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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 검사 “봉욱 대검 차장 지시로 출금 조치”…진실공방 예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사진)에 대한 출국금지는 당시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파견 검사가 청와대 인사의 연락을 받고 진행한 조치일까, 아니면 당시 대검 수뇌부의 승인으로 이뤄진 것일까.

7일 시작된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 재판에서 쟁점으로 떠올랐다. 불법 출금조치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모 검사 측은 이날 재판에서 당시 봉욱 대검 차장검사의 지시로 출금조치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봉 전 차장검사는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재판장 김선일)는 이날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파견 이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이 검사의 변호인은 이날 재판에서 “김 전 차관의 출금조치와 관련해 대검의 사전 지시를 받았다”며 “(출금조치가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에 해당한다는) 문제가 있다면 당시 (봉욱) 대검 차장검사가 직권남용의 주체이고 이 검사는 오히려 대상인데 이렇게 기소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피고인(이 검사)은 관련자들의 진술을 감안했을 때 김 전 차관은 뇌물수수 피의자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었고, 대검은 출국금지가 적법하다고 판단해 언론에 공표하기도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 검사 변호인은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재차 “법정에서 언급한 것처럼 봉욱 당시 대검 차장검사의 사전 지시로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 출국금지 요청서를 발송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차관은 2019년 3월 22일 심야에 출국을 시도하다 법무부의 출금 조치로 인천공항에서 붙잡혔다. 당시 이 검사는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으로 활동하며 김 전 차관의 출국을 불법적으로 막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검사가 피의자 신분이 아닌 김 전 차관을 가짜 사건번호를 통해 출국을 막았다는 것이 검찰의 공소사실에 기재된 불법의 내용이다.

이 검사 측 변호인 주장은 이 검사의 출금조치는 대검의 정상적 지휘 계통을 통해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는 출금조치가 당시 이광철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현 민정비서관)의 개입으로 이뤄졌다는 검찰의 공소사실과도 충돌한다. 이 비서관은 김 전 차관의 출금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비서관과 이 검사는 사법연수원 36기 동기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봉욱 전 대검 차장은 이 검사 측 변호인 주장을 강력 부인했다. 그는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검사와 함께 기소된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변호인은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수개월 동안 이 사건을 조사해 관계 법령과 판례를 검토해 정리한 결론을 내리고 피고인에게 ‘왜 이렇게 행동하지 않았느냐’고 묻고 있다”면서 “심야 짧은 시간에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피고인에게 완전무결하기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날 재판에는 피고인들을 대신해 피고인 측 변호인 4명만 출석했다. 피고인은 정식 공판이 아닌 공판준비기일에 법정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검찰 측에서는 이 사건 수사팀장인 수원지검 형사3부 이정섭 부장검사가 법정에 출석해 공소사실 요지를 발표했다. 이 부장검사는 프리젠테이션 설명에 앞서 “이 사건은 김학의 사건으로 불리지만 (이) 검사와 법무부 출입국본부장의 위법한 법 집행이 본질”이라면서 “‘김학의가 좋은 사람이냐 나쁜 사람이냐’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법 집행기관이 국민을 대상으로 위법하게 법을 집행했느냐가 중점”이라고 말했다.

검찰 측은 또 재판부에 별도 의견서를 제출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 검사의 건설업자 윤중천씨에 대한 허위 면담보고서 작성 사건 의혹 사건을 넘겨받고도 수사도, 재이첩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검찰 측은 “검찰이 약 50일 전에 허위 면담보고서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했는데 아직 검찰에 재이첩하거나 직접 수사하지 않았다”며 “피고인(이 검사)의 일련의 행위에 대한 종합적 평가가 이뤄져야 하는데, 반쪽 행위에 대해서만 평가가 이뤄지는 반쪽 재판이 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오는 6월 15일 한 차례 더 공판준비기일을 갖고 재판에 어떤 증거들을 채택할지 논의한다. 검찰 혹은 공수처 등 어느 기관이든 허위 면담보고서 작성 의혹 사건에 대한 기소한 뒤 본격적인 재판을 열자는 검찰 측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공수처는 다음 공판준비기일 전까지 사건을 마무리하지 않을 경우 재판에 영향을 준다는 비판을 받는 부담을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