은 역시나 코로나19 폭격 속에 무사안위의 희망 섞인 사자성어를 갈망하고 있다. 올 초 인터넷 유명 포털이 성인 남녀 총 118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새해 소망 1위 사자성어는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뜻의 '고진감래'. 2위와 3위는 '무사무려'와 '전화위복'이었다.
무사무려는 '아무 생각이나 걱정이 없음'이라는 뜻이다. 전화위복은 '화(불행)가 바뀌어 오히려 복이 된다'는 의미다. 모두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사회 분위기를 반전하고자 하는 희망이 담긴 문구다.
그러고 보니 여행업계에도 코로나19 시절 2년을 관통한 초강력 사자성어가 있다. '이시국에'다. 지난 11월 위드 코로나 정책 시행으로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폭발하면서 그나마 여행업계가 살아났지만 여전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시국에'라는 댓글이 줄줄이 달린다. 가는 사람들은 여전히 눈치를 봐야 하고, 안 가는 사람들은 '이시국에'를 들이댄다. 가면서도 '이시국에죄송합니다'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여행을 떠나야 하는 형편이다.
인스타그램에 이시국에를 검색해도 '#이시국에 #이시국에죄송합니다 #이시국에여행' 등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 수백, 수천 개가 나온다. 큰 마음먹고 떠난 여행 자체를 꼬집을 생각은 없다. 문제는 여전히 불안한 '이 시국에'다. 세계는 여전히 코로나19와 치열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에서는 그래도 전염을 막자며 허리띠 졸라매고 버티는데, 한쪽은 '이시국에' 정반대 행보로 여유를 즐기고 있다. 안 그래도 델타에 이어 오미크론까지 변이 바이러스들이 기승을 부리는 분수령의 시점, 방역의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으니 조금만 더 참아보는 건 어떨까.
힐링을 위해 잠깐이나마 휴식의 마디를 만드는 게 여행이다. 여행의 정당성까지 갑론을박하게 만든 원흉, 결국은 코로나19 바이러스다. 지긋지긋한 이 원흉에게 기자가 꼽은 '올해의 사자성어' 두 가지를 투척한다. '1위: 고마해라(苦魔害拏·괴로움과 마귀가 해치려 붙잡아도 정신을 차려라), 2위: 마이무다(魔理巫多·수많은 무인이 마귀를 물리치듯 매사 공들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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