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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놔두고 오세훈만 때린다, 박영선의 기막힌 표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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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144 2021/03/13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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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는 외면하고, 오세훈은 때린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캠프의 메시지에서 최근 나타나는 흐름이다. 박 후보 캠프는 비서실장ㆍ대변인 등을 임명한 지난 4일 이후 11일까지 야권 후보 비판 논평을 모두 9건 냈다. 그 중 7건이 오세훈 후보에게 집중됐다. 서울시 공무원노조를 만나 별정직·정무직 최소화를 약속한 안 후보를 향해 “시장 행세는 당선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고민정 대변인)라고 11일 비판했지만, 오 후보를 겨냥한 메시지의 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질적 차이도 컸다. 안 후보를 겨냥한 메시지는 주로 “3인방(남인순·진선미·고민정)부터 캠프에서 쫓아내야 한다”는 안 후보 발언에 대한 반박 등 사후 대응 성격이 짙었다. 반면 오 후보를 향해서는 캠프 비서실장(천준호)이 나서 내곡동 땅 셀프특혜 의혹을 처음 제기하고, 고민정 대변인이 3차례 논평으로 지원 사격하는 등 한층 공세적이다. 박 후보 측은 “의도한 건 아니다”라는 입장이지만, 정치권에선 의도된 전략으로 보는 시각도 상당하다. 다만 ‘오세훈 때리기’의 숨은 의도를 두고는 정반대 해석이 동시에 제기되는 양상이다.

 

① “安 대신 吳 띄워 중도표 분할 노린 것”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9일 오전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발산근린공원에서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장한 땅투기 의혹을 부인하며 박영선 후보를 비판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9일 오전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발산근린공원에서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장한 땅투기 의혹을 부인하며 박영선 후보를 비판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박 후보 측의 집중 비판을 ‘오세훈 띄우기’로 보는 이들은 오 후보가 비판을 받으며 오히려 주목도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역설에 주목한다. 오 후보가 줄곧 저격 당한 지난 4~11일 구글트렌드 관심도(서울시 기준) 비교에서 오 후보(56%)에 대한 관심도는 안 후보(44%)를 앞섰다. 지난 3개월 간 같은 통계에서 안 후보(72%)가 오 후보(28%)를 압도한 것과는 반대 결과다. “양측 공방이 대중에 노출되면서 주목를 끌어올리는 ‘보도효과’가 반영된 결과”(김형준 명지대 교수)라는 분석이다.

 
3월4일~11일 구글트렌드에 나타난 안철수·오세훈 후보 관심도 변화. 구글트렌드 캡처

3월4일~11일 구글트렌드에 나타난 안철수·오세훈 후보 관심도 변화. 구글트렌드 캡처

 
오세훈 띄우기의 전략적 포석으로는 ‘중도표 분할’이 거론된다. 지난 7~8일 뉴스1 의뢰로 엠브레인퍼블릭이 실시한 여론조사(서울 거주 성인 1009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3.1%.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박영선 대 안철수’ 양자대결에서 중도층의 49.0%가 안 후보를, 33.1%가 박 후보를 선호했다. 반면 ‘박영선 대 오세훈’ 양자 구도에선 중도층의 33.4%가 박 후보를, 41.9%가 오 후보를 지지했다. 박 후보 지지도는 변화가 없었지만, 야권의 중도층 지지세가 7.1%포인트 감소했다. 이들은 ‘지지후보 없음. 모름ㆍ무응답’ 층으로 흩어진 걸로 나타났다.

 
선거의 승부를 가를 중도층 표심 잡기를 위해 중도층에서의 지지세가 안 후보만 못한 오 후보를 박 후보가 일부러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컨설턴트는 “결국 서울시장 선거는 중도 싸움인데, 오 후보가 상대적으로 우측 코너로 몰기 쉬운 상대”라며 “오 후보를 두드려 보수 진영이 그를 중심으로 결집하게 만드는 반면, 안 후보는 없는 사람인 양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② “吳 누르고 ‘安잘알’ 이점 살리려는 것”

2014년 7월 김한길(오른쪽부터),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박영선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2014년 7월 김한길(오른쪽부터),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박영선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박 후보 측 비판을 액면 그대로 오 후보를 향한 견제로 보는 이들은 “안철수 후보를 잘 알기 때문에 마음 속에 나름대로 생각하는 게 있다”(2월 중앙일보 인터뷰)고 한 박 후보 발언에 주목한다. 박 후보가 안 후보의 취약점을 잘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큰 만큼, 안 후보와 본선에서 맞붙을 심산으로 오 후보 저격에 적극 나섰다는 것이다.

 
실제 박·안 두 후보가 접점을 마련한지는 약 10여 년이 됐다. 특히 2014년에는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안 후보와 ‘대표-공동대표’ 라인을 형성했다. 2017년에는 박 후보가 민주당 탈당 후 국민의당에 입당할 거란 보도까지 나왔다. 국민의당 전직 당직자는 “박 후보가 안 후보에 대해 속속 들이 안다고 보면 된다. 이런 이점을 살려 본선에서 안 후보와 맞붙는 게 낫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반면 “서로 잘 알았던 사이인 만큼, 안 후보를 향해선 원색적 공세를 취하는 게 박 후보 입장에서 심리적 부담일 수 있다”(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시각도 있다.

 
국민의당 당세가 국민의힘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점 역시 원인으로 거론된다. 안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국민의힘이 돕는데도 한계가 있다는 이유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단일화가 된다 하더라도 현행 선거법으로는 조직이나 자금을 동원해 돕기는 어렵다. 생각보다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안철수 놔두고 오세훈만 때린다, 박영선의 기막힌 표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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